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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Jun 20. 2022

Jasper에서 캠핑

2박 3일

여행 둘째 날










첫날의 장거리 운전 때문에 피곤한 탓에 일찍 장작불을 고 트레일러 안에 들어가 아내와 함께 와인 한잔씩 나누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 아들과 딸이 잘 성장해 주었고 대학졸업 후에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에 근무하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아내의 마음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들과 딸이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이며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나의 생각에 아내도 동의하면서 딸아이가 좀 늦은 시간에 들어오는 것에 좀 더 관대해지라는 충고를 한다. 나는 꼰대 근성을 보이며 험한 세상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가능한 안전을 위해 일찍 귀가하고 더불어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도 더 만들면서 살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이렇게 저렇게 아이들 변호인 역할을 해주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아니지만, 노파심에 걱정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내 입장도 아내에게 설득해 보고 늦은 밤까지 아내와 열띤 토론을 나누다가 아내에게 보란 듯이 내가 딸아이와 얼마나 친한지 자랑삼아 집에 있는 둘째와 문자로 짧은 대화를 나누어본다. 그런 모습을 보는 아내의 얼굴엔 그저 웃음만 가득하다. 마치 별것 아닌 자랑을 하는 유치원생 보듯이...

이렇게 분주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침낭으로 쏘옥.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시간에 눈을 떴다. 이런 캠핑장에서 아침시간에는 비몽사몽 느릿느릿 침낭 속에서 뒹굴다가 게으름을 있는 대로 피우는 것 또한 캠핑의 즐거움이다. 

아내는 벌써부터 일어나서 트레일러 안에 늘어놓았던 옷가지와 먹거리들을 정리하고 있다. 아마도 다른 사람이 보면 밖에 나와서도 아내를 부려먹는 못된 남편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열심이다. 옆 사이트에서는 벌써 모닝 불멍을 시작한 캐네디언 할아버지 할머니가 담소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제 우리도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해야겠다.

침낭에서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다가 문을 열고 나오니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이 없다. 오늘도 날씨는 정말 좋을 것 같다.

아침으로 간단하게 과일을 먹고 가까운 Athabasca Fall로 향했다. Icefields Parkway를 타면 Wabasso에서 자동차로 서쪽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Athabasca Fall은 재스퍼에 올 때마다 들러보는 장소로 여름철에 빙하가 녹아서 흐르는 물이 때마다 수량이 다르기 때문에 가끔은 물이 별로 없어 실망한 경우도 있지만 자연의 위대함을 보고 느끼기에는 충분한 곳이다.

Icefields Parkway
Athabasca fall 입구에서 바라본 폭포상류
Athabasca fall
Athabasca fall 하류

Athabasca 폭포 아래쪽으로 가는 석회암이 깎여서 만들어진 계단식 협곡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폭포입구부터 중간중간 만들어 놓은 전망대가 각각의 장면을 연출해낸다. DSLR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촬영하고 있지만 셀폰의 카메라만으로도 풍경을 담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사진 전문가는 다른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내가 보는 시각은 셀폰의 편리성에 비하면 사진이 꽤나 잘 나온다고 생각한다.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협곡 아래 Athabasca 폭포 아래 강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내려가서 강물에 발을 담그거나 돌을 던지며 물놀이를 하고 있다. 가끔 래프팅을 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몰려와서 여러 그룹이 하류로 노를 저어 내려가는 모습도 보인다.

다시 폭포 위쪽으로 올라와 잠시 벤치에 앉아서 햇살을 느껴본다. 따듯하다! 아직까지 아침 온도가 영상 10도 아래라서 나무 그늘에 들어가면 아직도 서늘한 느낌이 들어 따스한 햇살이 싫지 않다. 산 중턱 아래 그늘진 곳은 아직도 눈이 얼어붙은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 재스퍼와 밴프 국립공원이다. 어젯밤에도 한밤중 기온이 영하 1도였으니 낮 온도가 영상 10도 정도인 것도 그다지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햇살을 받으면서 아내와 다음 행선지를 정해 움직이기로 한다. 그동안 10년 넘게 캠핑을 다닌 곳이라서 웬만한 유명한 장소는 거의 다녀봤기에 새롭게 알게 된 트래킹 코스나 이름 없는 작은 호수에서 카약을 타는 것이 더 좋은데 오늘은 딱히 그런 곳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마침 점심때가 되어서 일단 재스퍼 번화가로 나가 점심식사를 하고 재스퍼 시내 뒷산에 있는 Pyramid Lake에 가서 카약을 띄우기로 했다. 


Pyramid Lake는 재스퍼 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리조트와 선착장이 준비되어 있어서 보트나 카누, 카약을 빌려서 탈 수도 있는 장소이다.

