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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또 Jun 04. 2024

거꾸로 가는 그의 시간, 뮤지컬 ‘벤자민 버튼’

뮤지컬 ‘벤자민 버튼’, 우리의 시간도 거꾸로 가고 있진 않을까

“영원한 것은 없고 시간은 어긋나기만 한다. 그럼에도 그들 사이엔 사랑이 있다”


사진 출처 : EMK뮤지컬컴퍼니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F.스폿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을 원안으로 뮤지컬 ‘벤자민 버튼’이 제작됐다. 국내 대표 뮤지컬 제작사 EMK가 창작 뮤지컬로 새롭게 선보인 작품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어려지는 남자 벤자민의 슬프고 아름다운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삶의 기쁨과 사랑, 상실의 슬픔, 시간과 세월을 초월해 존재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인생을 탐구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무대 자체가 재즈 감성으로 가득 차 있다. 라이브 연주와 디테일한 소품이 돋보이는 재즈 클럽으로 꾸며진 무대는 관객들을 마치 재즈 클럽으로 옮겨놓은 듯 완벽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는 곧 극 중 인물의 서사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고, 인물의 외적 변화는 물론 심적 변화까지도 더욱 살뜰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사진 출어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줄곧 인생의 ‘스윗 스팟(sweet spot)’을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순간인 ‘스윗 스팟’을 찾는 벤자민을 통해 저마다의 ‘스윗 스팟’을 찾아가는 인생을 강조하는 것이다. 벤자민의 ‘스윗 스팟’은 재즈클럽 여가수 블루. 벤자민과 블루는 반대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특히 벤자민은 인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자신의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준 ‘스윗 스팟’ 블루를 바라보며 행복한 인생을 완성한다.


사실 거꾸로 가는 시간을 사는 벤자민의 인생은 기구하고 슬프다. 겉모습과 정신 연령이 다른 인생을 살고 있으니 이 모든 것을 아우르기 힘든 인생이 결코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다른 이들, 특히 사랑하는 이들과 같지만 다른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도 가슴 저릿한 부분이다.


사진 출처 : EMK뮤지컬컴퍼니


하지만 무대 위 벤자민의 모습은 결코 슬프지 않다. 그는 ‘스윗 스팟’을 찾았고, 그로 인해 그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 그저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 됐다. 다른 이들과 똑같이 흐르는 시간, 혹은 거꾸로 가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인생에선 얼마나 현재 그 자체를 사는 것이 중요한지, ‘스윗 스팟’을 찾고 비로소 환상적인 인생을 살게 된 벤자민을 보며 느낄 수 있다.


사진 출처 : EMK뮤지컬컴퍼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벤자민의 거꾸로 가는 시간이 곧 우리들의 정신적 시간은 아닐까. 노인으로 태어난 벤자민의 겉모습은 곧 우리들의 속모습과도 같다. 어린 시절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오히려 노인의 현명함과 가깝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점점 어려진 벤자민의 무(無)로 돌아간 마지막 모습은 순수한 어린아이 같기도 하지만 결국 인생을 살아가며 많은 것을 내려놓는 법을 알고, 한결 가벼워진 모습으로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노인과도 같아 보인다.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곧 내 인생의 ‘스윗 스팟’과 현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 안에서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순간인 ‘스윗 스팟’을 찾고, 그 ‘스윗 스팟’을 가슴에 안고 현재를 살아가는 온전한 나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진 출처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벤자민 버튼’의 특징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어려지는 남자 벤자민의 특별한 인생 및 나이 변화를 다양한 모습의 퍼펫(PUPPET)으로 구현한 것. 벤자민을 비롯 무대 위 7명의 배우가 퍼펫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며 독특하고 독보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국내 최고의 오브제 아티스트 문수호 작가의 퍼펫은 관객들에게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던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며 작품 자체를 풍성하게 만든다.


이와 함께 베테랑 조광화 연출의 노련함이 돋보이고, 신예 작곡가 이나오 작곡가의 재즈 풍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풍성한 음악이 작품성을 높인다. 이번 초연에서는 벤자민 버튼 역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 블루 모니에 역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을 비롯 하은섬(김나윤), 김지선, 민재완, 박광선, 송창근, 강은일, 구백산, 이승현, 신채림, 박국선이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3인 3색 벤자민 버튼, 블루 모니에 역을 만나는 것 역시 관전 포인트. 오는 6월 30일까지 서울 세종 M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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