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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반전★5시간 기차타고온 어머니에게 이럴수가 있나요

by 아들딸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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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wfOpL0pUfxI&t=9s


"앞으로 이렇게 불쑥 찾아오지 마세요."

아들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75세 박영희 씨는 고속버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손에는 텅 빈 보자기가 들려 있었습니다. 가져간 음식들은 모두 아들 집 현관에 그대로 두고 왔습니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채로.

"불쑥이라니... 일주일 전에 미리 말했는데..."

영희 씨의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패였습니다. 80평생 처음으로 자식에게 거부당한 하룻밤. 그 비참함과 슬픔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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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 마을, 3개월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박영희 씨는 이른 아침부터 텃밭에 나가 있었습니다. 허리를 굽혀 상추를 따던 그때,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어머니?"

귀에 익은 목소리. 하지만 8년 동안 듣지 못했던 목소리였습니다.

"준호야!"

영희 씨의 손이 떨렸습니다. 상추 잎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그럼, 잘 지냈지. 넌? 상하이 생활은?"

"그게... 한국에 들어왔어요."

"뭐? 언제?"

"지난달에요."

영희 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한 달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연락을 한다니.

"왜 이제야 말을 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니?"

"아니에요. 정리하느라 정신없어서요. 부산에 사무실 차렸어요."

"부산?"

서울도 아니고 부산이라니. 영희 씨가 사는 강원도에서 부산까지는 기차로 다섯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무역업은 부산이 낫다고 해서요. 수출입 하려면."

"그래... 그래도 한국에 들어왔으니 다행이다."

영희 씨는 애써 밝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이 무거웠습니다.

준호는 영희 씨의 외아들이었습니다.

서른다섯에 중국어를 배워 상하이로 건너갔던 아들. 그곳에서 무역 일을 시작했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 낳았습니다. 영희 씨는 5년 전,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상하이로 건너가 3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밤낮없이 일하는 며느리 대신, 다섯 살 재민이와 세 살 서연이를 키웠습니다. 낯선 땅에서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손주들을 위해서라면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3년 후, 갑자기 아들이 말했습니다.

"어머니, 저희 가족 선전으로 이사 가요. 거기서 사업 확장할 거예요."

"그래? 그럼 나도 같이..."

"어머니는 한국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거긴 더 외국이라..."

상의가 아닌 통보였습니다.

영희 씨는 그렇게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손주들과 이별하던 날, 재민이가 울면서 붙잡았던 기억이 생생했습니다.

"할머니, 가지 마!"

하지만 아들은 빨리 가라는 듯 짐을 챙겨주었습니다.

그 후로 통화는 점점 뜸해졌습니다. 명절에도, 생일에도 연락이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8년.

이제 아들이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전화를 끊은 영희 씨는 텃밭에 주저앉았습니다.

"돌아왔구나... 우리 준호가..."

기쁨보다 복잡한 감정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8년 동안 혼자 지낸 시간들. 남편은 20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유일한 혈육인 아들마저 멀리 떠나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종종 물었습니다.

"영희 씨, 아들은 잘 지내?"

"그럼, 잘 지내지."

"연락은 자주 해?"

"가끔..."

사실은 일 년에 두세 번 정도였습니다. 그마저도 영희 씨가 먼저 전화해야 받는 정도였습니다.

"아들 자식 키우면 나 몰라. 딸을 낳았어야지."

이웃 할머니가 혀를 차며 말했습니다.

"그래도 들어왔으니 이제 자주 볼 수 있겠네."

"글쎄... 부산이 어디 가까운가."

하지만 영희 씨는 속으로 기대했습니다. 같은 나라에 있으니, 명절이라도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 달 후, 준호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어머니, 사업 자금이 좀 필요한데요."

영희 씨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얼마나?"

"3천만 원만 빌려주세요. 수입 계약 맺는 데 보증금이 필요해서요. 사업 안정되면 바로 갚을게요."

영희 씨에게는 현금이 많지 않았습니다. 교직 생활 30년 하고 받은 퇴직금으로 산 작은 아파트가 전부였습니다. 그 아파트 전세를 주고 받는 보증금 3천만 원.

"그건... 전세 보증금인데..."

