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감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제 Sep 01. 2015

삶의 마지막에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와 라스트 홀리데이

어제 밤 술해 취해 집에 들어와 앉아서 짐을 정리하다 문득 눈을 떠보니 잠이 들어있었습니다. 순간 엄청난 공포가 엄습해왔고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잠이 들었을 때까지의 기억이 아무것도 나지 않았습니다. 인생이 비디오테이프라면 누군가 내 인생을 가위로 오려 날려버린 후 다시 붙여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한 없이 초라해지고 자연의 거대함과 나의 무력함에 몸이 떨려옵니다. 내 정신이 없어진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잠이 들었다가 깨지 않는 것과 같은 걸까요? 만약 우리가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면 어떤 행동을 할까요? 극도의 무력감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될지 아니면 죽음 뒤의 삶이 무서워 착한 일을 하면서 인생을  마무리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선고받고 있고 그 후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주인공인 마틴과 루디는 각각 골수암과 뇌종양이라는 판정을 받고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됩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바보 같은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했다는 루디의 말에 바다를 보러 떠나게 됩니다. 두 사람을 차를 훔치고 각종 사고를 치며 바다를 보러 가는 여행을 합니다. 훔친 차가 범죄자의 현금이 가득 들어 있는 차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던 그들은 그 차를 타고 돈을 마음대로 쓰며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하게 됩니다. 루디는 평소에 꿈꿔왔던 판타지를 실현하고 마틴은 엘비스의 열렬한 팬인 어머니에게 엘비스가 어머니에게 선물했던 차와 같은 차를 선물합니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은 갱단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그 절박한 순간에서도 두 사람은 바보 같은 농담을 던지며 삶을 비웃습니다. 돈이라는 물질적인 것에 심각해지는 갱단의 모습이 아무것도 욕심이 없는 곧 세상을 떠날 두 사람에게는 너무나 하찮게 보였을 것입니다. 


죽음의 선고를 받는 또 하나의 영화가 있습니다. '라스트 홀리데이'의 주인공인 '조지아'는 백화점의 주방용품 매장 판매원입니다. 매일 같이 상사에게 매출의 압박을 받지만 매주 홈리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심성 고운 아가씨입니다. 사랑도 하고 싶고 자기만의 작은 가게도 갖고 싶지만 현실에서 그러한 꿈들을 이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부조리한 대우에도 아무 말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사고로 인해 병원을 찾게 되고 병원 의사에게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조지아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조지아는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할 기회도 사랑하는 가족을 보러 갈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털어 최고급 호텔에서 일하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주방장의 요리를 먹으러 가게 됩니다. 그 곳에서 조지아는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환대를 받습니다. 돈을 맘껏 쓰는 탓에 대부호로  오인받은 그녀는 여기저기에 초청받습니다. 그리고 특유의 아름다운 심성으로 호텔 내부의 많은 사람들을 도와줍니다. 그런 당당하고 밝은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하게 되고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이 꿈꿔온 멋진 여성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자신의 옭아매던 모든것을 버리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았을 때 그녀는 진정으로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존을 위해 하는 많은 것들의 대부분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습니다. 일자리를 잃을까 봐 부당한 상사의 대우에도 침묵해야 하고, 혹시나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 한번 걸어보지 못합니다. 혹시 내가 내일 죽는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대우를 참고 있을까요? 내일이 너무 짧으면 한 달은 어떨까요? 한 달도 참지 않을 겁니다. 1년은 어떨까요? 10년은? 결국 우리는 언젠가 죽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마음 먹은 일을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하고 산다면 '이렇게 살 수는 없어'라는 말을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우리 삶에서 주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옭아매는 많은 것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뿐입니다.


오늘도 삶이 너무나 힘드신 분들에게 두 영화를 추천해 드립니다.
2시간 속 인생의 참 의미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