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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Sep 24. 2018

꼬까옷 입고 - 세상 앞에 나를 포장해

Please Save ME


삶이란, 무엇일까

라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할 법한 고민을, 나는 요즘 하고 있다. 

아니지, 좀 더 솔직해지자면 대학교 들어와서 이 고민을 내내 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의 글을 읽어주신 여러 구독자 분 들을 위해 약간만 근황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한 학기 동안의 짧은 휴학을 마치고 복학을 했고, 조기졸업을 해보겠답시고 22학점을 우겨우겨 넣어, (내 생각에) 세상에서 제일 바쁜 7학기 대학생의 생활을 하고 있다. 


바쁜 나날들에 매몰되다보면 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잠시 잊게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사실 내가 나아갈 방향도 모르고 열심히만 살다보면 나는 나중에 어디로 도달해 있을까. 그 결과가 요즘들어서 '미리보기' 형태로 나에게 제공이 되고 있는데, 조금 무서운 나날들이다. 


다시 이 글을 처음 읽으시는 구독자 분들을 위해, 글의 이해를 위해, 나는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여자 공대생이다. 그리고 우리 학교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대학원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있다. 이 말을 한 이유는 얼마전에 대학교에 취업 박람회가 열렸고 내가 그 때 느낀 감상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이다. 


고등학교 입시에서 대학교를 선택할 때, 나는 당연히 대학원에 진학해서 박사 과정까지 공부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대학교를 선택했다. 그런데 지금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는 무렵, 취업 박람회를 처음으로 돌아다녀보게 되었고 다소 허탈감을 느꼈다. 

채용 부스에서는 학사 졸업을 하면 얼마, 석사면 얼마, 박사면 얼마의 연봉을 받게 되고, 각각의 경우에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었다. 굉장히 흥미로웠다. 사실 나는 아직도 내가 마냥 어리기만 한 것 같은데, 사회로 진출하는 데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나에게 입금이 될 것이고, 내가 생각보다 무척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연구 실적이 무척 뛰어나고 거기에 약간의 운이 더해진다면 무척 좋겠으나,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석사나 박사들이 기업의 회사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라는 주장의 근거에는, 공부를 잘하면 원하는 직업을 더 쉽게 가질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진다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찌하다보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연스럽게 회사원이 되는 길을 내가 밟아가고 있구나, 라고 깨달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혼란스러워졌다. 사회가 옳다고 주입해주는 가치관들이, 과연 얼마나 맞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한참 하던 중에 고등학교 때의 한가지 일이 떠올랐다. 한 학년 선배 중 굉장히 공부를 잘하시는 분이 있었다. 그 분은 공부도 잘하시지만, 작곡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셨다. 그래서 자신이 작곡한 곡을 스스로 녹음해서 음원으로 제작하였고, 그 중 한 곡이 한 예능 프로그램의 삽입곡으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그 선배와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했지만, 워낙 유명하셨기에 그 후의 이야기도 적어보면 그 선배는 성적도 뛰어나셨기에 S대, K대와 같은 유명 대학에 지원해서 합격도 하신 걸로 알고 있다. 그와 동시에 굉장히 유명한 가수분이 계시는 소속사에 프로듀서로도 합격이 되어, 소속사에 입사하게 된 걸로 알고 있다. 

내 기억으로 그 당시 몇몇 사람들은 저 선배가 걷는 길이 당연히 한 순간의 치기어림이라고 생각했고, 소속사에 실제로 들어가더라도 곧 명문대의 달콤함을 찾아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그 분들은 알고 있을까? 그 선배는 정말 내로라하는 프로듀서가 되었다. 노래에 문외한인 사람도 그 선배가 프로듀싱한 노래를 적어도 한 곡은 알 것이라 장담한다. 


내 이야기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도 아닌데 이렇게 이야기를 주저리 풀어나가는 것이 조심스럽고, 괜찮을까, 싶다. 그러나 무척 그 선배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저 글을 썼다. (지금 나올 글을 조금만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저 위 꼭지를 읽고 저 프로듀서가 누구인지 알게되었는데 그러고나니 내 글이 지워졌으면 한다면, 혹은 그냥 저 부분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알려주신다면 저 부분은 바로 지우려고 한다. (내 이야기가 아니니까..)


각설하고, 저 선배가 무척 존경스러운 이유는, 고등학생 때 어떻게 자신의 꿈을 저렇게도 확고하게 쫓았을까 하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의 말을 맹신했다. 뭘 해라, 뭘 하지 말아라 하는 것들을 무척 잘 지켰다. 그건 굉장히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게 나쁘다는게 아니다. 단지 나처럼 맹목적으로 어른이니까 옳겠지라는 생각이 어리석다는 것이다.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도, 지금 내가 이루어 놓은 것, 내가 힘들게 올라탄 나무에서, 당장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는 열매를 버리고, 내가 진짜 먹고 싶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 내가 힘들게 올라탔더라도 그 나무에서 내려올 수 있고, 다른 나무를 찾아서 다시 올라타는 여정. 

그것을 시도 하는 사람이, 그것을 끈기있게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위의 저 선배는 누구보다 확고하게 자신의 꿈을 믿었고, 밀어붙였고, 해내었다. 세상에,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소속사 합격이라니 나로서는 그 과정이 짐작조차 가지 않고, 그 노력과 패기, 열정에 박수만 보낼 뿐이다!


 글을 길게 늘여쓴 것 같은데, 요지는 취업박람회를 통해 근본적인 내 진로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졌다는 이야기였다. 공부를 좋아해서 열심히 했고, 착한 모범생이 되고 싶어서 어른들의 말씀을 정말 잘 들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재미있는 분야의 공부를 열심히 했고, 공부 외에도 많은 경험들을 하고 항상 스스로가 성장하기를 꿈꾸며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흥미로운 분야에 대해서 스스로 연구해보고 싶어서 대학원을 가야겠다! 다짐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달리고 달리면 종착역은 한 회사의 회사원이다. 회사원이 정말 좋은 직업 중의 하나이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내'가 되고자 하였던 것이 회사원이었나?, '내'가 바라던 나의 '어른'으로의 미래가 회사원이었나? 이런 생각을 나는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솔직히.

그런데 웃긴건, 그러면 너가 회사원 말고 어떤 것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라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그것도 잘 모르겠다. 

나는 열심히는 살아왔는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아온 걸까. 



진로를 결정한, 진로를 잘 결정해 나가는 모든 타인들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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