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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Jul 29. 2016

자기 소개서

내 자신에 대해 알기

작년에 회사에 들어가고자 마음 먹고 자기소개서에 제 자신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일년 가량 지난 지금 다시 보니 그때 내 모습이 아직도 그대로인가 하는 반성도 듭니다.


꿈은 혼자 간직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얘기해야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본인의 의지가 확고해지는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삶의 방식도 얘기를 해야 내 스스로의 다짐이 강해진다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의 자기소개서도 한번 공유해봅니다. 물론 읽으시는 분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항상 조심스레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어찌 보면 상투적인 이 질문이, 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제삶 속에서도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끊임없이 물어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어찌 보면 제 인생은 나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저의 첫 번째 대답은 '자아 발견'이었습니다. 외교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저는 유년기의 3년을 아프리카에서, 그리고 청소년기의 3년을 유럽에서 생활하였습니다. 다양하고 독특한 환경에서의 생활은 일반적인 삶에서는 얻기 힘든 넓은 시야와 직관을 선물로 주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기회는 빼앗아갔습니다. 외국에 있을 때는 소수의 동양인으로서 소외되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자기들과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이유로 여전히 외면되었습니다. 보통 어릴 때 사회적인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함으로써 자아 발견이 이루어진 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환경에서 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자 하는 욕구가 더욱 더 발달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장점도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규범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에 오히려 선입견 없이 스스로의 진정한 내면을 탐구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당시에는 ‘나’를 규정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공식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논리와 과학을 통해 정답을 찾고자 하였고, 결국 대학교 또한 과학 분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진학 후,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로 인한 누군가의 변화'로 변했습니다. 사회에 진출하며 내가 이 세상에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다른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속에서 제 존재의 의미를 찾게 되었습니다. 군대 제대 후, 정신지체장애 아동들을 지도하는 천주교 단체를 접하게 되면서 이러한 가치관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학생은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모두가 꺼려하는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와 함께 한 4년은 스스로에 대해서, 그리고 봉사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갖게 하였습니다. 분노에 잠식되면 거울을 깨서 그 파편을 손에 들고 흔들며 선생님들을 위협하는 행동까지 하는 이 아이에게 행복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 없는 고민을 아침저녁으로 하였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이 아이의 행동 제어를 위하여 어느 선까지 육체적인 제제가 용납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으로 오랜 시간 괴로워하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 이전에는 오로지 어머니의 도움으로만 분노를 조절하던 그 아이가 저를 믿고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제가 앞으로 가야 할 인생의 방향을 찾았습니다. 이 아이를 통해서 저의 존재함을 느꼈고, 제 존재의 가치도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저의 이런 가치관을 발전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은 사업이라 생각하여 IBM에서 근무하던 4년간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동업자들을 모았고 2009년 9월에 결국 창업에 성공하였습니다. 당시 저에게 사업은 돈을 버는 수단도 아니었고, 유명해지기 위한 기회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데 도움을 주면서 제 존재의 이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하기에 6년간 이 사업을 운영하면서 제 첫 번째 목표는 직원들의 행복이었습니다. 변화는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먼저 직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하루 날을 잡고 모든 직원들과 1대 1로 ‘행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6년간 빠짐없이 가졌습니다.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행복을 위해서는 ‘여유’가 중요하다 판단하였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여 서비스업에서는 찾기 힘든 한 달 휴가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개인의 자아실현이 행복의 필수요소라 믿었기에 이주에 하루는 직원들이 회사가 아닌 각자의 장소에서 자신들의 꿈을 좇을 수 있는 ‘자아계발의 날’을 제공하였습니다. 물론 자선단체가 아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기에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하였습니다. 한 달 휴가는 지원자에 한해 무급으로 운영하였고 자아계발의 날로 인한 결과물은 회사의 이익과 연관이 있게 방향을 같이 잡았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처음에는'행복'이라는 단어 자체에 부담을 느끼던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삶 속에 행복을 주도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 만족도는 자연스레 따라왔고, 그 결과 낮은 이직률과 능동적인 서비스로 사업도 2호점과 3호점으로 확장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던 올해 4월, 사업을 접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하였습니다. 작년부터 이어진 내수 경기 침체와 엔저로 인한 일본인 관광객의 급작스러운 감소로 매출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면서 경영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정리하는 것만이 현 상태에서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행복을 지켜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판단하였습니다. 이 회사는 저만의 것이 아니라고 믿었기에 정리 과정에서 제 지분율은 남김없이 전부 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6년간의 사업을 통해서 제가 가장 자부심을 갖는 것은 직원들의 변화입니다. 처음저와 같이 일을 시작할 때는 자기 인생에서 무엇을 할지 헤매던 그들이 이제 스스로의 길을 찾았습니다. 조금 힘들고 돌아가는 길일 지라도 단순히 돈을 좇는 길이 아닌, 자기만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앞으로 현실과 부딪치면서 또 많은 것이 꺾이겠지만 이 길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지난 6년간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회사를 정리하고 정확히 3일 후 지난 6년을 정리하고자 2달간의 배낭여행을 무작정 떠났습니다. 태국, 미얀마를 거쳐 라오스,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까지 이어지는 여행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제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답을 하려 합니다.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제 자신의 순수한 행복'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상투적인 대답이지만 돌이켜보니 그동안은 다른 이들의 시선과 윤리, 규범에 얽매여 막상 제 자신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어차피 이기적입니다. 인정하기 힘든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생이라는 넓은 흐름 속에서 나의 존재를 자각했을 때야  나의 인생에서는 나의 행복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행복이 올까요? 돌이켜보건대, 제 행복은 제 안에서 비롯되지 않았습니다.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일하고 싶었던 IBM을 입사했을 때도 아닙니다. 장애인 주일학교에서 4년을 힘겹게 보냈을 때, 월급 80만 원만 받으면서도 직원들 개개인의 행복을 위하여 같이 고민할 때, 캄보디아의 시골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 이럴 때가 저는 가장 두근거리고 행복했습니다. 다른 이들을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삶 속에서만 저는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고 제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지금, 앞으로의 제 길은 자연스레 정해졌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제 자신의 행복을 위하여, 소외받은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는 길을 걷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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