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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전히 일하는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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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아마빌레 May 06. 2023

엄마는 다를 것 같아!

응 그래 거리가 필요해

# 외며느리 고운 데 없다.

며느리와 관련된 속담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라웠다.

고양이 덕과 며느리 덕은 알지 못한다. (많은 도움을 받았더라도 남 보기에 뚜렷한 공이 없으면 알아주지 않는다). 뚜렷한 공… 어렵다.

고양이 덕은 알고 며느리 덕은 알지 못한다. (고양이가 쥐를 잡는 것은 고맙게 여기지만, 며느리가 집안일을 하고 자식을 낳아 키우는 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며느리가 고양이 보다 못하다고?

외며느리 고운 데 없다. (며느리가 혼자라서 비교할 수도 없고, 본디 며느리는 밉게 보이기 마련이다). 제일 와닿는 속담이다. 그렇구나, 며느리가 많든 적든, 며느리는 그냥 미운 거구나.

결혼 후 십 수년 동안 어머니의 행동이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에게 왜 그러시는지. 불필요한 말과 행동들을 왜 서슴없이 하시는지. 그래서 얻으시는 것이 무엇인지. 무슨 의도가 있으신 건지. 그냥 아무 생각이 없으신 건지. 길들이려 하시는 건지. 그저 얄미우신 건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고, 이해하고자 했지만 이해가 안 되었다. 그래서 서운하고, 억울하고, 화가 났다.

주변에서는 ‘시어머니’를 이해하려 하지 말라고 했다. 애당초 왜란 것은 없고, 이해가 안 되니까.

그래도 난 여전히 궁금하다. 도대체 왜요??

# 엄마는 다를 것 같아.

아들이 엄마는 다를 거라고 말한다.

나는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똑같은 말을 결혼 전에 남편한테서 들었었다.

남편은 자신 있게 말했었다.

“우리 엄마는 달라. 성격도 좋으시고 쿨하셔. 친딸처럼 잘해주실 거야.”

그때는 정말 그럴 줄 알았다.

‘응, 아니거든’.

개인의 성격 구조에는 다양한 특질들이 있고, 대상에 따라 표출되는 특질들이 다른 것 같다.

아들에게 쿨하다고 며느리에게도 쿨한 것은 아니다. (냉정, 거침없는 것이 쿨이라면, 그래 쿨하셨다.)

며느리가 딸이라고?

놉!

며느리는 조건이 전제된다. 며느리가 딸이라는 성스러운 영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응당 며느리로 요구되는 역할과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딸이라는 친밀한 관계를 가장하여 딸도 하지 않을 법한 역할과 행동들을 요구하고 착취하지만, 정작 딸과 같은 무조건적인 배려와 사랑은 없다.

# 다르도록 노력할 거야.

선뜻 대답은 못했지만, 나는 다른 시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굳게 다짐한다.

‘며느리 늙어 시어미 된다’고, 온갖 사랑으로 키운 외동아들, 나도 보통의 인간일지라 어느 순간은 기대하게 될까 겁이 난다.

그래도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노력할 것이다. 모두가 행복해야 하니까. 아니 누구든 불행하면 안 되니까.

모든 관계에서 처음이 중요하다. 초반의 관계가 평생의 관계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고부 관계는 처음이 매우 아쉽다. 신뢰의 기반이 견고하지 않다 보니 (아니 애초부터 쌓이지 않았으니까), 작은 일에도 모래알처럼 스르르 흩어져버린다. 초반에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두며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노력했으면 어떠했을까 안타깝다.

거리를 두다.

동치미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식이 결혼하면 부모는 5 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부모가 자꾸 1 순위로 올라가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매우 공감한다.

적당한 물리적 거리가 필요하다. 심지어 부부 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데, 하물며 ‘시’ 사람은 더더군다나.

기대를 하지 않다.

이것은 심리적인 거리이다. 기대를 하고 바라는 순간 아쉬워하고 서운해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미워하게 된다.

백년손님 사위처럼, 며느리도 손님 같이 대하면 자연스레 상호 간 존중과 배려가 생기지 않을까?

애초에 며느리의 의무와 역할은 없다. 인간의 도리가 있을 뿐이다.

나는 며느리의 의무 또는 역할의 굴레에 자의 반 타의 반 갇혀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다고 느끼거나 그 역할이 부당하다고 느낄 때, 나 자신의 이기심을 책망하고 나의 본성을 의심하고 왠지 모를 죄책감을 가졌었다. 며느리가 행복하지 않다면 다른 가족도 행복하지 않다.

아들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아들은 변할 것이다. 좋든 싫든. 세월에 따라 주어지는 역할에 맞게 변할 것이다. 더 이상 내 품 안에 있었을 때의 아들이 아니라, 가족을 이룬 독립적인 아들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말을 아끼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말을 아껴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쉽지가 않다. 상대방 잘되라고 하는 애정 어린 말이나 조언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본인 생각일 뿐,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나친 관심과 잔소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본인의 생각은 옳으니 따라야 한다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본인의 의도와 달리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은 아끼지 않을 것이다. 미안하면 미안한다고 말하면 되지, 그게 자존심 세울 일인가?

바쁘게 살다.

무엇보다,

나는 기대나 서운함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를 위해 아주 바쁘게 살 것이다.

우국원 '케세라 세라 (2021년)'

Whatever will be will be. The future is not ours to s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