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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ela May 18. 2019

교환학생 가서 사서 고생하기.

스페인 대학교 학부생의 프랑스 교환학생 일기

2018/03/22 일기


3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을 밤낮 새벽 가리지 않고 정신없이 보냈다.
결국 어제저녁 8시를 마지막으로 중간시험, 과제를 마치고 다 같이 한잔 하고 집에 들어와서 누웠다.
오늘 아침 목소리도 안 나오고 몸이 침대에서 도저히 일어나지 질 않아서 학교도 못 가고 누워만 있다.

스페인에서 한 학기에 보통 30~36학점을 듣는데 프랑스에 와서도 난 30학점 듣기로 한 거에 더해서 스페인 학점 환산도 안 되는 6학점을 더 듣겠다고 해서 36학점을 듣고 있다.
교환학생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거지?ㅋㅋ


니에 갱신 씨따 잡아야 하는데 월요일 금요일로 무조건 고집하려니까 어렵다... 학교 수업은 하루만 빠지고 주말 껴서 마드리드 다녀올려니 선택의 폭이 좁다ㅜㅜ
교수님들은 물론 다 이해해주시겠지만 수업 빠지면 나만 손해고 그냥 싫다.


여기서 제일 가까운 낭트에서 마드리드까지 직항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닌데,
거기에 프랑스 기차는 3개월간 파업이라 일주일에 3일, 4일만 운행하는데 낭트 공항까지 기차 타고 가는 날도 잘 봐야 한다 ㅠㅠ 아 진짜 프랑스 파업 징하다...
내가 원하는 주는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기차 운행을 안 한다.
비행기표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여기서 낭트를 왔다 갔다 하는 방법이 없다.
아 정리가 하나도 안돼서 머리 아프다.


나는 과연 씨따를 월요일 혹은 금요일로 잡고 수업은 하루만 빠지면서 낭트 기차와 마드리드 직항 비행기를 타고 왔다 갔다 잘할 수 있을까.


2주 뒤부터 학기말 과제 제출 시작인데 생각도 하기 싫다
*한 가지 장점은 프랑스 여기 시골 물가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보다 비싼데 돈 쓸 시간과 장소가 없어서 돈이 남는다...
마드리드는 바빠도 돈 쓸 데는 많은데...
#수업많이신청한내잘못


씨따 : 외국인 경찰서 업무 예약을 뜻함

니에 갱신 : 유학생으로 살면서 매년 체류증 갱신을 해야 함.


요즘 들어 1년 전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생각이 많이 난다. 마침 이때 스페인 체류 연장 때문에 머리 아팠던 때였는데 오늘에서야 이번 연도 새로 갱신한 결과가 나와서 이 날의 일기가 떠올랐다.


보통 한국의 대학생들이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오면 두 과목, 혹은 많아야 세 과목을 듣고 12~18학점을 이수해가는데 난 프랑스 교환학생 기간에 스페인에서와 똑같이 36학점을 들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의무는 없었는데 내 전공과 관련되어 프랑스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수한 과목들(예를 들어, 그 지방 고유의 문화유산, 와인학, 프랑스어 등등)이 있어 일부러 욕심을 냈다.


교환학생들은 일주일에 2, 3일 학교 가고 나머지는 여행 다니며 노는데 나도 그와 같은 시간을 꿈꾸며 간 건 사실이다.

그런데 수강신청하며 그 스페인에서 존재하지 않는 과목들을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던 것 같다.

속으로는, 그래, 난 젊으니까 공부도 하고 토요일, 일요일 주말 이용해서 잘 여행도 다니며 놀 수 있을 거야!!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


스페인에서도 월화수목금 매일 아침부터 학교 가고 저녁 밤새며 시험공부하고 과제하느라 토요일, 일요일은 방전되어 방 안에서 꼼짝도 안 하는 게 늘 있던 일인데, 프랑스에 갔다고 없던 힘이 나고 주말에도 무한 에너지로 여행 다닐 수 있을까. 잘 못 된 판단이었다.


스페인이나, 프랑스나. 나의 일상은 학교 집 학교 집 변한 게 없었다. 거의 매주 주말도 없이 토요일 아침부터 도서관에 가있거나 친구랑 만나서 과제했었다.

그 이후에 난 급격히 이 곳에 왜 왔는지에 대한 허무함에 휩싸여서 프랑스 북부지방의 매일 비오는 흐린 날씨와 함께 우울함에 허우적거렸다.


이 이후의 이야기는 차차 일기를 복사해오고 써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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