"전세 빼시고 월세로 돌리시면 되잖아요. 어머니 혼자 사시는데 그렇게 큰 집 필요 없으시고."

"하지만..."

"사업만 잘되면 어머니 더 큰 집 사드릴게요. 제발 도와주세요."

결국 영희 씨는 아파트 전세를 빼고 작은 월세방으로 이사했습니다. 그리고 3천만 원을 아들에게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사업 안정되면 꼭 찾아뵐게요."

하지만 그 후로도 아들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습니다.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영희 씨는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송편을 빚고,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도 작은 병에 담았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올라오겠지?"

하지만 추석 일주일 전, 준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 추석에 못 갈 것 같아요."

"...그래?"

"사업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거래처들이 다 쉬니까 저는 더 바빠요."

"재민이랑 서연이는?"

"애들은 학원 다니고 있어요. 중간고사 기간이라..."

영희 씨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럼... 내가 내려갈까?"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추석 기간엔 저희도 바빠서요. 차라리 추석 지나고 오세요."

"알았어."

전화를 끊은 영희 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이웃 할머니가 명절 음식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영희야, 아들 온다며? 차례상 차릴 거 많이 준비했구나."

"아니... 못 온대."

"또? 작년에도 안 왔잖아."

"바쁘다니까 어쩌겠어."

"애휴, 아무리 바빠도 늙은 엄마 생각은 해야지."

영희 씨는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아들을 변호하고 싶었지만, 자신도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추석은 혼자 보냈습니다.

텅 빈 식탁에 송편을 몇 개 올려놓고, 남편 영정사진 앞에서 절을 했습니다.

"여보... 우리 준호가 돌아왔대요. 하지만..."

말을 잇지 못하고 영희 씨는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추석이 지나고 한 달이 흘렀습니다.

영희 씨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영영 아들을 보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준호야, 이번 주말에 내가 부산으로 갈게."

"네? 갑자기요?"

"갑자기가 아니라 미리 말하잖아. 토요일 오전에 도착할 거야."

"하지만... 저희 주말에도 일정이 있어서..."

"하루만! 토요일 저녁 같이 밥 먹고, 하룻밤 자고 일요일 아침에 갈게."

영희 씨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알겠어요. 오세요."

준호의 목소리는 영 내키지 않는 투였습니다.

"주소 보내줘. 기차 타고 갈게."

"택시 타세요. 기차역에서 집까지 멀어요."

"알았어."

전화를 끊은 영희 씨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8년 만에 보는 아들. 그리고 손주들.

재민이는 이제 열세 살, 중학생이 되었을 것입니다. 서연이는 열한 살, 초등학교 5학년.

"많이 컸겠지..."

영희 씨는 그날부터 짐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불안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아들의 차가운 목소리. 마지못해 승낙하는 듯한 태도.

'환영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영희 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야. 내 아들인데. 보고 싶어하지 않을 리 없어.'

토요일 아침.

영희 씨는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떴습니다. 사실 밤새 설쳐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큰 보따리에 음식들을 가득 담았습니다. 직접 담근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텃밭에서 캔 무와 배추, 그리고 말린 나물들.

"이게 다 들어가나..."

보따리가 터질 듯 불룩했습니다.

이웃 할머니가 일찍 일어나 텃밭에 가다가 영희 씨를 봤습니다.

"어머, 영희야! 진짜 가는 거야?"

"그럼."

"근데 짐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기차에서 어떻게 들고 가려고."

"괜찮아. 나 힘 세."

"에휴, 자식 사랑도 유별나라. 부산 가면 다 있는데."

"엄마가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잖아."

영희 씨는 웃으며 말했지만, 가슴 한편이 짠했습니다.

큰 보따리와 작은 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75세의 나이에 무거운 짐은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기차에 탑승해서도 자리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영희 씨는 왠지 주눅이 들었습니다.

"할머니, 도와드릴까요?"

친절한 대학생이 짐을 올려주었습니다.

"고맙네."

자리에 앉자 긴장이 조금 풀렸습니다.

기차가 출발하자 창밖으로 산과 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영희 씨는 손에 든 휴대폰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준호가 보낸 주소와 약도.

