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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Feb 10. 2016

사랑하는 사람이 닿을 수 없을 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와 나쁜 남자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은 태양과 같이 빛나고 눈이 부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존재로 느껴집니다. 누구나 단점은 있지만 사랑에 빠진 후에는 그 사람의 단점은 보이지 않고 온통 좋은 점만 보이게 됩니다. 사랑에  빠질수록 나의 존재는 너무나도 작게 느껴지며 그 사람과 비교했을 때 한 없이 낮은 존재라고 생각되어 도저히 그의 영역에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방을 영적으로 신격화하는 이 같은 사랑의 환상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제임스 브룩스 감독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멜빈 유달(잭 니콜슨)은 강박증 증세가 있는 로맨스 소설 작가입니다. 길을 걸을 때는 보도블록의 선을 밟지 않고,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 이상하게 걷습니다. 그는 매우 냉소적이며 신랄하고 비열한 독설로 타인을 경멸하며 살아갑니다. 그런 그의 성격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그를 꺼려합니다. 그러나 그가 자주 가는 식당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 캐럴 코넬리(헬렌 헌트)만은 예외입니다. 그의 그런 방식을 참아내고 시중을 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멜빈의 직업이 로맨스 소설 작가라는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그를 잘 드러내 주는 장치입니다. 그는 사람들을 멀리하지만 그 속에서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으며 사랑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는 단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고, 타인이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미리 타인을 멀리하며 스스로를  상처받지 않게 지키려 하는 약한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캐럴로 인하여, 그리고 이웃에 사는 화가의 강아지를 맡아주며 기르는 동안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깨달아 갑니다.


사실 우리들도 그렇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욕망을 가짐과 동시에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이에 일부러 사람을 피하기도 하고 가끔은 나를 지키기 위해 타인에게 마음에 없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가족에게 해서는 안될 말을 하며 뒤늦게 후회하기도 합니다. 따뜻한 말을 건네 본 경험이 없다면 그리고 그런 말들과 함께하는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캐롤을 사랑하게 된 멜빈은 그녀와의 식사 자리에서 칭찬을 해달라는 그녀에게 로맨스 영화 역사상 가장 멋진 대사를 하게 됩니다 

"당신은 나를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해요"

이보다 더 멋진 칭찬이 있을까요? 예쁘다는 말 한마디보다 진심이 담긴 이 말로 인해 캐롤의 마음은 열리게 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닿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그 사람과 같은 위치에 서기 위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성장해 갑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환경에 있다고 느껴질 때, 더 이상 힘을 내기 어려울 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상대방을 바라만 보다 체념하고 마음속에 그 사람을 묻어두고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상대방을 갖고 싶다는 욕망만은 포기하지 못할 때 비극은 일어납니다. 


비극적인 선택

여기 많은 논란이 있었던 영화가 있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2002년 작품인 '나쁜 남자'에서 남자 주인공인 한기(조재현)는 사창가의 깡패 두목입니다. 그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대생 선화(서원)를 선망의 시선으로 뚫어지게 쳐다보지만 선화는 허름한 한기를 싸늘하게 쏘아보고, 한기는 홧김에 그녀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선화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한 한기는 계략을 꾸며 그녀를 창녀촌으로 끌어들입니다. 계략에 말려들어 창녀가 된 선화의 방 거울은 밀실의 유리와 연결되어, 한기는 밀실을 통해서 매일 밤 서서히 창녀로 변해가는 선화를 지켜보게 됩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라 오면서 소유에 대한 욕망은 커지지만 그 소유를 채우지 못했을 때의 감정적 결여를 해소하는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자존감의 결여를 욕설이나 폭행으로 상대방에게 해결하는 사람들도 존재하고 헤어지자는 연인의 말에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게 됩니다. 상대방을 내 수준으로 끌어내려 나의 초라한 모습과 동일하게 만들려는 이 폭력성의 근원이 어디인지를 찾아내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이 닿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 자신을 스스로 발전시키려고 하시나요? 아니면 상대방의 단점을 찾아내서 그 사람을 끌어내리려 하시나요? 그것도 아니면 파괴하려고 하시나요?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두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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