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점점 길어진다. 어스름한 새벽을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겨울이면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 어두운 바깥 아침을 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 시간이면 항상 불이 켜져 있는 집이 몇 가구 있다. 겨울에는 매일 그 노란 불빛들을 보며 동지애를 느낀다. ‘나처럼 누군가도 이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는구나.’라고.
초여름 날씨가 다가온 요즈음,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세상은 너무 밝다. 창 밖 어두움을 보며 눈의 감각을 천천히 깨울 여유는 없다. 해가 이미 중천이니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할 것 같다. 그러던 오늘, 4월의 중순 주말, 반갑게도 아주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오랜만에 어두운 새벽은 놓칠 수 없다.
시작은 검푸른 하늘이다. 새벽의 1분은 낮의 1분과 다르다. 몇 분만 지나도 금세 연두색으로 하늘이 바뀐다. 오랜만에 만나는 건너편 빌라 가구들. 주말 새벽인데도 불이 켜져 있다. 저들은 불금을 보낸 걸까, 아니면 남들과는 다른 주말 일과를 시작하는 걸까? 골목길 가로등 불빛은 고요하다. 도시의 소음도 이 순간만큼은 쉬고 있다. 오늘의 버스 첫 차가 내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 언덕 너머 있는 고등학교도 주말에는 모든 불빛이 꺼져있다. 검푸른 세상에서 잠시 청록색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아침 새의 지저귐이 들린다. 새들은 해가 긴 여름에는 피곤할 것 같다.
내 몸의 모든 감각이 천천히 깨어난다. 어두운 바깥세상을 보면서 마음의 안도감을 느낀다. 그리곤 글을 쓴다. 몇 달 만에 만난 어두운 새벽이 참 반가워서. 글 몇 자를 쓰니 세상은 이미 흔히 부르는 ‘아침’의 모습이 되었다. 새벽이 주는 영감을 글로써 표현한 뒤, 다시 눈을 붙이러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