'부산 해운대구...'

부산은 처음 가보는 곳이었습니다.

다섯 시간의 여정.

영희 씨는 잠도 자지 못하고 내내 창밖만 바라보았습니다. 마음속에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습니다.

'준호가 반가워할까?'

'재민이랑 서연이는 날 기억할까?'

'며느리는 나를 환영할까?'

하지만 영희 씨는 알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겪게 될 차가운 현실을.

"부산역입니다. 부산역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방송이 울렸습니다.

영희 씨는 무거운 짐을 들고 기차에서 내렸습니다. 역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택시... 택시..."

택시 승강장을 찾아 헤매다가,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택시를 탈 수 있었습니다.

"해운대 센텀시티로 가주세요."

택시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창밖으로 낯선 도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높은 빌딩들, 넓은 도로, 바다가 보이는 해안가.

'준호가 이런 곳에서 살고 있구나...'

30분쯤 달렸을까. 택시가 고층 아파트 단지 앞에 멈춰섰습니다.

"4만 5천 원입니다."

"네..."

영희 씨는 지갑에서 돈을 꺼냈습니다. 택시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아파트 단지는 엄청나게 컸습니다. 30층이 넘는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와..."

영희 씨는 고개를 들어 건물들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목이 아플 정도로 높았습니다.

'이런 곳에서 사는구나...'

사업이 잘 안 됐다고 했는데, 이런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그래도 잘 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영희 씨는 안심했습니다.

짐을 들고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경비원이 다가왔습니다.

"어디 가세요?"

"아, 107동 1502호요."

"방문증 작성하셔야 해요."

"네..."

경비실에서 방문증을 작성하고, 준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1층이야. 문 어떻게 열어?"

"아, 잠시만요."

잠시 후 삐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습니다.

영희 씨는 무거운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했습니다.

107동.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준호야... 재민이... 서연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습니다.

15층 복도.

1502호.

띵동.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어머님, 어서 오세요."

며느리 김소연이 문을 열었습니다.

"소연아, 잘 지냈니?"

"네, 들어오세요."

소연의 표정은 환영한다기보다는... 당황스러워 보였습니다.

영희 씨는 현관에 들어서서 큰 보따리와 가방을 내려놓았습니다.

"준호는?"

"서재에 있어요."

거실은 넓고 깔끔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차가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서재 문이 열리고 준호가 나왔습니다.

"어머니, 오셨어요?"

"준호야!"

영희 씨는 아들에게 다가가 팔을 잡았습니다.

8년 만에 보는 아들.

30대 중반이던 아들은 이제 중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머리에는 흰머리가 섞여 있고, 얼굴에는 주름이 생겼습니다.

"많이 늙었네."

준호가 말했습니다.

"...너도."

영희 씨는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재민이랑 서연이는?"

"재민이는 학원 갔고, 서연이는 친구 만나러 나갔어요."

"...그래?"

영희 씨의 얼굴에 실망이 스쳤습니다.

할머니가 온다고 했는데, 집에 없다니.

"애들한테 말 안 했어?"

"말은 했죠. 근데 중학생, 초등학생이 할머니 온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준호의 말투는 무심했습니다.

소연이 거실 소파를 가리켰습니다.

"어머님, 앉으세요. 물 드릴게요."

"응..."

영희 씨는 소파에 앉았습니다.

침묵이 흘렀습니다.

8년 만에 만났는데,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니, 할 말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소연이 물었습니다.

"아침만 먹었어."

"점심 드셔야 하는데... 준호야, 뭐 시켜 먹을까?"

"글쎄..."

준호가 시계를 보았습니다.

"저는 2시에 약속이 있어서요."

"뭐? 약속?"

영희 씨가 놀라 물었습니다.

"네, 거래처 사람이랑 미팅이요. 취소할 수가 없어서..."

"오늘?"

"주말이 오히려 더 바빠요."

준호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영희 씨는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내가 온다고 했는데... 왜 약속을 잡았을까?'

"그럼 어머니, 저는 나갔다 올게요."

준호가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습니다.

"언제 와?"

"저녁때쯤요. 저녁은 같이 먹어요."

"...알았어."

