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르장머리 없는 고약한 병
비몽사몽간에 들려오는 새벽 전화벨 소리~.
소리를 줄였는데도 선명하게 귀에 꽂힌다.
오늘도 약의 부작용으로 망상과 환청에 시달리는 누군가 나를 찾는가 보다.
이해할 수 없는 중얼거림과 눈물의 하소연들이 전화선을 따라 흐른다.
처음에는 새벽에 걸려오는 전화에 당황하고 오해도 했지만 병의 진행과 특성을 알고 난 후로는 그저 안타가운 맘이 먼저다.
파킨슨병, 이 버르장머리 없는 고약한 놈은 신체적 운동기능의 상실 및 저하뿐만이 아니라 복용 약물로 인한 부작용도 매우 많다. 이 병은 발병이 유전인지 후천적 원인인지도 불명확하고 예방도 쉽지 않으며 치료 또한 크게 만족스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물치료로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하며 완치를 기대하는 것은 현재 의학으로는 아직 불가능하다.
파킨슨병은 대뇌 흑질에 있는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세포의 이상으로 인해 신경 신호 체계에 이상이 오는 병이다. 이로 인해 운동장애가 발생하여 떨림, 경직, 느린 움직임, 자세 불안 등으로 자주 넘어지는 증상이 생긴다. 또한 우울증이나 보행 동결, 배뇨장애, 불면증 등을 일으킨다.
약물치료는 항파킨슨 제제이며 대부분이 도파민제가 효과가 있어서 이를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장기 복용할 경우 약의 부작용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약과 외과적 수술의 부작용으로 성적 집착, 도박, 환청, 망상, 도벽, 성격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불면증으로 깊은 수면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불안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삶의 질이 최악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나도 어느 정도 심장에 굳은살이 박여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나마 호들갑을 떨지 않고 해결할 정도는 되지만 처음 파킨슨, 노인운동을 시작할 때는 당황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수업을 수강하는 분들이 거의 만성질환이나 노화로 인한 정형외과적 문제가 있으신 분들이라 그야말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전시 상태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고 학생들은 그저 여유롭다.ㅎㅎ
수업이 끝나면 내 몸의 에너지가 연기처럼 빠져나간 느낌이 든다. 내가 이러다가 내 명대로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일과를 끝내고 홍삼 진액을 한 스푼 차고 넘치게 떠서 쓴 내 나는 입안에 밀어 넣고 거울 앞에 앉으면 어느새 아침보다 10년은 폭싹 늙어 보인다.
지금까지의 연구로 밝혀진 바는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파킨슨병의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외과적 치료가 모두 사용된다.
파킨슨병의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로는 도파민의 전신인 레보도파(levodopa, 일명 L-도파)는 카비 도파(carbidopa)가 있으며 이는 병이 장기화되면서 효능도 현저히 감소한다.
그 외에 도파민의 파괴를 지연시키는 데 프레닐(deprenyl), 도파민과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는 브로모크립틴(bromocryptine)과 퍼 골 리드(pergolide)가 있다. 그리고 외과적 수술로는 뇌심부 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이 있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파킨슨도 중증으로 갈수록 약의 효과는 만족스럽지 않고 내과적 문제를 동반하여 골치 아프게 한다. 또한 운동기능도 현저히 감소한다. 운동을 제작하고 제어하는 신경물질의 감소는 모든 일상이 움직임의 연속으로 구성된 인간의 생활을 피폐하게 만든다.
약 복용하듯 규칙적, 반복적으로 움직여라
운동이 건강 증진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내 몸에 득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이 내 몸에 득이 되고 있는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혹은 금방이라도 건강해질 것이라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무작정 시간을 채운다.
운동 중 상해는 의외로 많다. 특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나 지병을 가지신 분들은 운동 중 상해로 인해 또 다른 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운동과 어떤 방법으로 할 건지 전문가와 충분히 의논하고 계획화된
운동프로그램을 수행하여야 한다.
파킨슨 환자나 고령의 어르신들은 운동을 능동적, 규칙적으로 수행하기가 일반인들보다 몇 배는 더 어렵다. 팔을 드는 것도 한발 내딛는 것도 대단한 집중력과 노력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들이 쉬워 보이고 운동의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 동작들도 그들에게는 대단한 운동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나는 항상 그들에게 운동을 약이라고 생각하시고 약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하셔야 한다고 얘기한다. 확실히 그대로 실천하시는 분들은 운동효과가 크고 본인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파킨슨병은 자세의 불안정으로 인해 무게 중심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사고가 많으며
보행 시 갑작스러운 동결 현상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복잡하게
지나다니는 번화가나 건널목 등에서의 동결은 그야말로 애간장을 녹게 한다.
파킨슨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 치료와 운동이다. 떨림, 경직과 동결로 인한 온몸의 통증은 신체 훈련을 통해 근육의 탄력과 유연성을 높여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다.
또한 신체활동을 통해 산소를 근육과 혈관에 공급하는 효과도 있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지 않도록 벽을 이용한 초간단 운동)
파킨슨병 환자들은 대부분 낙상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넘어지면 이차 상해로 인해 또 다른 병을 얻을 수 있고 고관절이나 머리라도 다치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 하루에 3번씩 하지 근력, 중심이동과 균형감 운동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쉽고 간단하지만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낙상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운동을 하면 일상의 활동에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