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맛 2026

3/12~3/26

by Julie


지난 2022년에 쓴 <봄의 맛>


3/12 목요일



삼 월이 가기 전에
쑥을 세 번 먹으면 좋다

이런 말이 있다고 엄마가 말했다. 쉬는 날 시장에서 여린 햇쑥과 달래, 해녀 미역을 사 온 참이다. 28일로 마감한 2월이 지난 지 얼마 안 되어서 봄이라기엔 멋쩍은 3월 초다. 아직 추운 것 같은데 언 땅을 뚫고 쑥쑥 자란 쑥이 기특하다.


제철 쑥은 최대한 가열하지 않고 먹는 것이 좋다. 밀가루만 살살 묻혀 쑥전을 해 먹거나, 쌀가루를 훌훌 묻혀 쑥버무리를 쪄낸다. 쑥 버무리는 실제로 먹어본지가 까마득하다. 고등학교 때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농사도 지으시던 친구 어머니가 자연에서 난 것들로 간식을 가끔 해주셨다. 쑥버무리도 그중 하나다.


시장 물가도 올라서, 한 끼면 사라질 나물들도 한 봉지에 오천 원씩은 받는다. 전엔 삼천 원하던 것들이다.


달래는 옷가게 아주머니한테 사서, 속초사랑카드로 5천 원을 냈다. 슈퍼 앞 골목에는 매일 아침 직접 만든 국산두부 아주머니가 계시다. 여기선 한 봉지에 2500원짜리 순두부를 두 봉 샀다. 해녀 아주머니가 직접 파는 해녀미역은 한 단에 5천 원이다.


생선거리 나온 거 없나 어물전에 갔더니, 성에 안 차는 잔잔한 열갱이가 있었다. 그래도 앞바다에서 잡은 거라 10마리 만 오천 원을 주고 샀다. 한 두름에는 2만 5천 원이었다.

원래 이만 원인데 만오천 원에 줄게
그럼~ 오늘 들어온 거야 앞바다 열갱이


엄마가 미역은 무침을 한다고 한다. 바락바락 빨아서 떫은맛 빼고, 적당히 썰어 연두 조금, 다진 마늘, 들기름 넣고 말이다. 쌈 거리는 따로 큼지막한 거로 빼놓았는데, 깜빡하고 들기름을 여기에 부어버렸다. 큼지막한 미역은 무치고, 약간 작은 미역을 쌈 싸 먹지 뭐.



쑥은 자세히 들여다보며 잡풀이 섞여있으면 골라낸다.


쑥이랑 냉이로 전을 할까?

아, 이제 두릅이 나면 두릅 튀김도 맛있겠다. 파는 곳을 찾아다닐게 아니라 내가 만들면 되지.




양조간장에 새콤달콤한 초밥용 식초를 섞었다. 없으면 식초에 매실청이나 설탕을 추가한다. 쑥이나 달래가 양이 많으면, 일부는 전으로 부쳐 먹으면 맛있다.


달래 전은 씹는 맛이 있고

쑥전은 은은하게 향긋하다.

몇 년 전에 쑥가래떡을 한창 사다 먹은 적이 있는데, 자연쑥이라면 이렇게 색과 향이 진할까 싶어 그다음엔 사 먹지 않았다. 쑥음료에서 나는 진한 맛이 아니라, 여리고 은은한 쑥향이 나서 좋았다.


나머지 쑥은 씻은 상태로 생콩가루를 훌훌 묻힌다. 인절미 겉에 묻히는 볶음콩가루가 아니라 생콩가루다. 하나로마트에서 샀다.

된장국에 간이랑 다 해서, 제일 마지막에 콩가루 묻힌 쑥을 넣는다. 아주 잠깐만 끓이면 된다. 쑥을 넣고 나서 바닥에 남는 콩가루까지 싹 털어 넣는다.

봄의 별미 콩가루쑥국 완성!

냉이로 해도 맛있다. 생콩가루가 익으면, 면보에 물기를 꼭 짜낸 두부를 먹는 느낌이 든다.

앞바다 열갱이도 굽고

미역도 무쳐서

맛있는 제철 식사를 했다.

후식은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 참외다. 껍질째 먹으니 질깃한 식감이 느껴진다.