준호가 나가자, 소연이 미안한 듯 말했습니다.

"어머님, 죄송해요. 사업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정말 바쁘거든요."

"괜찮아. 이해해."

"저도 사실 오후에 약속이 하나 있어서요..."

"너도?"

"네... 친구들이랑 모임인데, 일주일 전에 잡은 거라..."

소연의 말에 영희 씨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어머님 혼자 계셔도 괜찮으시죠?"

"...그래. 괜찮아."

"TV 보시고 계세요. 제가 저녁 전에는 들어올게요."

소연도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갔습니다.

텅 빈 거실에 혼자 남겨진 영희 씨.

시계를 보니 오후 1시였습니다.

기차에서 다섯 시간, 택시에서 30분, 그렇게 힘들게 와서...

혼자 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영희 씨는 소파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할 일이 없었습니다.

TV를 켰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왜 여기 왔지...'

이런 대접을 받으러 온 게 아니었는데.

영희 씨는 현관에 놓인 큰 보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습니다.

오후 4시쯤.

현관문이 열렸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재민이였습니다.

"재민아!"

영희 씨는 벌떩 일어나 손자에게 다가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재민이는 어색하게 인사했습니다.

"우와, 정말 많이 컸구나! 할머니가 너 다섯 살 때 봤는데..."

"네..."

재민이는 영희 씨를 보는 눈빛이 낯설었습니다.

당연했습니다. 8년이면 기억도 흐릿할 나이였으니까.

"학원 다녀왔어?"

"네."

"힘들지? 배고프지?"

"괜찮아요."

재민이는 가방을 방에 던지고 나왔습니다.

냉장고를 열어 음료수를 꺼내 마시고, 다시 나가려고 했습니다.

"어디 가니?"

"PC방이요."

"잠깐! 재민아."

영희 씨는 서둘러 가방에서 지갑을 꺼냈습니다.

10만 원짜리 수표를 꺼내 재민이에게 건넸습니다.

"이거 받아. 용돈."

"...감사합니다."

재민이는 수표를 받아 주머니에 넣고 나가버렸습니다.

영희 씨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손으로 키운 손자인데, 이제는 남처럼 느껴졌습니다.

오후 6시.

또다시 현관문이 열렸습니다.

"엄마!"

여학생이 들어왔습니다. 서연이였습니다.

"서연아..."

"아, 안녕하세요."

서연이도 재민이처럼 어색하게 인사했습니다.

"우리 서연이, 정말 예쁘게 컸네."

"감사합니다..."

서연이는 영희 씨의 말에 부끄러워하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 나와서 물을 마시려는데, 영희 씨가 불렀습니다.

"서연아, 할머니랑 얘기 좀 하자."

"저... 숙제 해야 해서요."

"조금만..."

하지만 서연이는 물만 들고 방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영희 씨는 또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손주들도 자신을 외면했습니다.

영희 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왜... 왜 이럴까...'

오후 7시가 되자

소연이 먼저 들어왔고, 30분 후에 준호가 들어왔습니다.

"어머니, 기다리셨어요? 저녁 먹죠."

"...응."

"뭐 먹을까요? 음식 시켜 먹을까요?"

준호가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내가 가져온 거 있어. 김치도 있고..."

"아니에요, 어머니. 그냥 편하게 시켜 먹어요."

소연이 말했습니다.

"중국 음식 어때요? 짬뽕?"

"좋아."

준호가 주문을 하고, 30분 후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다섯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하지만 대화는 없었습니다.

각자 묵묵히 식사를 했습니다.

영희 씨가 손주들에게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아이들은 대답만 짧게 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학교는 재미있니?"

"네."

"친구들은 많아?"

"그냥요..."

침묵이 무겁게 깔렸습니다.

영희 씨는 밥맛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어색한 식사는 처음이었습니다.

식사 후, 아이들은 각자 방으로 들어갔고, 준호는 서재로, 소연은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영희 씨는 다시 거실에 혼자 남았습니다.

오후 9시.

영희 씨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소리를 작게 해놓고, 자막만 읽으며...

각자의 방에서는 불빛이 새어나왔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짐이구나...'

영희 씨는 깨달았습니다.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

부담스러운 존재.

