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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arus Jan 06. 2022

너에게 띄우는 편지 - 3

D-7

Dear J,


출산 예정일을 코앞에 둔 몇주간은 정말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아.


필요한 일들은 이미 모두 정리 해 둬서 할 일이 많지도 않고. 몸을 움직이기도 쉽지 않으니 거의 침대와 소파에 붙어지내게 되고.


웬종일 뒹굴뒹굴 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정말 지겨운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있는 기분이야. 근데 사실, 7년가량을 기다려왔는데 고작 며칠을 더 못참고 조급해하는게 우습긴 해.


네가 우리에게 찾아와주기까지, 엄마아빠는 참 오랜시간을 기다렸단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견뎌내는 건 사실 쉽지 않았어.


혹시나 하는 기대로 테스트기를 체크 해보고 실망하는 일의 연속이었고, 엄마는 그 시기를 견디기가 참 힘에 부쳤단다.


엄마 아빠는 젊고 건강한데, 왜 아기가 찾아오지 않는 지 이해할 수 없었지. 병원에서도 원인불명 난임이라고 하더라.


주변에서는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생긴다고 하던데, 엄마는 그 말이 참 듣기가 싫더라고. 내가 마음이 불편해서 아기가 찾아오지 않는게 아닐텐데 말이야.


워낙 그 과정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의학적 도움을 받기보다는 자연적으로 아가가 찾아와주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결국 병원의 도움을 받아 널 만나게됐단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이미 겪어낸 많은 이들이 경고했던 것 처럼 - 참 고달픈 과정이었어. 그래도 그 과정을 다 이겨내고, 널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게 너무 다행인 일이라 생각해.


그리고 그렇게  기다림이 있었기에 오히려, 많이들 힘들어하는 임신 기간을  버텨낼  있었던  같아. 몸과 마음이 아무리 힘들어도 네가 우리에게 찾아준것 만으로도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  있었거든.


사람은 참 어리석게도, 가지지 못해야 그 귀함을 더 커다랗게 깨닫는 존재란다. 네가 쉽게 우리에게 와줬다면, 아마 이만큼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는 못했을거라 생각해.


그래서 엄마는, 출산이 아무리 두려워도, 육아가 아무리 힘들어도 잘 견뎌낼 수 있을것만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지리했던 7년간의 기다림이 그렇게 의미없는 시간은 아니었나보아. 너와 만남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아주 오랫동안 준비를 하도록 해 준 셈이니.


주변에서는 많이들 육아에 관해서라면 ‘네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라며 겁을 주곤 해.


그럼에도 상상해보자면 아마 ‘세상 일은 정말이지 내맘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걸 절감하는 순간의 연속이지 않을까 -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어.


상상이상의 어려움들을 마주하게 되겠지만, 또 한편으론 상상이상의 행복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더 커서, 사실 사람들이 겁주는 소리들이 그렇게까지 겁이 나진 않는단다.


엄마는 너와 그리고 네 아빠와 함께라면, 무슨 고난이든 잘 헤쳐나갈수 있을것만같거든!


D-7


지금은 널 어서 만나고싶은 마음에 그 아프다는 진통이 손꼽아 기다려지는 지경이야.


물론 출산의 고통은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드디어 이제 곧 만날 수 있다는 걸 상기하며, 엄마가 잘 견뎌내볼게. 우리 함께 으쌰으쌰 힘내보자.


우리에게 찾아와줘서 너무 고마운 내 아가야

곧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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