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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Dec 22. 2024

남은 백숙으로 끓이는, 닭죽과 닭칼국수

며칠 전에 끓인 닭백숙이 (다리만 빼고)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 아이들이 다리는 건져 먹었지만 나머지 부분과 국물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나도 자연식물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으니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주말에 백숙을 마저 먹지 않으면 한 주가 쉽게 흘러서 다 버리게 될 확률이 높다. 남은 닭백숙을 헤쳐 모아서, 새로운 음식을 만들었다. 백숙의 국물 몇 국자에 찬밥을 한 주걱 넣어서 닭죽을 끓였다. 사실 백숙은 닭을 한 시간 이상 삶았기 때문에(초벌로 삶은 국물은 버리고 푹 삶은데다가, 식힌 국물 위에 뜬 기름을 싹 거둬서 버렸기 때문에 맛도 깔끔하다), 육수가 제맛이다. 백숙 육수에 밥을 넣은 뒤에 센 불로 포르르 끓이다가 약한 불로 15분 이상 끓이면 뭉근하게 부드러운 닭죽이 된다. 부족한 간은 굵은소금으로 한다.


백숙의 살만 발라내고, 칼국수를 넣어 끓이면 닭칼국수를 뚝딱 끓일 수 있다. 미리 사서 냉동실에 넣어 둔 칼국수 생면이 있어서 몇 시간 해동한 뒤에 사용했다. 4분 정도 끓이니 푹 익었고, 다진 마늘과 굵은소금으로 부족한 간을 했다. 대파나 양파, 애호박, 감자 등 원하는 채소를 잘라 넣어도 좋다. 아직도 닭이 꽤 남아서, 남은 닭은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웠다. 백숙에서 헤쳐 모은 반찬으로 저녁 식탁을 차렸더니 식탁이 가득하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육류나 밀가루 음식은 절제하며 먹고 있는데, 오늘은 밥이 똑 떨어진 데다가(밥통에 조금 남은 찬밥은 닭죽을 끓였다), 이것저것 반찬을 하다 보니 새로 밥을 짓기가 싫고, 게다가 내일은 모두 바깥 일정이 있으니, 밥을 해봤자 찬밥 신세가 될 게 뻔하다. 그리하여 나도 자연식물식을 하고는 있으나, 닭죽과 닭칼국수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닭칼국수를 거의 먹지 않고, 첫째 아이는 닭죽을 조금 먹고 말고, 둘째 아이는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운 닭만 좀 먹고 마니, 닭칼국수 4인분을 남편과 나, 둘이서 다 먹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대파라도 송송 썰어 넣으면 향미가 훨씬 좋았을 텐데, 둘째 아이의 요구에 따라서 채소를 다진 마늘밖에 넣지 않았더니, 맛이 좀 아쉬웠다. 일 인분 정도 먹은 셈인데, 평소에 먹지 않던 류의 음식이라 겨우 먹었다.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만, 면보다는 빵을 좋아하는 편인데, 오늘은 국수로 밀가루를 상당히 섭취하고 말았다. 가족들 입맛에 맞게 간을 좀 세게 했더니, 갈증도 많이 났다. 역사나, 평소의 싱거운 자연식물식 음식과는 차이가 있다.


첫째 아이가 갑자기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해서 아침부터 흰 죽을 끓였다. 마침 찹쌀밥이 조금 남아 있어서 찹쌀 죽을 끓이고(물에 찰밥을 넣고 센 불에 포르르 끓이다가, 약불로 줄여서 15분 이상 끓이면 부드럽게 푹 퍼진 죽을 만들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진미채를 새로 볶았다. 진미채는 가공식품이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이라, 진미채를 짭짤하게 해 주면 밥을 잘 먹는다. 감기기운에 입맛이 떨어진 아이가 밥을 안 먹을까 걱정이 되어서 아이 입맛을 돋우는 진미채를 꺼냈다. 진미채를 물에 씻고 프라이팬에서 물기를 날린 다음, 불을 약하게 줄인다. 기름을 넣어서 볶고 양념을 넣어서 한번 더 볶았다.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올리고당을 넉넉히 넣어서 간을 세게 했다. 하루 종일 바깥음식은 먹지 않고 집밥 위주로 식사를 한 아이가 저녁에는 컨디션이 좋아져서 다행이었다. 완전한 자연식물식이 아니더라도 가공식품을 적게 쓴 건강한 밥상은 역시나 옳다.


* 표지 사진 : UnsplashPui 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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