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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월 Jul 19. 2021

또, 처음입니다.

3년 전,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던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 작가의 신간을 바로 구입해서 읽었었다. 사실 이미 그 전 해부터인가 이슈가 되고 있던 작가였는데, 너무 광고가 된달까 노출이 많으니까 오히려 손이 가질 않았다.(결국은 궁금해 읽을 거면서. 결국은 반했으면서!)

 그리고 대출해서 읽었던 그 작가의 첫 번째 책도 소장하고 싶어서 며칠 전 중고서점을 기웃대다가 드디어 갖게 되었다.

영화든 책이든 두 번, 세 번 보다 보면 처음과는 다른 포인트에서 감동하고, 혹은 감동했던 곳이 무감해지기도 한다. 잊고 있던 부분을 다시 발견하고, 다시 환희에 차기도 한다. 내가 쓴 글도 아닌데 자랑스럽다.

내가 이 행간을 이해하고 감동했다는 것에 감동하는 심한 자기애愛와 지적 허영! 그 우스꽝스러움이 싫지 않다.


3년 전에 읽을 때는 그냥 이런 소재, 이런 배경은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에 그쳤던 단편이었다. 어제도 그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부분에서 나는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반복하고 반복해서 읽고 있었다. 나중엔 콧물 훌쩍이면서.


밤이었고, 그 편만 읽고 자려고 했고, 딱히 그 소설의 주제나 배경과 비슷한 경험이 그새 생겼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3년 전과 달리 어제 그 순간엔, 두 주인공의 마주한 장면이 실제 본 장면처럼 선명하게 떠올랐고, 내가 여자 주인공이 되어서 남자 주인공의 크고 맑은 눈동자와 흐르는 눈물 등을 가슴 아프게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한 후에야 그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책을 새 책으로만 소장했다.

접힌 자국 하나 없는, 책장에서 먼지 정도만 쌓인.

지금은 중고책도 거리낌 없다. 밑줄도 긋는다. 그런 나의 변화를 즐긴다.


몇 년 전에는 한 번 본 영화를 일부러 다시 보는 일은 없었다.

제일 감동받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는 영화조차도.

그러나 지금은 네 다섯 번은 기꺼이 본 영화도 있다.

재미있고, 재미있는데 이해가 더 필요한 영화는 두 번이 기본이다.

좋은 책은 말할 것도 없다. 읽고 또 읽는다.

어제처럼 새로 발견하게 되는 포인트가 너무 짜릿하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전혀 변하지 않을 수 있는 줄 알았던 우스운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세상 만만하던 시기. 나 자신은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패기가 있던 시기.

우습지만 그 호기가 그때에만 있을 수 있는 거란 걸 알기에 부끄럽기보다는 귀여웠단 쪽이다.


어제의 단편 소설, 문장이 변한 것은 아닌데 그걸 느끼는 나의 무엇이 달라졌다는 것이 새롭고 신기하고 그래서  재미있다.  그렇게 그 소설은 다시 나에게 처음 읽은 소설이 되었다.


책장에  다시 처음 읽을 이야기들이 아직,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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