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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Sep 13. 2015

다른 사람의 시선이 너무 두려워요.

미스 리틀 선샤인과 족구왕 

아시아권 문화에는 나라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와 비슷한 공통의 속담이 있습니다. 남들과 다르지 않게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전통적으로 뿌리 깊게 박혀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서구권 문화가 많이 유입되면서 사람들의 생각은 점점 변화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축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그러한 사람들을 '비주류'라 칭하고 무엇인가 잘못된 사람들이라고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이런 시선은 한 편으로는 그렇게 용기 내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모습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여기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족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예비역 병장 홍만섭은 군대에서 족구의 신으로 불리며 많은 족구 대회에 나가 포상을 휩쓴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만섭은 졸업 후 복학하자마자 같은 기숙사 선배로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해'라는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만섭은 아직 조금 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기를 원합니다. 만섭은 시끄러워 학업에 방해된다는 학생들의 민원에 없어진 족구장을 다시 만들기 위해 서명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같은 클래스에서 만난 '안나'라는 여학생에게 푹 빠져듭니다. 만섭에게는 너무나 높은 나무인 안나를 좋아하는 만섭을 보고 사람들은 '꿈 깨'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만섭은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안나에게 순수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이 영화에는 많은 시선들이 있습니다. 취업에 목을  메야하는 슬픈 청춘들은 스스로의 욕구를 거세합니다. 기숙사 방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루 종일 하고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학교의 운영자들 마저도 족구는 면학 분위기, 취업 분위기에 방해가 된다고 말합니다. '족구는 뭔가 이상하잖아요 멋도 없고 아저씨들이 런닝만 입고 땀 뻘뻘 흘리면서 냄새나 풀풀  풍기고'라는 안나의 말에 만섭은 이렇게 말합니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걸 숨기고 산다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영화의 결말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철저한 현실입니다. 족구대회에서 우승했어도 만섭에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안나는 우승한 만섭이 아닌 실패한 전 남친에게 돌아갑니다. 만섭은 족구대회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어떤 입사원서에도 쓰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만섭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섭처럼 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만섭은 이미 높은 자존감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섭과 같은 자존감을 갖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 또 다른 영화가 있습니다. 7살 올리브는 조금 통통하고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의 취미는 미스 아메리카 대회의 우승 장면을 돌려보는 것입니다. 그녀의 꿈은 미인대회에 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올리브의 가족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습니다. 대학 강사인 가장 리차드(그렉 키니어)는 본인의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을 팔려고 엄청나게 시도하고 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쉐릴(토니 콜레트)은 이 주째 닭날개 튀김을 저녁으로 내놓고 있어 할아버지의 화를 사고 있습니다.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앨런 아킨)는 15살 손자에게 섹스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 드웨인(폴 다노)은 9개월째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적어 전달합니다. 이 콩가루 집안에 얹혀살게 된 외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는 게이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프로스트 석학입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워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올리브의 아버지처럼 세상을 승자와 패자 둘로만 나누어 바라봅니다. 도전하는 과정에서의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고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신은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정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노력하는 과정에서의 기쁨을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기쁨은 자신의 내면에 쌓이게 됩니다. 처음 한 번의 노력에서  충만함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과정 속에서 계속 자존감은 쌓여가고 그러다 보면 외부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만족감만으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길러지게 됩니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인 '불안'에서 사람들이 불안한 이유는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변을 자신의 성공이나 실패의 유무가 아니라 나 자신 스스로 그 자체를 인정해주는 사람들로 채워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홀로 자존감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올리브의 가족들은 올리브가 미인대회에서 상을 받고 아니고의 유무를 떠나 올리브 그 자체를 사랑하며 그녀의 도전을 지지하게 됩니다. 만약 올리브의 가족들이 올리브에게 너는 실패할 것이니 도전을 포기하자라고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올리브는 평생 타인의 시선에 주눅 들어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번 주 여름 휴가를 맞아 혼자 여행을 떠나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좋아하는 것들 중에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거창한 꿈이 아니라 평범하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도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 옷을 입지 못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루에 마주치는 수 많은 사람들 중에 옷을 이상하게 입은 사람을 떠올려 보면 한 사람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볼 것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 뿐입니다. 물론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취향을 너무도 쉽게 지적합니다. 하지만 그런 무례한 불특정한 사람들,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한  번뿐인 내 인생을 마음대로 하고 살지 못하는 것도 너무 슬픈 일이 아닐까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취향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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