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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Mar 07. 2022

다시 하얀 눈이

온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면 좋겠다.











입춘도 지나고 엊그제가 경칩이라서 이제는  동장군이 다 지나가신 줄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이틀을 연속해서 소복소복 눈이 많이도 내리셨다. 역시나 겨울왕국인 에드먼튼이라는 동네가 남북한이 대치중인 대한민국 휴전선의 북위 38도보다도 훨씬 위쪽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분명한 모양이다. 백두산이 위도 42도에 위치해있고 내가 사는 동네가 위도 53도에 자리 잡고 있으니 추운 날씨나 함박눈이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3월에 들어서서 그랬는지 아니면 한국에서 봄소식이 들려와서 잠깐 마음을 놓고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다가오는 봄을 밀어내듯이 하얀 눈이 끊임없이 내렸다.

아! 추운 겨울이 그만 떠나갔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이 추운 시기에 저 먼 동유럽의 유크레인(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해서 부모형제가 뿔뿔이 흩어져 생사를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캐나다에는 유크레인에서 이민을 와서 사는 사람들이 100만 명이 넘고 그들의 이민 역사도 꽤나 오래되었다. 그래서인지 에드먼튼에는 유크레인 민속마을도 있고 그들 나름의 전통을 지켜가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나와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 중에도 유크레인 출신이 몇 명이 있는데 요즘에 그들의 얼굴에 온통 걱정이 가득하다. 어떤 친구는 고향에 있는 부모형제들 소식도 끊어져서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 당장 달려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싶지만 그저 가슴 졸이며 안전하게 지내고 있을 거란 희망을 갖고 기도만 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그 친구를 위해서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서 전쟁이라는 불행의 역사를 하루빨리 중단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맞이하길 기도해 본다.




한국에서 생기고 있는 이런저런 상황들도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닌듯하다. 대통령 선거도 코비드 확산 소식도 모두 먹구름이 가득한 해질 무렵같이 느껴진다.


우리 같은 해외 거주 한인들은 선거 시기에 나름의 고민을 갖고 산다. 바로 투표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자리하고 있는 토론토, 밴쿠버 같은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사정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에드먼튼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투표를 하기 위해서 이곳 에드먼튼에서 밴쿠버까지 이동하는 문제가 그리 쉽지 않다. 비행기로는 왕복 세 시간, 자동차로는 편도 13시간을 운전하고 갔다가 하룻밤 묵고 그다음 날 다시 13시간을 운전하고 돌아와도 빡빡한 일정이다. 게다가 휴가도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에 재외국민 투표를 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결심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대선 주자로 끝까지 완주를 외치다가 또 철수를 하신 양반이 있어서 헛돈 쓰고 왔다며 탄식을 내뱉는 지인을 만났다. 밴쿠버로 투표하러 다녀온 시간과 비용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며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야당의 대선 주자가 에티켓을 모르는 건지 권력이 있다고 안하무인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건지 모를 구둣발 사건을 보고 실망했고, 여당의 대선주자는 명확히 밝혀진 게 없는 상황에서 대장동인지 소장동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불편한 진실을 못 본 체할 수도 없다며 차라리 공중 부양한다는 기인을 뽑는 것이 조국을 위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신세한탄을 늘어놓으니 듣기에도 참 마음이 불편하다. 

차라리 영부인이 될 사람의 경제적 식견으로 판단해서 몇십억을 부풀려서 주식으로 사기 치는 사람보다 법인카드로 초밥과 샌드위치 먹는 사람이 더 믿을 만 한건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는 사람도 만나 보았지만 참으로 암담하기 그지없다. 

대통령이라는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의 됨됨이가 향후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와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 분명한데 거대 양당에서 내세운 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서 부끄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온전히 내 몫으로 남아서 개운하지가 않다.


어찌 되었든 국민의  표 한 표가 모여진  선택이 앞으로 몇 년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결정할 것이다. 온통 쓰레기 같은 이야기로 유치한 토론이나 늘어놓는 정치인이 아닌 비전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서 국가 발전에 힘쓰는 지도자가 나오는 날이 오길 고대해 본다.


출근길 주변 풍경

비록 한국에서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지만 이곳에 틀간 쏟아진 하얀 눈으로 강원지역에 발생한 산불을 꺼줄 수만 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렇게 새하얀 눈처럼 세상 온갖 지저분한 것들과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덮어버리고  밝게 비춰줄 귀인이 나타나길 바라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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