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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arus Mar 15. 2022

너에게 띄우는 편지 - 7

D+61

사랑하는 유나에게,


네가 태어난지 어느덧 두달이나 지났구나. 너와 함께한 지난 두달간은 정말 폭풍같았어! 시간이 정말이지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


나의 사랑스러운 아기새! 엄마는 입을 짹짹 벌리고 밥달라고 오물거리는 네 모습을 가장 좋아하게됐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열심히 엄마를 쳐다보는 네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이제 제법 컸다고 목도 조금쯤 가누고 눈도 맞추고 하는 네 모습에 엄마는 오늘도 호들갑을 떨어. 네가 조금씩 성장 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정말이지 가슴벅찬 일이야.


무언가 말을 하고싶어서 옹알대는 네 모습을 보니, 이제 점점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싶어. 되돌아보니 신생아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뭐랄까, 그저 핏덩이같은 생명체에 가깝다고 해야할까? 눈맞춤같은 사회적 교감을 하지 못해서인지 소통의 대상으로는 잘 안느껴졌던것같아.


열심히 말도 걸어보고 노래도 불러주고 했지만, 엄마를 쳐다도 안볼때면 너무나 모노로그처럼 느껴졌어. 네가 이제 점점 엄마를 바라보고 열심히 옹알대는 모습에 드디어 뭔가 너와 감정을 나누고 교감하는 느낌이 들어.


지난 두달간을 돌이켜보면 정말 쉴틈없이 지나갔던 것 같아. 가족들 친척들 친구들이 수없이 방문하면서 네게 다양한 선물들을 안겨주고 갔지.


다들 널 보고싶어하고 시간내서 방문해 주는게 고마웠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사실 좀 버겁기도 했어…


게다가 보건소를 대체 몇번이나 들락날락 한건지!


유나야 너는 정말이지, 잘 안먹는 아가였단다. 안그래도 2.5kg의 작은 체구로 태어났는데 밥도 잘 안먹어서 엄마아빠가 마음고생이 심했어.


지역 보건소에서 전담 간호사가 널 체크업 해주는데, 네 무게가 너무 안늘어나서 엄마는 일주일에 두번씩 불려가는일이 다반사였어.


심지어는 3주차에 네 무게가 떨어지기도 해서 입원까지 했었단다. 그때는 조금쯤 악몽같았어.


하루는 네가 밤새도록 너무 안먹는거야. 아침에 일어나서 열심히 먹여야겠다고 다짐하고 아침에 먹이는데, 네가 또 우유를 거부했어… 밤새도록 먹은것도 거의 없는데! 유나야 좀만 더 먹어줘 하면서 네 입에 젖병을 물리는데,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더라고. 널 키우는게 힘들게 느껴져서 울었던건 그때가 처음이었어.


지금에야 조금쯤 잘 먹기 시작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하위 3% 미만의 저체중 아가인지라 걱정이 아예 가신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따라잡겠거니 해야지 어쩌겠니. 아기들과 관련된 문제는 어차피 다 시간이 해결해준대. 그래서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해.


지난 두달간 안먹는 너와 밥먹이기 씨름을 하면서, 그리고 수면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엄마는 회사일과 학교도 병행했단다.


너는 생후 이주차부터 엄마 회사의 주간회의에 함께 참여했지. 종종 아빠 회사의 임원회의에 들어가기도 했어. 미팅중에 네가 조금 울어제끼면 공갈젖꼭지를 물려가며 회의에 들어갔단다. 화상미팅이 점점 늘어나는 때여서 가능했던 것 같아.



그리고 네가 자는 사이에 레포트도 쓰고 논문도 쓰면서 대학교생활도 병행하고 있어. 조금쯤 무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 학기가 마지막 학기라, 그냥저냥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학기가 마무리 된다고 하더라도 엄마는 대학교를 계속 다니면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긴 하지만, 네가 워낙 순해서 아마 가능할것도 같아.


네가 태어나고 내 삶은 무척이나 효율적이어졌단다. 네가 자는 사이에 많은 일들을 빠르게 처리해야했기 때문이지. 그래도 아빠와 육아를 함께 했기때문에 이 모든걸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네 아빠가 밤 수유를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아빠가 새벽 1-2시쯤 네게 밥을 먹이고, 엄마가 새벽 4-5시쯤 밥을 먹이는 스케쥴로 두달간을 보내고있어. 엄마는 학교일이며 회사일이며 시간 조절을 엄마 마음대로   있어서 낮잠도 자고 하지만,  아빠는 새벽에 네게  먹이고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에가고 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쯤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 엄마아빠는 네가 열심히 자라서 잠자는 시간이 길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단다.


네가 태어나고나서 엄마 아빠는 수퍼맘 수퍼대디가 된 기분이들어. 근데 그럼에도 그럭저럭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해. 네가 엄마 아빠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벌써 이개월이 훌쩍 지나갔으니, 곧 백일도 금방이겠지. 엄마 핸드폰 사진첩은 이미 네 손짓 발짓으로 가득찼단다. 무게는 늘고있지 않지만… 그래도 갓 태어났을때 사진을 들여다보면 언제 이렇게 쑥 컸는지 너무 신기하단다!


엄마가 읽었던 육아 서적에서 아기가 성장하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아기는 정말 중노동자에 가깝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 그말이 정말이야. 열심히 자라주느라 너무 고생이 많구나.


사랑하는 내딸 유나야!


뼈도 자라고 장기도 발달시키느라 - 너무나 빠른 성장을 온몸으로 다 겪어내는 일이 참 쉽지가 않지? 네가 만나는 세상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낯선것들 투성이일거야. 네게 일어나는 일들을 엄마가 대신 겪어줄수는 없지만, 네가 무섭지 않도록 엄마가 옆에서 보살펴주고 함께 해줄게. 잘 먹고 잘 싸고 건강하게 쑥쑥 잘 자라주렴.


2022.03.15


With love,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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