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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Mar 08. 2024

우리 동네 EPL

EPL을

구글에서 찾아보면









English Premier League라는 것을 제일 앞에서 볼 수 있다. 요즘은 유럽으로 진출한 축구선수들이 적지 않게 활동을 하고 있고, 특히나 1980년대에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 전설 같은 바람을 일으켰던 차붐의 차범근 선수를 시작으로 맨유(Manchester United)라는 영국의  프로축구팀을 한때는 대한민국 국민팀으로 만들어 놓았던 박지성 선수를 거쳐 토트넘 핫스퍼의 손흥민 선수, 울버햄프턴 원더러스황희찬 선수 같은 영국에서 활약하는 스타급 선수를 떠올리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EPL을 축구와 연관 짓게 다. 


하지만 캐나다의 에드먼튼에서 살고 있는 에드먼토니언들은 EPL을 보면 제일 먼저 에드먼튼 공립도서관을 떠올린다.

EPL 홈페이지 (Riverbend epl 안내)

 Edmonton Public Library는 에드먼튼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으로 모두 21개가 있다. 에드먼튼 시내에서 구역별로 나누어져 평일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도서관 이용객들에게 문을 연다. 주말은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오후 5시나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내부 시설은 오픈형 열람실, 도서자료실, 컴퓨터실과 지역민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Program RoomStaff Office 각각 구분되어 있다.


에드먼튼에 처음 도착해서 1년 동안 살았던 동네에서 가까웠던 Whitemud Clossing EPL은 비교적 규모가 큰 도서관이지만 방으로 나누어 놓은 열람실 없이 책장 가득한 도서관 안에 군데군데 놓인 데스크와 파우치 등으로 사람들이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구성을 해놓았다. 도서관 입구 바로 옆에는 벽난로와 소파가 놓여있고, 책을 대여하는데 필요한 키오스크와 도서반납을 하는 창구가 자리하고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책장에 엄청난 책들이 꽂혀 있고, 중간중간에  도서관 멤버십 카드만 있으면 한 시간씩 무료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도서관 내부에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이 있다는 것이 한국의 공립도서관과는 좀 다른 점이다.


도서관 안에서는 많은 이용자들이 가능한 한 대화를 작은 목소리로 하곤 있지만 그렇게 숨죽이는 정도로 귓속말하듯 말하는 사람은 없다. 어떤 아이들은 큰소리로 떠들거나 뛰어다니기도 하는데 이럴 땐 도서관 직원이 좀 더 조용히 하라고 부탁을 하거나 걸어서 다니라고 말해주는 정도이다. 내가 알고 있는 도서관의 분위기와 다른 풍경이다. 아마도 한국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사람들은 아이나 부모에게 엄청나게 눈살을 찌푸리며 막말까지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내하는데 이력이난 이곳의 캐네디언들은 이런 면에서도 정말 잘 참는다. 웃으면서 대처하는 직원과 눈만 좀 크게 뜨는 정도의 리액션을 보이는 게 다니까 말이다.




오늘은 수요일이라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팬데믹 이후로 업무환경이 바뀌면서 매주 수요일은 쉬는 날이 되었다. 그동안 수요일은 아침시간에 느지막이 일어나 아내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1층으로 내려가서 데이홈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아내를 대신해서 책을 읽어주곤 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서 언제까지 이렇게 뚜렷한 계획도 목표도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책을 읽거나 일상에 필요한 정보를 찾는 작은 목표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도서관을 찾게 되었다. 정말 대단한 결심이었다. 왜냐하면 그냥 노는 게 제일 좋으니까 말이다. ㅎㅎ


에드먼튼에 도서관이 20개가 넘지만 막상 집에서 가깝지 않다면 자주 가게 되지 않을 텐데 처음 에드먼튼에 와서 살던 동네에서도,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운동 삼아서 조금만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게 좋다.

간단하게 물과 간식을 챙기고 시간이 되면 커피도 한잔 준비해서 백팩에 넣고 길을 나선다. 차를 운전해서 간다면 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지만 그리 먼 거리도 아니고 산책으로 그냥 걸어가면 20분 내외로 걸리는 거리이니 나름 부담 없이 걸을만하다.

도서관 가는 골목길

집 앞 골목을 빠져나오면 Terwillegar Recreation Center가 보이고 바로 앞에 학교들이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가 함께 붙어 있는 Archbishop Joseph MacNeil Catholic School, 카톨릭 교육청 소속인 Mother Margaret Mary Catholic High School, 그리고 공립교육청 소속인 Lillian Osborne High School이 한 구역에 모여 있는 동네라서 골목만 나오면 넓은 운동장이 펼쳐져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라서 멀리 보이는 다운타운의 고층빌딩까지 탁 트인 시원한 전경이 보인다.

