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실패의 가능성을 받아들여라
실패는 우리를 몰락시킬 수도, 성장시킬 수도, 그 둘 다일 수도 있다.(p219)
오늘 낸시는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거절을 편지를 써보라고 한다. 작가가 아닌 출판사의 입장이 돼서 글의 객관적인 평가를 해보라고 말한다.
여자는 자신의 글이 수용되지 않고 거부당한 이유, 실패한 이유를 설명하는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이 썼던 글을 다시 읽는다. 초고를 쓰고 퇴고를 하고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발행했던 브런치의 글을 찬찬히 읽으며 감정에 따라 일관성 없이 널뛰듯 휘둘리며 쓰여 있는 글을 발견한다.
친절하지 않는 글은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을 설명하기보다는 결과의 상태를 표명하기에 급급하다. 왜 그런지 무엇 때문인지에 대한 처음과 중간의 서사보다 마지막 자신의 입장만 두드려져 보인다. 솔직하게 말해야 할 글에서 자신을 감추고 숨길 단어만 찾아 나열해 두었다. 이럴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포장하는 변명의 말로 채워진 글은 알아달라고 애원하고, 이해해 달라는 부탁의 표현이 전부다.
아직 모자라다. 한참 부족하다. 여자는 미진한 글을 발행했다는 것을 자각한다.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구실을 나열하는 글이 아닌 솔직하고 직관적인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을 더 깊고 오래 들여다보고 객관화하는 시각으로, 한 점이나 선에서 이어진 면으로 공간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배우고 그 공간을 솔직함으로 채울 힘을 키워야 함을 깨닫는다.
그렇게 거절과 배척으로 생겨나는 좌절과 멈춤의 시간이 아닌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시간을 가져야 함을 스스로 깨닫는다. 여자는 자기가 쓴 글에 어느새 익숙해진 자신의 눈에 새로운 시각이 필요함을 알아간다. 그리고 거절의 문장이나 냉혹한 좌절의 말이 상처와 추락의 말이 아니라 더 성숙된 자신을 끌어내는 마중물이고, 그 마중물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배운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주위를 둘러보며 겨우내 살아남기 위해 자신 안의 수분을 쏟아내 말라비틀어져 있던 나무가 자신이 내어 놓았던 땅 속의 수분을 다시 끌어당기고 봄의 화사한 햇살과 바람이 아닌 미세먼지와 황사의 바람에도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본다. 한 잎 한 잎 여리고 어여쁜 연초록의 새 순으로 채워지는 나무를 보며 용기를 얻는다. 시련을 견디고 이겨내야 잎이 나고 또 꽃을 피울 수 있음을 이 봄, 나무에게서 배운다.
2024년 4월 4일, 오늘부터 다시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