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48) 찰나의 순간
거실 바닥에 개미 한 마리가 나타났다.
어제 먹은 딸기 씨 두어 개를 붙여놓은 정도의 작은 개미였다. 밖에 놓아줄 생각에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다치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잡아서는 다른 한 손으로 발코니 문을 열었다. 순간 바닥에 줄지어 이동하는 수십 마리의 개미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 몇 마리는 발코니 문턱을 넘을랑, 말랑하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가 두툼한 키친타월을 몇 장 뜯어 발코니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져온 키친타월을 둥그렇게 뭉쳐서는 닥치는 대로 개미를 꾹꾹 눌러 죽이기 시작했다. 어떤 개미는 그 자리에서 몸이 조각나 버렸고, 어떤 개미는 다시 꿈틀대며 움직였다. 그런 녀석은 다시 몇 번이고 짓눌러 으깨어버렸다. 몇 번 해보니 단순히 꾹꾹 누르기보다는 꾸욱 누른 뒤 살짝 쓸어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만히 보니 발코니 문턱 아래 작은 틈이 있었는데, 그 안에 꽤 많은 수의 개미가 보였다. 후우 하고 입으로 불자 먼지가 날렸고, 개미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꾸욱 누르고는 살짝 쓸어버렸다. 그러다가 문턱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그만 검지를 긁히고 말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나는 하던 일을 이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죽여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엔 해진 키친타월 뭉치가, 발코니 바다엔 죽은 개미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 꼴이 보기 싫어 후후 불어 발코니 밖으로 날려 보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다음날 거실 벽에 또다시 개미가 한 마리 나타났다. 놀란 나는 곧바로 발코니 문을 열어 바닥을 확인했지만 다행히 개미는 없었다. 문턱 아래도 살펴봤다. 역시 개미는 없었다. 문을 닫고 돌아와 벽에 있는 아까 그 개미를 쳐다봤다. 여전히 느릿느릿,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봤다.
엄지와 검지로 살짝 잡아 놓아줄까, 휴지로 짓눌러 버릴까 고민한 끝에 결국 휴지를 한 장 집어 들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어제부터 피부가 살살 가려워온다.
내 살갗 위로 무언가 기어 다니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