눈물이 흘렀습니다.

소리 없이, 조용히...

이렇게 외로울 수가 있을까.

집에 있는 게 차라리 나았을 것을...

오후 10시.

소연이 나와서 이불을 들고 왔습니다.

"어머님, 서연이 방에서 주무세요."

"괜찮아. 나 여기서 잘게."

"서연이 방에 침대 있어요."

"아니야. 나는 바닥이 더 편해."

영희 씨는 거절했습니다.

서연이랑 같이 자기엔 침대가 너무 작았고, 무엇보다 손녀에게도 폐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럼 이불 여기 깔아드릴게요."

소연이 거실 한쪽에 이불을 깔았습니다.

"편히 주무세요. 저희는 먼저 잘게요."

"...응. 잘 자."

모두가 방으로 들어가고.

영희 씨는 홀로 어두운 거실에 남았습니다.

불을 끄고 이불 속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눈만 껌벅껌벅...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왜 이렇게 된 거지...'

긴긴 밤이었습니다.

새벽 5시.

영희 씨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이불을 개고 정리했습니다.

창밖을 보니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집에 가야지...'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아침 7시.

영희 씨는 조용히 짐을 챙겼습니다.

가져온 음식들은 현관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아무도 먹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혹시...'

8시쯤.

하나둘씩 방문이 열렸습니다.

재민이가 먼저 나왔습니다.

"할머니, 벌써 일어나셨어요?"

"응... 일찍 일어나는 버릇이 있어서."

재민이는 화장실을 다녀오고, 서연이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소연과 준호.

"어머니, 편히 주무셨어요?"

"응..."

영희 씨는 대답했지만, 눈가의 다크서클이 밤을 지새웠음을 말해주었습니다.

"아침 식사는 각자 하는데요. 어머니는 뭐 드릴까요?"

"괜찮아... 나 곧 갈 거야."

"벌써요?"

준호가 시계를 보았습니다.

"응, 오늘 돌아가야 해."

"점심이라도 드시고 가세요."

"아니야. 기차표 예매했어."

거짓말이었습니다. 원래는 오후에 갈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준호가 영희 씨를 차에 태워 기차역으로 가는 길.

차 안은 침묵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때 준호가 입을 열었습니다.

"어머니."

"응?"

"사업이... 생각보다 어려워요."

영희 씨는 준호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지난번에 빌린 돈으로는 부족해서요."

"..."

"어머니 강원도에 집 있잖아요. 그거 팔아서 좀 도와주세요."

영희 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건..."

그 집은 영희 씨의 전부였습니다.

비록 월세로 전환했지만, 언젠가 다시 전세로 돌리려고 아껴둔 집.

나중에 몸이 불편해지면 팔아서 요양병원 비용으로 쓰려고 했던 집.

"그 집은 내가 살 곳인데..."

"어머니, 저희 집에 오시면 되잖아요."

준호가 말했습니다.

"우리랑 같이 살아요. 그럼 집 필요 없잖아요."

영희 씨는 어제 하룻밤을 떠올렸습니다.

환영받지 못했던 시간들.

손님도 아니고 짐처럼 취급받았던 기억.

"진심이니?"

영희 씨가 물었습니다.

"네?"

"진심으로 나랑 같이 살고 싶은 거니?"

준호가 당황했습니다.

"그야... 어머니니까요."

"어제 하룻밤...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해?"

"나는 환영받지 못했어. 짐짝처럼 방치됐어."

영희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런 곳에 어떻게 들어가서 살아?"

"어머니, 그건..."

"솔직히 말해봐. 나를 원하는 거야, 아니면 내 집을 원하는 거야?"

침묵이 흘렀습니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차가 기차역 앞에 도착했습니다.

준호가 차를 세우고 영희 씨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

"......"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준호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사업이 정말 힘들어요. 빚도 있고... 이대로는 안 돼요."

"그래서?"

"어머니 재산이 필요해요. 그게 없으면 저희 가족이 무너져요."

영희 씨는 준호를 바라보았습니다.

이 사람이 내 아들일까.

"그럼 나는? 내가 늙어서 아프면?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죠."

"준호야..."

영희 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너는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니?"