Carter Crest로 방향을 틀어서 가다 보면 골목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오늘은 구글맵이 알려주는 짧은 길로 들어선다. 작은 공원옆으로 돌아가는 지름길이다. 아직 눈이 덜 녹아서 군데군데 얼어있고 제법 미끄러운 얼음이 숨어있는 곳도 있다. 골목을 지나다 보면 부지런한 집주인이 사는 곳은 집 앞은 물론이고 인도까지 깨끗하게 눈을 치워서 걷기도 좋지만, 게으른 집주인(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은 인도는 고사하고 집 앞도 눈을 치워놓지 않아서 눈과 얼음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드문드문 빙판이 생겨 미끄러운 골목길을 빠져나와 레빗힐로드로 나와보니 멀리 도서관이 보인다. 녹색지붕 도서관이다. 이제 거의 다 왔다.

Riverbend square epl

Riverbend square의 도서관에 도착해서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동안 밀린 브런치 서랍글을 하나씩 꺼내서 다듬어 본다. 주변에 테이블은 과제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도 있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성인들도 보인다. 엄마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은 Program room에서 프로그램에 따라 율동도 하고 엄마 아빠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보인다.


Riverbend EPL

조용한 도서관에 가면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각자 가지고 온 랩탑을 펴고 인터넷 강의를 보거나 월간지를 가져다 펴놓고 나름대로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나는 이 평화로움이  좋은데 누군가 이분위기를 깨기 시작한다.

오후가 되어서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 지나자 아빠와 함께 들어온 아이가 테이블에 앉아 학교 숙제를 펼친다. 덧셈과 뺄셈을 하면서 아빠에게 계속 질문한다. 약간 귀에 거슬리는 소음처럼 쉴 새 없이 질문이 쏟아진다. 이럴 땐 보통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던지 아니면 사람들이 없는 한구석으로 가서 작은 소리로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 게 맞을 텐데 역시 이곳 캐나다에서 필요한 게 인내심이라는 게 다시 느껴지는 순간이다.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물론 대다수가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두 사람 목소리가 안 들릴 수도 있지만 책을 펼쳐놓고 집중하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집중력을 흩트려 놓을 만한데 말이다. 차라리 이럴 때에는 조용히 하라고 하는 것보다 나의  이어폰 볼륨을 키우는 게 더 쉬운 해결책이다.

도서대여 자동 체크기와 엄청난 양의 영화 CD 사이트

잠시 몸도 풀어줄 겸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서관 안을 한 바퀴 돌아본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 여성이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한쪽에서 에세이를 쓰며 지도를 고 있다. 이곳에서 파트타임의 과외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중고등학교 과목 중에서 Language art 가 은근히 어려운 과목으로 들어가다 보니 대학생들이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짬짬이 시간당 금액을 정해서 알바로 용돈을 버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 이 친구들도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듯하다. 우리 집 둘째도 대학교에 다니면서 Junior high school grade 8 학생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과외로 가르친 적이 있다. 대다수의 경우 조용한 스타벅스 같은 카페에서 만나 과외를 하거나 때로는 이처럼 도서관 안에 한쪽에서 만나 지도하기도 한다.



EPL 안내 이메일을 보면 도서관 이용객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열거나 도서 전시회를 하거나 저자와의 만남을 갖는 미팅도 개최해 주기도 한다. 예전에는 성인들이 EPL에서 책, 영화 CD, 게임팩 등을 대여할 때에는 무료로 대여하기 위해서 처음 EPL 멤버십에 가입할 때에는 약간의 금액을 지불하고 유료로 구입해야 했지만 2010년 이후로 유료멤버십을 폐지하고 어른들도 모두 무료 멤버십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이용객들에게 더 넓은 문을 열어놓았다. 에드먼튼시에서 EPL 이용객 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무료 EPL membership을 시행한 것은 참 좋은 방법으로 생각된다. 다만 대여한 책이나 자료들을 늦게 반납할 경우 페널티로 하루에 25센트 정도 벌금을 내도록 정해 놓고 있다.

EPL 홈페이지

그리고 요즘에는 EPL주관의 온라인 강좌를 열기도 하고 오프라인으로 도서관에서 취학 전의 아동들, 학생들 그리고 성인들을 상대로 특별강좌를 열어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준비해 놓고 있다.

심지어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온라인 과외도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PL 홈페이지 온라인 튜터링 안내문
소량이지만 한글로 된 책도 있고 대여도 가능
다양한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 룸

이번에 EPL 홈페이지를 찾아보다가 성인을 상대로 하는 프로그램이 의외로 많이 준비된 것을 알게 되어서 나에게 맞는 요일과 시간을 확인해 보고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 나름의 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직도 원활하지 못한 캐네디언과의 대화가 좀 더 익숙해질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도 등록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대여한 책을 바로 픽업할 수 있게 알파벳 이름순으로 준비해놓은 Holds 사이트

한동안 EPL 도서관을 멀리했지만 이제부터 온라인이나 오프인에서 진행 중인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다양한 캐나다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고 그런 기회를 통해서 이웃의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만나서 교류하는 즐거움도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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