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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Jul 25. 2024

복숭아가 익어가는 계절

여름은 복숭아가 제철이다. 지난번에 주문한 복숭아가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물컹하지 않아서 두 상자를 금세 먹고 새로 주문했는데, 오늘 받은 복숭아는 알이 훨씬 굵고 색이 더 예쁘다. 냉장고에 옮겨 두려고 집어보니 단단한 복숭아다. 같은 농장에서 주문을 해도 시기에 따라 다른 종류의 복숭아가 배달된다. 농장 얘기로는 이번주의 복숭아가 지난주의 복숭아보다 더 맛있다고 한다. 복숭아는 한 번에 많이 구입해서 냉장고에 옮겨두고 숙성시켜 가면서 먹으면 점점 맛있어진다. 농장에서 알려 준 방법인데, 복숭아를 키친타월에 한 개씩 싸서 통에 넣어서 냉장보관하면 오래 간다고 한다. 우리 집 가족은 모두 복숭아를 좋아해서 금세 먹을 테니, 그저 과일 칸에 차곡차곡 넣어뒀다.


아침에는 과일을 잘라서 세 접시에 나누어 담았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 과일까지 함께 준비했다. 아이들도 아침은 자연스럽게 자연식물식에 참여하고 있다. 점심은 상추와 김구이, 그리고 양배추 무침을 꺼냈다. 아이들 반찬으로 제육볶음을 했다. 돼지고기 한 근에 고추장, 간장, 설탕, 마늘을 두 큰 술씩 넣고 조물거리다가 양배추를 넣고 볶았다. 양배추를 두 줌이나 넣어도, 볶으면 양배추에서 나온 채수가 고기에 스며들면서 양배추는 거의 자취를 감춘다. 자연식물식(과일, 채소,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을 하고 있어서 간을 보지 않고 식탁에 올렸는데, 아이들 반응이 좋다. 오히려 맛을 보지 않고 계량해서 음식을 만드니 아이들 입맛에 맞나 보다. 혹시나 하고 식탁에 소금과 후추를 올려 두었는데 전혀 필요 없었다. 상추는 아삭아삭한 로메인이 좋은데, 요즘은 꽃상추만 눈에 띈다. 이번에 사 온 꽃상추는 잎이 자잘해서 식감도 연하고 먹기도 편하다. 저녁도 점심과 같은 반찬에 미역국만 추가로 데웠다. 아이들 반찬은 애호박계란전을 해 줬다. 애호박 한 개를 채칼로 얇게 자르고 달걀 세 개, 소금 약간 넣으면 반죽 끝이다. 애호박에서 채수가 나와서 반죽이 금방 질어지고, 뒤집기가 어렵다. 이때는 접시를 이용해서 뒤집으면 쉽다. 간식으로는 단호박을 쪘다. 얼마 전에 사 둔 단호박이 너무 커서 30분 이상 찌니 겨우 익는다. 그냥 먹기에 양이 너무 많아서 호박죽도 끓이고, 호박샐러드도 만들려고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자연식물식 16일 차인 오늘은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일단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 이제 자연식물식을 유지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다. 아이들 반찬은 다양한 식재료를 쓰면서 따로 만들어 주는데 기름기 많은 음식을 보아도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간을 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어제도 많이 못 잤는데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좋아졌고, 몸무게도 다시 줄었다. 몸이 가볍고 마음도 편한데, 요즘에 늦게까지 독서를 했더니 왼쪽 눈이 좀 뻑뻑하다. 일주일 만에 만난 어머니가 살이 왜 이렇게 빠졌냐고 물으신다. 자연식물식 15일이 넘어가니 살이 빠지는 티가 나기 시작하나 보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보니, 마침 제철 과일이 많을 때라 맛있는 과일과 채소를 실컷 먹으면서도 몸이 가벼워지니 이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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