"어머니, 제 처지도 생각해 주세요. 저도 가장이에요. 애들 학원비, 생활비... 다 제가 책임져야 해요."

"나는 네 어머니야."

"알아요. 그래서 부탁하는 거예요."

준호의 목소리는 냉정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불쑥 찾아오지 마세요."

"뭐?"

"사전에 연락도 없이 오시면 저희도 당황스러워요."

"일주일 전에 말했잖아!"

"그게 무슨 사전 연락이에요. 최소 한 달 전에는 말씀하셔야죠."

"준호야, 너..."

영희 씨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머니가 오시면 불편해요."

"......불편?"

"네. 저희 생활이 방해되고, 애들도 낯설어하고..."

영희 씨의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알았어."

영희 씨는 차에서 내렸습니다.

"어머니."

"택시비."

영희 씨가 지갑에서 돈을 꺼냈습니다.

"아니요, 그건 제가..."

"받아. 나는 네게 신세지고 싶지 않아."

영희 씨는 5만 원을 준호에게 던지고 차문을 닫았습니다.

영희 씨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기차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표를 끊고, 대합실에 앉았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대합실.

하지만 영희 씨는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웠습니다.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준호였습니다.

영희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다시 울렸습니다.

또 받지 않았습니다.

문자가 왔습니다.

"어머니, 제가 너무 심하게 말했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상황도 이해해 주세요."

영희 씨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습니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차에 탑승했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영희 씨는 생각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착하던 아들이, 효자였던 아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걸까.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이랬는지도 모른다.

영희 씨가 보고 싶었던 아들의 모습은 환상이었을지도.

마을에 도착한 것은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웃 할머니가 텃밭에서 일하다가 영희 씨를 봤습니다.

"어머, 영희야! 벌써 왔어?"

"응..."

"잘 다녀왔어? 아들 만나니까 좋았지?"

영희 씨는 대답 대신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언니..."

영희 씨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웃 할머니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차가웠던 대접.

혼자 남겨졌던 시간들.

준호의 요구.

그리고 마지막 말들.

"애휴... 그 자식이 어쩌다 그렇게 됐대..."

이웃 할머니가 한숨을 쉬었습니다.

영희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일방적인 사랑이었던 거야. 엄마의 사랑은..."

그날 밤.

영희 씨는 혼자 집에 앉아 있었습니다.

텅 빈 집. 텅 빈 마음.

하지만 영희 씨는 결심했습니다.

'이제 집착하지 말자.'

'아들은 아들의 삶이 있다.'

'나는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영희 씨는 거울을 보았습니다.

75세의 얼굴.

주름투성이지만, 아직 살아있는 얼굴.

"아직 20년은 더 살 수 있어."

영희 씨는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어."

다음 날부터 영희 씨는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텃밭에 나가 농사를 지었습니다.

마을 노인회관에 나가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읍내에 나가 영화도 보고, 시장도 구경했습니다.

"영희 씨, 요즘 표정이 밝아졌네?"

"그래?"

"무슨 좋은 일 있어?"

"아니, 그냥... 이제 내 인생 살기로 했어."

영희 씨는 웃었습니다.

진심 어린 웃음이었습니다.

한 달 후.

준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영희 씨는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니."

"...응."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응."

"저... 그때 제가 너무 심한 말을 한 것 같아요. 죄송해요."

준호의 목소리는 미안함이 섞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희 씨는 알고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한 게 아니라, 다시 돈을 요구하려고 연락한 것임을.

"괜찮아."

"어머니, 그 집 말인데요..."

"안 팔아."

"네?"

"내가 살 곳이니까. 안 팔아."

"하지만..."

"너는 네 힘으로 살아봐. 나도 내 힘으로 살게."

"어머니!"

"그리고 준호야."

"...네."

"나는 이제 너한테 기대하지 않을게. 너도 나한테 기대하지 마."

영희 씨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습니다.

1년이 흘렀습니다.

영희 씨는 여전히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혼자지만, 외롭지 않았습니다.

마을 친구들과 등산도 다니고, 여행도 갔습니다.

노인대학에 등록해서 서예도 배우고, 시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영희 씨, 이번 주말에 설악산 단풍 구경 갈 건데, 같이 갈래?"

