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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Nov 14. 2024

기침하는 가족을 위한 꿀도라지청

아침과 저녁은 거의 자연식물식을 하고, 점심에는 회덮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초밥집에 가고 싶다는 아이를 데리고 초밥집에 간 김에 아이는 초밥세트, 나는 회덮밥 세트를 주문해서 기분 좋게 맛있게 먹었다. 요즘에는 거의 하루에 한 끼는 치팅데이를 갖고 있다. 대신 아침에는 삼삼한 물김치 한 대접에 단감 반 개로 훌륭한 자연식물식을 했다. 어제의 과식 때문인지 곡기는 당기지 않아서 채소와 과일로만 차렸다. 저녁도 자연식물식에 가깝게 차렸다.



아이들도 함께 먹을 반찬은 양배추참치덮밥을 했다. 양배추를 넉넉히 채 썰어 물에 담갔다가 몇 번 헹군 다음, 기름 없는 팬에 볶다가(양배추 숨이 죽을 때까지 볶는다) 참치캔 한 개를 넣어 조금 더 볶는다. 소금과 후추로 부족한 간을 하면 완성이다. 재료준비도 간단하고 만드는 과정도 쉬운데 먹어보면 상당히 맛이 좋다. 아이들도 밥 한 그릇을 뚝딱할 정도이다. 소고기 뭇국은 이제 데워도 아무도 안 먹는다. 많이 끓이지도 않았는데, 내가 먹지 않으니까 줄지를 않는다. 양상추샐러드는 아이들 주려고, 양상추 한 통을 씻어서 통에 담아두었는데, 금세 색이 변해서 먹지 못하게 됐다. 채소는 잠깐만 관심을 거두면, 그 사이 상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오래가는 기침에 마늘이 좋다고 하니, 다진 마늘을 많이 넣은 소고기 뭇국을 아이가 좀 잘 먹었으면 좋겠지만 입에도 대지 않으니, 배송 온 도라지로 도라지꿀청을 만들었다. 깐도라지가 패킹되어 있으니 만들기는 편하다. 도라지를 물에 한 번 헹구어 내고 얇고 잘게 잘랐다. 적당한 크기의 유리병이 보이지 않아서 큰 유리병에 도라지를 담고 꿀을 충분히 넣어 섞었다. 숙성된 다음 먹여도 좋지만, 급한 대로 오늘부터 뜨거운 차로 만들어 먹여야겠다. 그리고 저녁에 간식을 찾으면 마늘을 잔뜩 넣고 마늘빵을 구워 줄 작정이다.


오늘 자연식물식 반찬은 숙주볶음을 했다. 숙주를 볶다가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두부까지 넣어서 한번 더 볶았는데, 감칠맛이 없었다. 자꾸 맛없는 반찬이 생기는 걸 보니 내 입맛이 바뀌었나 보다. 완전한 자연식물식을 하면 입맛의 감각이 예민해져서 자연음식의 맛을 기가 막히게 알아 챈다. 그러니 가공하지 않고 삼삼하게 간을 한 자연식물식이 진심으로 맛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연식물식을 유연하게 하다 못해, 거의 하루에 한 끼는 치팅데이를 하고, 간식도 빵과 치즈, 잼처럼 보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기 때문에 입맛이 좀 무뎌진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자연식물식 128일째다. 이제 자연식물식은 아주 익숙한 식단이다. 그래서 한 끼는 치팅데이를 하더라도 나머지 두 끼는 더욱 자연식물식에 가깝게 먹는다. 일부러 애써 자연식물식을 고수하지 않아도 자연식물식이 편하고 좋아서 유지할 정도로 익숙하다. 한 끼의 치팅데이, 그리고 매일 먹는 간식 때문인지 몸무게는 약간 늘었다. 다른 컨디션은 모두 좋다.


아이들의 건강식을 차리기 시작하면서 처음 내가 식이요법을 하던 때가 생각나고, 그때 만들던 건강한 집밥 메뉴를 떠올린다. 일반식, 특히 외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한 사람이 갑자기 자연식물식이나 건강식을 하면 너무 맛이 없다. 그러니 건강하고 덜 가공한 음식을 만들더라도 맛에 신경을 써야 한다. 초기 식이요법을 하던 때에 양배추참치덮밥과 양파계란덮밥을 자주 했었다. 통조림 참치가 들어가고 달걀이 많이 들어가더라도, 어쨌든 집에서 만든 음식이니 다른 음식보다는 건강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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