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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Jul 02. 2021

미쳤다.

날씨가

제대로 미쳤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하면서 이곳 겨울이 춥다는 것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우리 가족이 알고 있던 것처럼 이곳의 겨울 날씨는 기대에 부응하듯이 영하 30도와 영하 40도를 우습게 넘기는 추위를 보여줬었다. 첫해 겨울에는 생각보다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영하 25도에도 아이들과 동네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팅을 즐기기도 했었다. 10여 년이 지나면서 우리가 느끼는 겨울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강설량이 줄어들었다. 눈이 오는 날이 일주일이면 4~5일씩 눈이 내리던 것이 최근에는 반대로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만 눈이 오는 정도로 변화가 생겼다.

여름 날씨는 햇빛이 강한 날에도 그늘에만 들어가 있어도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이고 햇빛이 쨍쨍한 날 주차장에 자동차 문을 열고 들어가도 한국처럼 습도가 높지 않아서 깐 따끈한 정도의 느낌만 있을 뿐 바로 창을 열고 환기를 시키거나 에어컨을 틀면 그런대로 시원해지는 정도였다. 이곳 캐네디언들이 가장 덥다고 하는 8월의 여름날이라고 해도 30도 이상의 온도가 며칠만 지나면 20도 후반으로  내려가는 정도로 여름을 지내왔었다.


하지만 지난주에 일기예보는 6월 30일에 이곳 에드먼튼의 온도가 40도로 나와 있었고 실제 그 온도에 기록이 세워졌다. BC주의 Lytton이라는 도시는 캐나다 역사상 가장 높은 여름 날씨 기록을 3일 동안 연속으로 갈아치웠다. 무려 28일에 46.6도에서 29일에 48도 30일에 49.6도! 믿기지 않는 숫자가 보였다. 밴쿠버 경찰은 관할 지역에서 이번 폭염으로 100여 명의 사망자가 추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겨울에 가끔씩 온도계를 통해 봐 왔던 숫자에서 마이너스를 떼어내고 오롯이 숫자로만 나타나는 온도가 이곳에서 여름에 경험한 날씨라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을 온도의 날씨가 현실이 되는 것을 보니 정말 지구 온난화라는 것이 이미 우리들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뉴스에서 일기예보를 보고 캡쳐한 사진


오랜만에 한국에 누님 댁에 영상통화를 하며 이곳 날씨를 이야기하니까 몇 해 전에 다녀간 누님은 그렇게 시원한 곳이 이제 한국보다 더 더워져서 어떻게 하냐며 한걱정을 한다. 앞으로 한국도 여름이 더 더워질 것 같다며 본인보다 자식들 손주들 걱정이 더 먼저 앞서는 말을 듣고 나니 과연 우리 후손들이 어떻게 이 재난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캐나다의 환경문제를 보면 한국보다 훨씬 여유롭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단순하게 쓰레기 수거를 비교해 보더라도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음식물 분리수거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매주 정해진 요일에 구역별로 일반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만 구분해서 집 앞에 내놓으면 쓰레기차가 수거를 해가는 것이 전부였다. 몇 해 전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캐나다는 땅이 넓어서 아직도 쓰레기를 묻어버릴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굳이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말을 듣고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최근 앨버타주의 수도인 이곳 에드먼튼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서 수거하기로 결정을 했고 세대별로 240리터 대형 일반쓰레기 카트와 120리터 음식물 쓰레기 카트를 배달해주고 분리수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에드먼튼 Garbage Truck 수거 장면

캐나다가 아무리 국토가 넓고 묻어버릴 곳이 남아돈다고 했어도 진작에 분리수거를 시행했어야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집 앞을 산책하거니 동네 골목길을 다녀도 항상 나무와 잔디가 푸르게 펼쳐져 있는 곳이 앞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더 나은 자연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일상생활에서 작은 변화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과거에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셔츠를 하루만 입어도 옷을 안 빨 수 없을 정도로 매연이 심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이곳은 도심에서 운전을 오래 하고 시내를 활보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도 그다지 옷에 매연이나 도심 먼지로 인한 얼룩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민하기 전에 만성 비염을 달고 살다가 이곳에 도착해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나의 콧물과 재채기는 이곳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이곳으로 이민한 주변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에드먼튼은 북미 내륙에 위치해 있어서 건조한 지역이기 때문에 습도가 낮다. 덕분에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찜통더위라는 말은 모르고  살아간다. 하지만 바닷가를 끼고 있는 BC주의 밴쿠버와 그 주변 도시들은 습도가 높은 편이다.  밴쿠버 인근 지역에서 이번 기록적인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한 것을 보면 습도가 높은 지역이 고온으로 인한 열사병으로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 같다.

이 같은 사태는 기후변화로 인한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더위를 열돔현상(Heat Dome)으로 생긴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반구형 모양으로 가둬놓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날씨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라고 AP 통신이 전했다.

캐나다와 미국의 기상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더위가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워싱턴대 교수는 "우리는 경험상 기후변화가 폭염의 빈도와 강도, 지속기간을 악화시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갈수록 이 현상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여름철 폭우와 폭염이나 이곳에서의 살인적인 열돔현상이 앞으로 익숙해질 일상의 하나가 된다면 과연 우리 후손들은 어떻게 그 난관을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당장 후대의 일이 아니라 우리들의 직면한 환경문제를 하나씩 점검하고 고쳐나가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온난화에 조금이나마 대비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길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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