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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기이택생 Feb 24. 2022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말야

몰래 적어본 버킷 리스트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가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말야


어머니와 여기저기 여행 다니며 예쁘실 적 사진을 많이 남길 거야

아버지가 더 야위시기 전에 자주 안아드릴 거야

아버지가 나 어릴 적 데려간 야구장에서 재미없다고 십 분 만에 나오지 않을 거야

사실 지금도 예전처럼 부모님과 같은 침대에서 잠들고 싶다 고백할 거야

아들은 이겨낼 수 있으니까, 암에 걸리셨다는 걸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릴 거야

산책길에 할머니를 앞서 빨리 걷지 않고 곁에서 손을 잡아드리며 함께 걸을 거야

할아버지께 손자도 쌀국수를 좋아한다고 알려드릴 거야


친척들을 더 자주 만나며 근황을 나누는 가까운 사이가 될 거야

사촌 동생에게 못되게 굴어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할 거야

은사님을 찾아뵙고 덕분에 훌륭하게 성장했다며 감사드릴 거야

친구들에게 내 인생에 있어서 너희들이 얼마나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지 더 자주 표현할 거야

내가 아는 사람 모두와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맞추며 인사할 거야

네가 내 첫사랑이였어서 지금도 고맙다고 전할 거야

오랜만에 본 네 모습이 예뻐서, 사실은 너무도 쉽게 다시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거야

오래 사랑하려면 때론 잔잔해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며 사랑할 거야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좀 더 일찍 깨우칠 거야

너를 배려하겠다고 내 속을 썩이진 않을 거야

연애의 끝은 이별이 아니라 결혼이라고 믿어볼 거야


노래 연습을 더 해서 가요제에서 삑사리를 내지 않을 거야

소개팅에서 오징어 먹물 파스타를 먹지 않을 거야

부모님이 나보다 반려견을 더 사랑한다며 질투심에 생떼 쓰지 않을 거야

해외여행에서 만난 동행인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한국에 돌아와서 꼭 전해줄 거야

다육이 잘 자라라고 물 많이 줘서 죽이지 않을 거야


우울증은 질병이며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거야

때로는 이유 없는 감정도 있다는 걸 더 빨리 이해할 거야

우울감에 고생하던 친구에게 '너의 무기력은 네가 나태한 탓'이라고 꾸중하지 않을 거야

감정은 쏟아내야만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지켜보면 잠잠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더 일찍 경험할 거야

글쓰기, 요리, 음악 셋 중에 하나를 업으로 삼고 나머지를 취미로 할 거야

피아노와 수영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배울 거야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걸 더 빨리 인정할 거야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더 자주 고민하고 때론 결단 내릴 거야

하루에 적어도 두 끼는 먹으며 건강을 챙길 거야

내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거야

내 웃는 얼굴을 좀 더 사랑할 거야

하루에 한 번만 울고, 더 많이 웃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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