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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Dec 08. 2021

<뜨개로그> 꼬여버렸따!

엉킨 실을  푸는 방법

대바늘로 안뜨기, 겉뜨기만 할 줄 알다가 우연히 코바늘 뜨개를 시작했다. 소금만 가지고 요리하다가 다시다가 생긴 기분이었다. 코바늘의 멋진 점은 무한한 확장성에 있다. 바늘 하나와 실만 있으면 지구를 덮는 큰 천을 뜰 수도 있다.


 대바늘은 두 개의 바늘이 한쌍으로 움직인다. 둘이 연결된 줄도 있는데, 원통형으로 된 모자를 뜨려고 보니 뻑뻑하게 당겨서 불편했다. 그에 비해 심플한 코바늘은, 혼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편물을 늘려간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세계였다.

 도안을 볼 줄 몰라서 감으로 사이즈를 재면서 뜨다보니, 뜨다 풀다 반복하는 일이 흔하다. 그리고 꼭 엉켜서 풀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 뜰 때 신나서 코바늘을 푹 찔러넣으면 실오라기가 걸린 채로 뜨개질이 이어진다. 다시 풀려니 환장 할 노릇이다.


 순서대로 푸는데 왜 엉키는거야!

 방법은 풀던가 잘라내던가 두 가지 뿐. 천천히 들여다보면 엉킨 곳이 보인다. 풀 공간이 없으면 과감히 자른다. 다시 묶으면 되니까. 꽉 묶인 운동화 끈을 풀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한쪽 매듭을 살살 당겨본다.



 요즘 내 머리 속의 이야기들이 실처럼 엉켜있었다. 메모장에 생각나는 것을 모두 적어놓고, 어떤 순서대로 해볼까 하다가 잠드는 날들이 이어졌다. 엉킨 실은 한 덩이 공이 되었다.


 풀거나 잘라내야한다.


 천천히 들여다보니 풀 공간이 보인다. 하나씩 풀어보자.


 찾았다!


 <잘 하려는 마음>과 <겨우 이 정도로 뭘>이 엉켜있었다. 아마 더 냅뒀다면 <대충>이라는 쪽가위로 잘라버렸겠지.

 망설이면 엉킨다. 시원시원하게 계속 떠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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