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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빈 May 02. 2024

 블랙빈에게 쓰다

42 그냥 일기를 전부 모아서 책으로 내면 안 되나요?

일기는 보통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록한다. 서사는 당신이 그 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서술한다.(p227)


새 해를 시작하며 일기로 사용될 노트를 구입하고 그곳에 사랑하고 감사했던 시간보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흔들리고 미움과 분노로 넘어지는 자신을 쏟아내는 여자의 일기는 그날 무슨 일을 있었는지를 기록하는 용도가 아니라 그날의 자신의 감정을 덜어내는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사용되고 있는 여자의 일기장은 여자에게 판도라의 상자다. 해서 여자는 한 해의 마지막 날 자신의 묵은 감정들이 담겨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타인에 의해 열리는 일이 없도록 상자를 부셔서 없앤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 2022년 아티스트웨이를 하면서 모닝페이지로 활용했던 일기장이다.


여자에게 일상의 기록은 일기가 아닌 다이어리 일정표에 기록되어 있다. 오늘 무엇을 하고 내일 무엇을 할지 그리고 어디에 가고 누구를 만나고, 만나서 무엇을 했는지가 간략하게 다이어리에 기록되어 있다. 2022년부터는 일반적인 다이어리 대신 아이코닉 A5 모눈노트에 일상의 기록과 독서기록을 함께 하고 있다.


감정 쓰레기통인 일기장이 아닌 일상의 일과 책으로 보낸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기록의 산물인 다이어리를 보면서 그 시간으로 무엇을 배우고 어떤 것을 얻었는지 살펴본다.


여자는 일기를 쓰면서 버리고 쏟아내는 감정들로 잠식당했던 시간과는 다르게 다이어리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들을 보면서, 일상에서 발생되는 상황들에 대한 자신의 행동의 서사를 서평으로 표현했음을 깨닫는다.


책을 읽고 언어적 재현 양식인 서평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보살핀다. 허구의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이 살아내는 시간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기 개발서나 인문학 도서를 통해 얻게 되는 관조적 견해가 주관적인 서사로 바뀌면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겪었던 경험을 서평에 담는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비타민을 챙겨 먹듯이 글을 쓴다. 그렇게 자신의 실재성을 확인하고 구체성을 계획하고 있다.


간절하고 절박했던 삶에서 여자의 서사敍事는 서정敍情이 보태어진 서평으로 조금씩 완결完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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