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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arus Jan 23. 2022

너에게 띄우는 편지 - 5

D+10

Dear J,


오늘은 네가 태어난지 10일째 되는 날이야!

그리고 엄마는 가슴에 차가운 수건을 올려두고 냉찜질을 하고있단다


아이고 세상에나

사람들이 젖몸살이 그렇게 힘들다더니!

엄마는 정말이지 울고싶구나


여성의 몸이 임신 출산을 거치면서 이렇게 다양한 변화를 겪게되는게 참 낯설게 느껴져


가슴은 퉁퉁 불어가고, 피부도 가렵고, 팔다리가 시큰거리고 할때면, 솔직히 말해 억울하기도 해


임신하고 출산하는것도 고됐는데

출산 후에조차 몸이 이렇게 변해버리다니!


특히, 가슴이 너무 아파서 잠도 못자고 두시간마다 깨다보니 조금쯤 기분이 우울해져


엄마는 육아가 힘들거라고 생각 했는데, 사실 널 돌보는 일이 크게 힘들게 여겨지진 않아. 네 아빠가 기저귀 가는 일 부터 해서 밥먹이는 일까지, 일을 워낙 많이 담당해서 엄마는 크게 할일이 많지도 않고.


그리고 힘든것같다는 생각이 들려고 하다가도 찐빵같은 네 얼굴을 보면 기분이 금방 좋아져버리거든


네가 워낙 다정하고 순해서, 울고 떼쓰지도 않고 잠만 자니까. 아니 이렇게 육아가 수월해도 되는걸까 싶을정도로 널 돌보는 일은 즐겁단다. 네가 좀더 크고 깨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엄마를 힘들게하는건 네가 아니라 이놈의 가슴이야. 모유수유가 이렇게 힘든 일일줄이야


가슴이 퉁퉁 불어서 젖을 빼주지 않으면 너무 고통스러운데, 가슴을 훌쩍 열고 유축기로 젖을 빼고있다보면 내 여성성은 모두 사라지고, 한마리의 소가 된 느낌이랄지


젖꼭지를 1-2초 간격으로 계속해서 누가 꼬집어대는 느낌이라니! 그렇게 15분 이상 꼬집히며 앉아있어야 하는거야. 세상에나.


게다가 등을 편하게 비스듬히 기대고 앉으면, 모유가 모이지 않기때문에 90도 직각으로 꽂꽂히 앉아서 흡입기를 붙잡고 있어야되는데, 그렇게 꼼짝없이 가만히 앉아서 유두를 꼬집히고 있다보면, 정말 눈물이 날것같아 (사실 좀 울기도 했어).


그놈의 모유수유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힘들게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평균 체중보다 작게 태어난 너라서, 면역력을 갖추는 데 모유가 중요하다는 말에 쉽사리 포기하지도 못하겠어


특히 네가 태어난 2022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마비시키고 있는 해인데, 백신 항체가 모유를 통해 전달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와서, 모유수유를 중단하기 좀더 어려워.


모유 수유를 중단 하게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3차 부스터샷까지 맞고 항체까지 무사히 전달한 뒤에 중단하고싶거든


그럴때면 엄마는 조금쯤 혼란스러워지기도 해

너를 사랑하는 마음, 네게 좀더 좋은 것들을 주고싶은 마음과, 나의 힘듦이 충돌하다보면 -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 내가 어디까지 견뎌내야 하는건지 아연해져. 이래서 산후 우울증이 온다고 하는걸까.


이 모든건 그놈의 유축때문인것같아. 유두는 여성에게 예민한 성감대인데, 그게 자꾸 꼬집히고 있으니!


이제 곧 다시 수유타임이 다가오는구나.

수유와의 전쟁덕에 엄마가 스트레스 지수가 너무 높은 것 같아서 조만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겠어.


2022.01.23

슬픈 젖꼭지의 엄마가


With love,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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