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랙빈 Feb 22. 2024

블랙빈에게 쓰다

34 남의 말을 엿듣는 사람이 되자

자신의 결점을 솔직하게 쓰면 처음에는 부끄럽지만, 그다음에는 스스로를 점검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감사하게 된다.(p206)


낸시가 권하는 대로 남의 대화를 엿들고 그때 들은 내용으로 글을 시작하기 위해 카페에 가 앉아 있으면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렇게 남들이 하는 대화로 그 사람들을 순간 판단하는 낸시처럼 여자도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힐끔거리게 될까?


생각 끝에 여자는 남의 말을 엿듣기 위해 어디론가 가는 대신 TV를 틀었다. 막장의 드라마를 찾아 일상의 삶을 나누는 드라마 속의 인물들의 대화를 지켜본다. 그 장면들을 바라보며 여자는 낸시처럼 자기 식대로 판단한다. 꼰대 같은 사람을 보고 왜 저렇게 밖에 못하지라든가, 경우가 없는 젊은 엄마와 그 자녀들을 보며 나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혹은 우리 애들은 저러지 않는데라는 식으로 저울질하며 평가한다.


가끔  여자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뒷담화를 할 때도 있다. 그런 가십들을 나누는 것으로 사람들과의 결속력을 다진다 생각하며 뒷말을 근사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포장하며 그 험담을 일반적인 사람들의 의견인양 말을 섞는다.


여자 안의 못됨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누군가에 대해 저울질을 하고 그렇게 저울의 아래쪽으로 상대를 내려놓는 것으로 자신의 위치가 올라간다는 얄팍한 심리가 무심결에 작용한다. 여자는 자신만 이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다는 식으로 자신의 못됨에 당위성을 부여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나 다음날 아침이 되면 그 사람들과 나누었던 말들이 여자를 부끄럽게 만든다.


괜한 헛소리를 했다는 자각과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대한 자책으로 자괴감에 빠진다. 낸시처럼 ‘넌 정말 못된 인간이야!’ 라고 스스로를 책망한다. 그렇게 여자는 자신이 한 행동이나 말로 자신 안에 있는 못됨을 살펴본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잘 숨겨두었던 모난 마음과 다스리지 못한 세치 혀가 쏟아낸 말들을 되새김하며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이내 자신 안의 못됨을 확인하는 혼자 말을 한다.  


“누구나 이 정도의 못됨은 다 가지고 있을 거야. 난 성인군자가 아니야... “  여자는 이렇게 혼자 말을 하는 자신에게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인간의 본성은 악함에 있다’는 성악설을 받아들인다.





작가의 이전글 블랙빈에게 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