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에게 식재료는 항상 고민이다. 요리를 좋아하고 단 한끼라도 제대로 해 먹으려 노력하지만 그 마음을 담아 식재료를 사게 되면 남는 재료가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보통 요리에 재료를 맞추지 않고 재료에 요리를 맞추게 된다. 된장찌개를 위하여 감자를 샀다면 그 감자를 활용할 다른 요리를 다음 식사로 결정하고는 한다. 예를 들면 닭도리탕 같이 말이다.
파는 보통 부위별로(?) 손질해서 얼려서 보관한다. 상추는 정말 먹을만큼만 사서 남기지 않도록 한다. 고추와 마늘은 생이 좋아서 보통 냉장 보관하는데 이 때문에 버리는 경우가 꽤나 생긴다. 결국 혼자 사는 사람에게 식재료의 관리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TVN에서 삼시세끼를 볼때 항상 부러웠다. 마당 텃밭에 가서 딱 먹을만큼만 따오고 나머지는 그대로 자연에 싱싱하게 놔둔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보관 방식이란 말인가? 게다가 마당 텃밭은 옥탑방으로 거처를 옮기는 순간부터 나의 로망이었다. 오히려 발을 떼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린 편이다.
일단 텃밭의 바탕이 될 넓은 화분을 4개 주문하였다. 흙과 씨앗도 별도로 주문하였다. 여담이지만 혼자 사는 사람에게 쿠팡의 로켓배송은 정말 축복이다. 저녁 12시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바로 배송되니 술 말고는 마트를 갈일이 거의 없어졌다. 물론 그 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 크지만...
씨앗은 크게 식재료와 허브로 구분하였다. 왼쪽의 넓은 화단에는 식재료를, 우측의 작은 화단에는 허브를 심었다. 고추, 상추, 파 등을 식재료로 심기로 했다. 마늘은 뿌리식물인데 화단이 그리 깊지가 않아서 제외시켰다. 허브는 호불호 강한, 나에게는 완소 아이템 고수를 비롯하여 로즈마리 등 평소 집에 잘 배치 안하는 애들을 준비하였다. 물을 주기 위하여 마당의 호스도 이번 기회에 최신형 잇 아이템으로 바꿔 달았다.
화단에 흙을 채우고 씨를 심는 작업은 순식간이다. 물론 이 때양볕에 그늘 하나 없이 작업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긴 하지만 흐르는 땀에 기분이 더 좋아진다면 이해가 될까? 얘네가 앞으로 어떻게 자라날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특히 지금 같이 햇빛이 강할때 식물이 잘 자랄지가 관건이다. 사실 이렇게 식물을 심어서 기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심었으니 기다리는 것만 남았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꼬박꼬박 주면서 내 애정을 실컷 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