Pyramid Lake

막상 카약을 꺼내려고 보니 바람이 생각보다 세게 불고 있다. 호수 안에는 이미 렌탈 카약과 카누를 빌려서 호수를 누비고 다니는 관광객들이 여럿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날 맞바람을 맞으면서 패들을 젓는다면 저녁오랜 시간을 들여서 마사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부부는 알고 있다. 바람을 등지고는 편하게 앉아 충분히 즐길만하지만,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동안은 무조건 맞바람을 상대로 노를 저어야 하는데 이걸 경험해보지 않으면 전혀 모르고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호수 가운데에 있는 Pyramid Island의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눈으로 서로의 의사를 확인했다. 오늘 카약은 No! 아내와 나는 맑은 호수 위에 카약을 띄우고 유유자적한 시간을 잠시나마 느끼고 싶어서 재스퍼행을 택하고 카약과 장비를 챙겨 왔는데 패들을 저을 수 없어서 정말 아쉬웠고, 패들링을 마친 여행객들이 오늘 저녁에 느끼게 될 통증이 맞바람과 함께 밀려오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었다.

Pyramid Island를 둘러보고 Wabasso 캠핑장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재스퍼 시내로 내려가 캐나다 대표 브랜드인 Tim Hortons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잠시 다운타운을 걸으며 여행객의 기분을 내보기로 한다. 아내는 전에 들렀던 아웃도어 매장을 찾아 괜찮은 물건이 있는지 구경을 한다. 괜찮은 물건은 품질 대비 대폭 세일을 하는 게 기준이라 생각하면 된다. 매장 안에서 두리번거리다가 괜찮은 게 눈에 띄지 않자 바로 돌아 나온다. 하하.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눈으로만 하는 쇼핑을 끝내고 캠핑장으로 향했다.

재스퍼 시내

이제 캠핑장에 돌아가 아내와 함께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불멍으로 마무리하면 오랜만에 야외로 나온 캠핑이 끝나게 된다. 아쉽다.

돌아오는 길에 Wabasso Campground 입구 근처에서 눈에 띄는 표지판을 만났다. Whirlpool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니 뭔가 강물이 휘돌아 치는 곳이거나 소용돌이가 생기는 곳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 아직은 해가 지는 시간도 아니고 캠핑장에서 거리도 얼마 멀지 않아서 일단 그곳을 보러 가기로 했다. 10분 정도를 운전하고 표지판이 나타났는데 아무것도 없다. 표지판 서있는 곳에 다리만 하나가 놓여 있고 근처에 월풀 캠핑장 게이트가 닫혀 있어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 천천히 다리를 건너서 지나가도 특별하게 강물이 소용돌이치거나 하는 곳도 보이지를 않는다. 다시 차를 돌려 Wabasso Campground를 향해 다리를 건너려는데 소용돌이는 아니었지만 다리 중간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Whirlpool 다리에서 본 풍경

강물이 줄어 있어서 소용돌이는 볼 수 없지만 강을 둘러싼 울창한 숲과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봉우리가 자연의 위대함을 또다시 느끼게 해 준다.

Wabasso Campground를 향해 다시 운전을 하는데 길옆에 뭐가 검은 물체가 움직인다. 속도를 줄이고 나무 사이를 살펴보니 곰이다! 어미곰과 두 마리의 새끼 곰이 수풀 속에서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있다. 행여나 더 깊은 산속으로 숨어서 안보일까 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낸다. 찰칵찰칵. 줌으로 당겨서 찍는데 나무에 가려서 초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셀폰으로 멀어지는 곰들을 다시 잡아본다. 힘들게 몇 장을 찍었는데 곰가족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혼자 마음속으로 곰의 출현이 오늘 브런치 글감에 큰 덩어리로 쓸만할 것 같았는데 사진이 별로다. 아쉽다.


Wabasso Campground로 돌아와 장작에 불을 붙이고 아쉬운 두 번째 밤을 맞이한다.

Wabasso Campground Firefit

저녁을 먹고 해지는 11시까지 기다리다가 별구경을 하는데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별들이 머리 위에서 반짝인다. 아쉽게도 카메라에 잘 잡히지가 않는다. 셀폰으로도 찍어 보고 DSLR로 찍어도 까만 하늘만 보인다. 역시 별 사진은 어렵다. 물론 나의 사진 찍는 실력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하하.

Jasper 밤하늘 별밭

삼일째 아침이다.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트레일러 안에 짐 정리도 하고, 장작을 패던 도끼나 잡다한 도구들을 정리해 트렁크에 넣고 트레일러를 차에 연결하고, 모니터와 트레일러 뒤를 볼 수 있는 카메라를 연결하면 이제 출발이다.

캠핑장을 나오기 전에 덤프 스테이션에 들러 이틀간 사용했던 싱크, 샤워실과 화장실 물을 모두 빼버리고 물통에 남아있던 물도 모두 빼버린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 트레일러가 훨씬 가벼워진다.

Jasper 안녕! 다음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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