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레네 Apr 02. 2022

결혼 후 임신과 출산, 이 길 밖에 없나요?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삶을 갈망하며

며칠 전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가 임신 소식을 알렸다. 모두가 환호하며 기뻐해 주는 가운데, 나는 내 마음이 들키지 않도록 애써 크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참으로 이상하다. 직장 동료가 임신을 했는데 왜 내 마음이 괜히 불편할까. 여기서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아직 자녀에 대한 계획이 없다. 갖고 싶지 않다는 쪽이 더 맞을 것이다. 임신을 갈망하는 것도 아닌 내가 왜 어딘가 마음이 뻐근한 것일까.


배우자의 주변은 이미 자녀를 가진 친구들이 많다. 특히 그의 친한 친구들 무리에서는 우리 부부만을 제외하고 모두 자녀가 있거나 임신 중에 있다. 배우자의 형도, 사촌동생도 모두 자녀가 있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거나 이제 막 가정을 이룬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나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임신한 사람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아무도 내게 자녀 계획에 대해서, 임신에 대해서 말을 꺼내지 않는다. 특히 배우자의 부모님은 더더욱 그런 분위기조차 내지 않으신다. 감사한 일이다. 내게 아무런 강요도 오지 않는 상황인데도 나는 왜 지레 불편함을 느낄까?






결혼 후 아이를 갖는 것은 참으로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 좋은 짝을 만나는 게 어려운 일이지, 그 이후 재생산은 시간문제인 듯하다. 그러면서 나는 의문이 든다. 왜 모두 같은 노선을 걷는 걸까? 결혼 전까지는 여러 갈레로 뻗어 있었던 길들이, 결혼 후에는 갑자기 하나의 길로만 좁혀지는 느낌이다.


결혼하고서도 아이 없는 삶을 사는 부부는 없을까? 결혼 후 자녀 계획을 하는 것이 너무 따분한 클리셰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뿐인가? 결혼 후에도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일 수는 없을까?


때로는 나조차도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온전히 받아주기 어렵다. 나 자신이 꼬일 대로 꼬여버린 사람처럼 느껴져서. 한편으론 내가 너무 부정적인 생각으로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에 모두가 귀여워할 때, 이 아이를 키우기까지 힘들었을 부모(특히 여성)의 시간을 생각하며 나 홀로 씁쓸해하는 것이 지나친 것은 아닐지 생각한다.


결혼 후에도 자녀라는 선택지 외에 다른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듣고 싶다. 책으로나마 접하는 것을 넘어, 실제 그들의 삶을 눈으로 보고 듣고 싶다.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다양한 종류를 보고 선택하는 것처럼, 내 삶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 그리고 실제로 좋은 선택을 하고 싶다. 그 선택이 무엇이 되었든 그때의 나는 내 선택에 충만한 기쁨을 느끼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