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구워 둔 고구마가 있어서 아침의 자연식물식은 군고구마로 차렸다. 미리 담가둔 아주 삼삼한 물김치가 있으니 자연식물식 식탁을 차리기는 쉽다. 대접에 물김치의 건더기를 빡빡하게 담고 잘 익은 대봉감 한 개와 사과를 좀 잘랐다. 이렇게 준비하면 아침식사의 자연식물식으로 충분하다. 밥이 있으면 밥을 한 공기 추가하면서 채소반찬을 몇 가지 꺼내도 되는데, 오늘은 밥이 똑 떨어진 데다 밥을 새로 할 여유가 없어서 어제 만들어 둔 군고구마가 유용했다.
에어프라이어 200도에 35-40분 정도 구우면 고구마가 아주 잘 구워진다. 에어프라이어의 바스켓을 사용하니 고구마가 훨씬 고르게 구워진 느낌이다. 한 동안 찐 고구마가 더 맛있더니, 오랜만에 구워서 그런지, 고구마가 제철이라 그런지 이번 군고구마는 아주 달고 맛있다. 밖에서 사 먹는 군고구마 맛 그대로다. 껍질과 고구마 속살이 살짝 떠서 껍질을 벗기기도 아주 수월하다.
점심에도 밥을 할 여유가 없어서 냉동실에 넣어둔 누룽지를 꺼내서 끓이고, 저녁에 드디어 밥과 국을 했다. 현미를 20% 정도만 섞어서 백미밥을 하고 멸치와 다시마로 미리 내어 둔 육수에 된장국을 끓였다. 육수의 멸치와 다시마는 건져내고, 된장 한 큰 술을 풀었다. 냉장고에 있던 느타리버섯과 두부를 넣고, 대파도 큰 걸로 한 뿌리 잘라 넣고 한소끔 끓였다. 고추도 넣으려던 걸 깜빡하고 넣지 못했는데, 버섯과 파에서 채수가 우러나니, 맛이 싱겁거나 아쉽지는 않았다. 이전에는 된장국을 어떻게 끓여도 맛이 안 나더니 이제는 냉장고의 채소를 아무거나 넣어도 맛이 있다. 채수가 우러날 만한 잎채소(배추)나 버섯, 혹은 고추나 대파만 많이 넣어도 맛이 좋다. 향신 채소가 없으면 고춧가루라도 한 스푼 넣으면 된장국 맛이 살아난다. 아이들 반찬으로는 기름떡볶이를 했다. 어묵과 양파를 볶다가, 뜨거운 물에 담가서 말랑거리는 쌀떡과 기름을 넣고 볶으면 된다. 양념은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마늘, 간장, 설탕, 올리고당을 1:1:1:2:1:1로 섞고 물을 반컵 정도 넣었다.
간식으로 시판 김밥과 귤, 초콜릿 조금, 크림빵 조금을 먹었다. 초콜릿과 크림빵은 당연히 자연식물식 음식에 포함되지 않지만 많지 않은 양은 기분 좋게 먹고 있다. 자연식물식이 익숙해지니 바쁜 날에도 자연식물식을 차리고 먹는데 어려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