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대화문 활용하기
촛불이 타오르고, 별이 빛나고, 바람에 커튼이 흔들리는 이곳은 단연코 스파였다.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혼잣말을 하고 싶게 만드는 곳이었다.(p211)
여자는 관찰 프로그램 속의 사람들처럼 혼자 있는 공간에서 어떤 행동을 하면서 이렇구나 저렇구나라는 혼잣말을 하며 집에서 지내본 적이 거의 없다. 그저 간혹 집에 있는 화분의 식물에게 물을 주며 “잘 자라고 있니? 오늘은 햇볕이 좋지? 바람 쐬러 베란다로 나가자.” 라며 건네는 말이 혼잣말의 전부다.
어제 여자는 인스타의 댓글을 달며 ‘오늘’이라는 단어를‘노을’로 적고는 금방 수정하면서 ‘오늘’이라는 단어의 자음을 서로 바꾸면 ‘노을’이 된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여자는 두 단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오늘 하루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쉼의 장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하는 노을을 보며 감사의 시간을 갖는 것이 일상의 소소하지만 아주 큰 선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타가 나면서 알게 된 단어의 첫 글자들의 자리 교환으로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였던 ’ 오늘‘과 ’ 노을‘이라는 두 단어가 관계성을 가진 단어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문득 여자는 말도 그렇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와 나누는 말도 그 말을 구성하는 단어들로 상대와 내가 관계성을 갖게 되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혼잣말이라도 화분에 있는 식물에게 자꾸 말을 건네다 보면 그 식물이 길가에 있는 스쳐 지나는 평범한 식물이 아닌 자신만의 반려 식물로 특별함을 가지게 되는 것과 같이 어쩌면 관찰 프로그램 속의 사람들처럼 텅 빈 공간에 혼자 있는 시간, 어떤 행동을 하는 자신에게 혼잣말을 건네다 보면 자신과의 관계가 더 깊어져 스스로에게 애정이 더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던 혼잣말이라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표현임을 글을 쓰며 알아 간다. 여자는 지금부터라도 마음속으로만 되내듯 해 오던 말들을 혼잣말로 입 밖으로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래, 시작해 보자! 넌 뭐든지 해낼 수 있어! 오늘 안에 얼른 써서 발행하자!”라는 혼잣말을 시작하며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는 방법을 또 하나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