3/16 월요일

올해 들어 두 번째 쑥 먹은 날. 아직까지는 여린 쑥이다. 1 봉지 5천 원.

쑥 향이 은은하게 향긋하다. 쑥전을 맛있게 먹었다.

너무 강한 쑥향은 인공적인 것이구나 다시 한번 느낀다.


3/23 월요일
봄에 쑥 세 번 먹으면 좋아
쑥 5천원


세 번째로 사 온 쑥을 골라내며 엄마가 말했다.

점점 세지기 시작하네




쑥전에 간은 약하게 하고 초간장에 먹는 게 맛있다.


울릉도 취나물 5천원

쑥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산 울릉도 취나물도 5천 원. 조금 더 주셨다.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무쳤다.

취나물은 무쳐먹고

남은 쑥은 콩가루 쑥국이다.



3/24 화요일/ 보람마트에서 햇양파 구입


마트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런 제철 나물만큼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엄마들이 각자의 동네에서 제철에 따고 캐온 것들이라, 알아보고 사가는 사람들만 이 맛을 누릴 수 있다.


대형마트는 대형마트만의 역할이 있다. 시장의 농산물 소매 가게도, 골목의 아주머니들도 각자 자신들만이 선보일 수 있는 식재료를 판다.


양파 7천원

아직 대형마트에선 묵은 양파만 파는데, 시장 보람마트에 가니 햇양파가 있었다. 직접 서울 가락시장에 가서 물건을 해오는 집이라서 그렇다. 양파철에는 양파가,마늘철에는 마늘이 수북이 가게 앞에 쌓인다.


최근에 대형마트에서 사 온 묵은 양파는, 겉 부분이 무르고 속에 심지가 박힌 것이 대부분이었다. 속초사랑카드로 양파값 7천 원을 냈다. 햇양파는 겉껍질도 속이 비치는 얇은 느낌이다.



3/26 목요일/ 트럭에서 산 보성쪽파


아마도 보성 율포에서 왔을 쪽파 3단이 집에 온 날.


엄마가 우체국에 가다가 과일가게 앞 트럭에서 쪽파를 파는 걸 봤다고 한다. 그냥 가려다가 과일가게 사장님도 사기에 엄마도 샀다.


가만있어봐요
돈 찾아서 올게요


우체국에서 돈 찾아다 사서 다시 집에 갖다 두고 시장에 다녀왔다. 보람마트는 이런저런 운영비가 드니까 2단에 만원인데, 트럭 아저씨는 1단에 4천 원, 3단에 만원에 준다고 했다. (4월 4일에 다녀온 양양 오일장에서도 1단에 4천원이었다.)


문제는 쪽파 까는 게 힘들다는 것이다. 엄마는 평소에 파김치를 2단 정도만 담그다가, 이날이 처음으로 파김치를 3단이나 담아본 날이었다. 쪽파 손질만 한 시간 넘게 걸렸다. 마늘 까기, 멸치 손질에 이어 쪽파 까기도 만만치 않게 품이 드는 일이다.



그래도 양이 많으니, 넉넉히 담아 이모도 나눠줄 수 있다.


봄의 맛 1편 끝.



+추가) 쪽파가 보성 율포에서 왔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10년 전 내일로 여행을 갔다. 보성 녹차밭이 보고 싶어서 1박을 했다. 지금은 호텔이 더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그땐 펜션밖에 없어서 1박에 5만 원을 주고 예약했다. 버스로 가기 어려운 곳인지, 사장님께 전화하면 픽업도 해주셨다.


도착해 보니 조금 걸어 나가면 율포 해변이라는 바닷가가 있는 마을이었다. 바닷가에는 해수 사우나가 있었고, 뒤 돌면 천지에 쪽파밭이 있었다. 펜션은 황토로 만든 한옥에 툇마루가 있고, 마당 쪽으로 문이 3개 나 있었다. 각각 원룸 형식의 방이 딸린 구조였다.


한가한 때라 손님은 나 혼자였다. 중년 여성인 사장님은 심심하셨던지 같이 동네 카페에 빙수를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빙수도 사주셨는데, 해수 사우나 쿠폰도 주신다는 걸 겨우 말렸다. 같이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여기 동네에 은근히 알부자가 많아~이 쪽파 팔아서

아가씨도 여기 시집가~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