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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S파킨슨치매운동 Mar 21. 2018


빨리 죽고 싶다오

정말일까요?


파킨슨 운동 첫 시간 


  

3월의 찬란한 햇살을 머리에 얹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바삐 걸었다.

오늘은 수업 첫 시간, 첫 만남의 걱정과 긴장은 다정한 인사 속에 녹아들고 반가움과 친근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무엇을 할까? 

 

도구를 이용한 몸풀기 후 경쾌한 노래에 맞춘 움직임으로 운동을 시작하였다. 

수업이 중간쯤 진행되었을 때 한 어르신의 표정에 내 시선이 그만 멈추고 말았다. 온몸은 순서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멍한 표정과 흐릿한 눈동자는 그저 태엽을 감아 놓은 목각인형 같았다. 

경쾌한 음악과 신나는 몸놀림은 그저 다른 이들의 시간 위에 얹어 있을 뿐 그의 시간과 공간에는 없었다. 

마치 의미 없는 허우적거림 정도 랄까.

  

(으샤으샤 바르게 걷기 )

  



 나 빨리 죽고 싶은데~, 적당히 해


   수업을 마무리하려고 할 때 한 어르신이 손을 살짝 드셨다. 바로 그분이었다. 

“선생님 왜 그렇게 열심히 가르쳐! 나 빨리 죽고 싶은데~, 적당히 해. ”

나는 뜻밖의 발언에 놀랐지만 이유가 더 궁금했다. 

“왜요? 운동하시고 건강하게 사셔야죠. 아드님이 저한테 어머님 부탁 많이 하셨어요” 

“아니여, 나 같은 80넘은 늙은이가 빨리 죽어야 젊은이들이 힘이 안 들지, 온통 늙은이들뿐이라 

너무 미안해~~.”

 다른 분들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순간 가슴이 짠해지며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정리운동을 마치고 어르신들께 우리가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드렸다. 

 내가 아파서 누워있을 때 절망과 깊은 슬픔에 빠질 가족 그리고 자녀들의 부담과 그로 인한 갈등을 생각해 보시라고 했다. 나를 위해서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시라고 ---.

그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운동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였다.


(늙는게 서글퍼)


파킨슨 운동 두 번째

 

  운동에 있어서 동기부여는 실천을 위한 첫 관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동기의 유지이다. 

유지를 위한 자극으로 스토리텔링을 이용한 감성 자극 요법을 쓰기로 했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본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이 수업을 위해 밤새 편집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제목은 “정자의 6살 생일잔치.”내가 나름대로 만든 스토리텔링 운동요법이다. ‘정자’라는 어르신은 가상의 인물로 4년 전에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사는데 몸이 많이 아프고 심한 우울증에 빠진 분이다. 인생의 허무함, 어릴 적 추억과 그리움으로 꿈에서라도 6살의 생일잔치로 돌아가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놀고 싶은 맘을 편지 형식으로 남편에게 푸념하는 형식이다. 




눈물의 카타르시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지난 세월에 대한 설움, 추억 그리고 건강한 삶에 대한 갈망을 눈물로 표출하셨다. 

손수건과 휴지가 필요했으며 서로를 위로하는 말들이 오고 갔다. 마냥 수업을 무겁게 갈 수 없어서 손을 이용한 간단한 숫자 게임을 하였다. 쉬운 것 같은데 온통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서로를 보며 웃음과 놀림으로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수업을 절정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다 같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마지막으로 명상을 통한 심신의 안정을 꾀하였다. 

 

  대상의 특이성에 맞게 구성된 수업의 효율적인 운영은 참여자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낸다. 

그리고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여 개인적으로는 의료비 지출 감소와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국가적으로는 

사회적 부담과 비용을 절감하는데 기여한다.


(명상 중)


반전

  

아~~~,  첫 시간 빨리 죽고 싶다던 어르신은 규칙적 운동을 통해 보행과 자세 불안이 많이 향상되셨다. 

요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수업을 리드하신다.

 

어르신들이 빨리 죽고 싶다고 하시는 것은 다 거짓말이라고 우리 할머니가 늘 말씀하셨는데 

할머니 말씀이 옳으신 것 같다.


내말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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