"좋아!"

영희 씨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모르는 번호였습니다.

"여보세요?"

"할머니?"

어린 목소리.

"...누구니?"

"저 서연이에요."

영희 씨의 가슴이 뛰었습니다.

"서연아..."

"할머니, 저... 할머니 보고 싶어요."

전화기 너머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서연아, 무슨 일이야?"

"아빠가... 아빠가 사업 망해서... 이제 이사 가야 한대요."

"......"

"오빠랑 저는 외할머니 댁으로 가고, 아빠 엄마는 따로 산대요..."

서연이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할머니... 저희 어떻게 되는 거예요?"

영희 씨는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는데...

"서연아, 괜찮아. 다 잘될 거야."

"할머니..."

"할머니가 있잖아. 힘들면 언제든지 전화해."

"네..."

전화를 끊고, 영희 씨는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준호의 사업이 결국 망한 것입니다.

일주일 후.

준호가 영희 씨를 찾아왔습니다.

초췌한 얼굴로.

"어머니..."

"들어와."

영희 씨는 아들을 집 안으로 들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준호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앉아."

둘은 마주 앉았습니다.

준호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업이 어떻게 망했는지.

빚이 얼마나 쌓였는지.

가족이 어떻게 흩어지게 됐는지.

"어머니 말씀이 맞았어요. 제가 너무 욕심을 부렸어요."

"그때 어머니한테 집 팔라고 하고, 그렇게 대한 거... 정말 죄송해요."

준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영희 씨는 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미워할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었습니다.

"준호야."

"네..."

"나는 너한테 재산을 줄 수 없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희 씨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습니다.

"재민이랑 서연이는 걱정하지 마."

"네?"

"학비랑 생활비, 내가 도와줄게."

"어머니..."

"손주들은 잘못이 없잖아. 아이들까지 고생시킬 수는 없지."

준호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대신 조건이 있어."

"...뭐든지 하겠습니다."

"너는 이제부터 내게 의지하지 마. 네 힘으로 다시 일어서."

"...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잘해. 네가 받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돌려줘."

"네... 네..."

영희 씨는 아들의 어깨를 토닥였습니다.

미움도 사랑도 아닌, 그저 가족이라는 이유로.

3년이 흘렀습니다.

영희 씨는 78세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추석 명절이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재민이와 서연이가 마을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어머, 우리 재민이 서연이!"

영희 씨는 손주들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나도 보고 싶었어!"

준호와 소연도 함께 왔습니다.

"어머니, 건강하셨어요?"

"그럼. 나 아직 팔팔해."

"송편 만들어 왔어요."

소연이 보따리를 내밀었습니다.

"고맙다."

다섯 식구가 작은 마루에 둘러앉았습니다.

"할머니, 저 이번에 중간고사 1등 했어요!"

"와, 우리 서연이 대단한데?"

"오빠도 고등학교에서 반장 됐어요."

"그래? 재민이 멋진데?"

대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준호는 작은 회사에 취직해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소연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가계를 돕고 있었습니다.

가난하지만, 화목했습니다.

"어머니,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준호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손주들 학비 대주시고, 생활비도 보태주시고..."

"괜찮아. 손주들 잘 크는 거 보니까 보람 있어."

"제가 다시 자리 잡으면, 어머니를 모시고 살겠습니다."

"아니야."

영희 씨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는 여기가 좋아. 친구들도 있고, 텃밭도 있고."

"하지만..."

"대신 자주 놀러 와. 명절 때마다, 방학 때마다."

"...네. 약속할게요."

저녁 무렵.

다섯 식구가 함께 석양을 바라보았습니다.

"할머니, 저 내년에 대학생 돼요."

재민이가 말했습니다.

"그래? 빨리도 크네."

"할머니 덕분이에요. 할머니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저희 공부 못했을 거예요."

"아니야. 너희가 잘한 거지."

영희 씨는 손주들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때 영희 씨는 깨달았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식에게 기대하면 상처받는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할머니, 사랑해요."

서연이가 영희 씨를 안았습니다.

"나도 사랑한다."

영희 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슬픈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행복한 눈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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