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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웩 Jul 14. 2023

나는 어느새 내가 되고 싶던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저는 5년 전의 제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었어요."


대화 중 무심코 뱉은 말이었지만 돌이켜 생각하니 정말 그랬다.




5년 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무렵 나는 부단히도 많이 울었다.


돈이 벌리지 않아서?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인간 관계가 힘들어서?


아니, 그저 스스로 얼마나 무능한 지 절감해서였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모두 저마다의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내 눈에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 눈에도 그랬다.


존재감이 강렬한 팀원들 사이의 평범한 사람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나였고, 어느 정도 다른 사람들 눈에도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간절히 바랐다.


나도 나만의 색으로 빛날 수 있기를, 특별하게 보이기를,

그래서 다른 누구에게도 대체되지 않을 사람이 되기를.


내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고 싶었고,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고 싶었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일을 했다.


사실 처음 시작할 무렵의 나는 내가 사업을 한다는 인식조차 없었지만, 그래도 그저 열심히 일했다. 교육 프로그램 기획부터, 준비, 진행, CS, 더 나아가 마케팅(이라고 그것을 부를 수 있다면)까지 그저 했다.


정말 많이 울었고, 체력은 한계에 부딪혔고, 더 이상은 못 하겠다며 포기 직전까지 간 적도 여러 번이었다.

진짜 더 이상은 일을 못 하겠어서 도망가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별로 이룬 게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돌아보니 나는 그때의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만의 색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고, 누군가의 특별한 사람이 되었으며, 없으면 안 될 사람이 되었다.

정식으로 출간 계약을 맺어 책을 쓰고, 외부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정말, 내가 간절히 바라던 그런 삶을 어느새 살고 있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 그런 의문이 들었다.


'이 모습이 정말 내가 원하던 건가?'


누군가가 보면 정말 부러워 할 모습이 되었는데도, 5년 전의 내가 정말 바랐던 그런 모습이 되었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깨달았다.

현재의 내가 간절히 바라는 그 삶의 방향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그곳에도 역시 별 거 없을 지도 모른다는 걸.


몇 년 후의 나 역시 '이 모습이 정말 내가 원하던 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걸 미리 알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로 바라는 행복과 자유는 결과에 있는 게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동시에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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