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김치로 하루를 여는 자연식물식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물김치를 담가 먹기 시작했다. 물김치만큼 유용한 자연식물식 음식이 별로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물김치만 만들어 두면 훌륭한 자연식물식을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다. 아침에는 물김치에 밥이든 고구마든 집에 있는 통곡물 음식을 곁들여 먹는다. 곡기가 먹고 싶지 않으면 과일을 곁들여도 좋고, 그것도 아니라면, 물김치만 한 대접 먹어도 충분하다. 어제 구워 놓은 고구마가 있어서 군고구마에 물김치를 먹고 식탁에 놓인 귤을 몇 개 먹었더니 아침 식사가 되었다. 점심과 저녁에도 물김치를 반찬으로 꺼내도 되지만, 당기지 않으면 아침에만 먹어도 무방하다. 샐러드를 한 접시 가득 먹은 것처럼 충분한 생채소가 아침에 물김치 한 대접으로 섭취되었으니 하루종일 속이 편안하다. 점심에는 새로운 반찬을 할 여유가 없어서 냉장고에 있는 국과 밑반찬을 꺼내어 식탁을 차렸다. 된장국이 있고,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자주 만들어 쟁여 두는 삼삼한 배추겉절이와 깍두기, 채소무침이 있으니 자연식물식은 뚝딱 차려진다. 구이김도 꺼내고 어제 만들어 둔 오징어볶음까지 곁들여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유연한 자연식물식을 하는 중이라 오징어볶음도 얼마간 먹는다.

저녁에는 아이들 반찬을 만들 겸 두부구이와 콩나물무침을 추가로 했다. 요즘에는 무수분콩나물무침을 주로 했는데, 이번에는 팔팔 끓는 물에 콩나물을 데쳐서 무쳐 보았다. 그새 무수분콩나물무침에 익숙해졌는지, 데쳐서 무친 콩나물이 심심하게 느껴진다. 고춧가루도 추가했지만, 데치지 않은 콩나물의 진한 맛은 없었다. 두부를 기름 살짝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서 소금과 후추를 위에 뿌리고 들기름을 좀 두르면 향미가 좋다. 국민 식자재인 콩나물과 두부로 찬을 준비하고, 어제 만들어 둔 닭볶음탕이 (다리 포함해서) 좀 남았기에 뜨끈하게 데워서 식탁을 차렸다. 아직 육고기는 전혀 먹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만 주고 나는 먹지 않았다. 한참 양상추가 나오지 않다가 오랜만에 배송이 왔기에 물에 담갔다가 몇 번 헹궈낸 뒤에 툭툭 찢어서 샐러드를 만들었다. 드레싱은 간장과 매실청을 1:1로 섞어서 사용했다.

쉽고 맛있고 편안한 자연식물식이 조금도 낯설지 않은 자연식물식 125일째다. 간단히 생각하면, 우리네 한식 밥상에서 고기만 뺀 음식이 자연식물식이다.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가공되지 않은 음식이라면 양과 횟수의 제한 없이 얼마든지 허용되는 식단이기도 하다. 늘 포만감 있게 식사를 하지만, 신기하게도 몸무게는 빠지거나 비슷한 정도로 머문다. 사실, 자연식물식은 아무리 과식을 해도 속에 부대낄 정도로 먹어지지도 않는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영양분이 충분한 음식이기 때문에 양껏 먹고 나면, 더 이상 당기지 않는다. 샤인머스캣이 싸고 맛있는 철이다. 만원에 산 샤인머스켓 4송이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 싸서 맛이 별로일까 싶었는데, 씻어서 먹어보니 맛도 아주 달콤하다. 심하게 가공되지 않은 빵이라면, 거의 매일 간식으로 먹고 있다. 빵은 가공된 밀가루가 들어가니 자연식물식 음식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유연하게 하면서부터는 선호하는 음식은 몇 가지 정도 추가하여 즐겁게 먹고 있다. 눈의 이물감이 사라져서 얼마 전에 맞춘 렌즈를 잘 끼고 있고,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도 매우 좋다. 이제는 몸의 치유를 위한 자연식물식이라기보다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식물식을 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