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야식을 찾을 때가 있다. 엊저녁에는 작은 아이가 야식으로 간장비빔국수를 찾기에 찬장을 살펴보니, 밀가루 국수는 소비기한이 며칠 지나 있다. 냉동실에 보관했더라면 며칠 지난 정도는 상관없지만, 더운 여름을 지나고 소비기한까지 지난 국수는 먹고 싶지 않다. 옆에 있는 쌀국수를 보았더니 아직 소비기한이 몇 달이나 남아있다. 그래서 처음으로 쌀국수를 가지고 비빔국수를 만들어 보았다.
보통 밀가루 국수로 비빔국수를 할 때에는 김치를 종종 썰어 넣고, 간장과 참기름으로 간을 했는데, 이번에는 좀 색다르게 만들어 보았다. 쌀국수 포장지 뒷면에 나온 대로 물을 넉넉히 받아서 팔팔 끓이다가 쌀국수를 넣고 6분 동안 삶았다. 쌀은 잘 눌어붙는 성질이 있으니 집게로 계속 뒤적여 주었다. 물이 끓어 넘치려고 할 때마다 찬물을 조금씩 부어서 온도를 낮춰주었다. 물을 대여섯 번쯤 부으며 끓이다 보니 6분이 지났다. 밀가루 국수와 달리 쌀국수는 뜸을 들여야 한다기에, 뚜껑을 덮어두고 3분을 기다렸다. 뜸이 든 국수를 보니, 전분이 많이 빠져나와서 물이 하얗게 될 정도로 탁해졌다. 쌀국수를 찬물에 여러 번 씻어서 전분기를 빼고, 채반에 받쳐서 물기를 제거했다. 물기 뺀 쌀국수에 간장, 설탕, 생들기름을 2:2:3의 비율로 섞어서 잘 버무리면 간장비빔국수 완성이다. 색깔이 희멀건해서 무슨 맛이 있을까 싶었는데, 국수는 쫀득하게 잘 익고 간장 양념이 잘 어울려서 아주 맛있다. 2-3인분을 끓였는데, 야식으로 셋이서 뚝딱 먹고 모자랄 정도였다. 햇김장김치와 시큼하게 익은 깍두기를 곁들이니 잘 어울렸다.
쌀국수를 언젠간 해 먹겠지, 하고 사두었다가 도통 먹을 일이 없더니, 이번에 야식으로 잘 먹었다. 자연식물식 161일째다. 컨디션이 아주 좋고, 자연식물식이 아닌 음식도 꽤 먹고 있다. 하지만, 자연식물식을 기본으로, 주로 먹는 음식은 자연식물식을 고수하고 있다. 오늘 만든 반찬은 맛살양배추볶음과, 콩나물두부된장국이다. 양배추에 참치통조림을 종종 넣어서 볶는데, 오늘은 냉동실의 맛살을 소비하려고 맛살 4줄을 넣어서 양배추를 볶았다. 조합이 나쁘지는 않은데, 내 입맛에는 양배추만 볶은 것이 훨씬 맛있다.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먹을 반찬에는 색과 맛을 내는 가공식품을 조금씩 사용하고 있다. 된장국은 어떻게 끓여도 맛있는데, 이번에는 김장김치에 콩나물과 두부를 이용해서 순한 된장국을 끓였다. 몇 주간, 햇김장김치를 계속 먹었더니 신김치가 당긴다. 지난달에 만들어 둔 깍두기가 한 달이 지나니 드디어 신김치가 되어서, 잘 익은 김치가 당길 때마다 꺼내고 있다. 김치를 조금씩 만들어 먹으니, 신김치가 될 새가 없었는데, 김장김치가 왕창 들어온 바람에 잊고 있던 깍두기가 그새 잘 익어서 제법 시원한 신김치가 되었다. 직접 만든 김치를 신김치로 먹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햇김치도 맛있지만, 신김치도 이렇게 맛있다니, 김치는 한 번 만들어 두면 이렇게 저렇게 먹는 묘미가 있다.
* 표지 사진 : Unsplash의 Dionysius Samu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