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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muli Jun 17. 2018

[채식의 끌림 10] 채식한끼 현미채식 강연회

사... 사실 잘 모르겠어요. 현미채식은 못해요... 채식만 할래...


채식인들의 4월 대 잔치


     4월 초 처음으로 갔던 채식 모임에서 현미채식을 개발하신 황성수 박사님의 강연이 4월 22일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해서 식사 모임 겸 강연회를 가게 되었다. 장소는 과천에 있는 '러빙헛'이라는 채식 뷔페였다. 채식 전문 식당에 가는 건 처음이었어서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신기하기도 하면서 기대가 됐다. 그동안 친구들이 '채식하면 콩고기 먹어봤겠네? 어때?'라는 질문에 난 '아... 안 먹어봤는데?'라는 찌질한 말만 해줄 수밖에 없어서 안타까웠다. 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채식을 할 때 고기의 대체식품으로 콩고기를 먹는데 나는 딱히 고기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 식감과 맛을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콩고기라는 가공식품을 굳이 내 돈 주고 사 먹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럴 때 먹어보지 언제 먹어보겠어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맛있었고 가끔은 먹을만하겠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가공식품 is 뭔들...)


가는 길에 표시되어있는 채식뷔페 안내문



     내가 자주 보고 들어가는 채식 커뮤니티인 채식한끼에서 기획한 강연회여서 그런지 음식점에 들어가자마자 익숙한 분들이 보였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채식을 주제로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시는데 거기에서 자주 봤던 분들도 계셨고 저번 모임에서 만났던 분들도 계셨다. 비로소 채식 모임을 만드신 여운님도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갑게 인사했고 이름만 들어보고 아직 방문은 못해본 유명한 비건 음식점 '어라운드 그린' 사장님도 오셔서 인스타 스타를 보는 기분이었다. 강연회라서 그런지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참석했고 황성수 박사님과 함께 먼저 식사를 했다.


채식뷔페 음식들



     모든 음식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콩불고기, 콩치킨, 두부로 만든 요리들, 메밀전병, 가지볶음, 냉이 튀김, 야채 샤부샤부, 야채김밥, 파스타, 잡채, 비건 짜장, 비건 짬뽕, 비건빵에 식물성 생크림과 잼, 떡, 샐러드, 파스타, 과일 등 엄청 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었다. 고기, 생선, 계란, 유제품 없이도 이렇게 많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고 문제는 엄청 먹었다. 채식하고 한 번에 먹는 양을 줄이면서 조금씩 자주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모든 식욕을 불태우고 왔다. (언제는 안 불태웠냐는 듯이 말하는데 맞아요... 사실 매일 불태워요...)



이것보다 더 먹었지만 부끄러워서 더 올리지는 않아요.


     콩치킨은 생각보다 딱딱하고 바삭했다. 튀김가루가 두껍고 살이 많지 않은 치킨이라고 하면 사람들도 잘 구분하지 못할 것 같은 맛이었고 콩불고기는 살짝 얇은 두부 같은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불고기 소스로 만들어서 맛이 없지 않았다. 

     불고기나 제육볶음이나 양념이 들어간 고기 요리들은 양념 맛으로 먹는 느낌이 항상 강했어서 그런지 같은 양념장을 가지고 야채나 버섯으로 하면 충분히 불고기 제육볶음과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양갱과 같이 먹은 식물성 생크림은 놀라울 정도로 일반 생크림과 비슷했다. 차이점이라면 일반 생크림보다 훨씬 가벼운 식감과 맛을 가졌다는 점이다. 

     저 양갱과 생크림을 먹을 4월에 나는 '아 세상에 우유 없이 만든 식물성 생크림이라는 음식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죄책감 없이 먹었지만 사실 식물성 생크림은 크림 질감을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화학 첨가물이 들어간다. 그리고 식물성 유지인 인공 경화유가 베이스로 들어가고, 그 액체상태의 기름을 고체형태로 만들면서 많은 트랜스지방산이 생기기 때문에 어쩌면 동물성 생크림보다 더 몸에 해로울 수 있는 제품이다. 아니 트랜스지방을 섭취하지 않기 위해 육류, 계란, 유제품을 안 먹으면서 식물성 가공식품을 통해서 먹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4월의 무지했던 나는 반성해야 한다.)

     지금은 많은 베이커리 (비건이 아닌 일반 베이커리)에서 값싸고 저렴한 식물성 생크림을 지양하고 유크림 100%인 동물성 크림을 사용하고 있다. 비건을 지향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식물성 크림을 먹을 바에는 동물성 크림을 드세요... 


세상에 채식인들은 정말 많아요.



     평소 생활에서는 나랑 공통적인 식습관을 가진, 채식을 하는 사람과 교류가 없다 보니까 심적으로 많이 외로움이 느껴진다. 채식 모임에 나가면 다들 공통적으로 식습관에 관심이 많고 먹는다는 행위에 개개인마다 신념이 담겨 있기 때문에 대화를 하면 내가 배워가는 기분도 들고 서로 이야기에 관심 갖고 귀 기울여주기 때문에 나도 내 이야기를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고 즐겁다.  


     일상생활에 한 명이라도 나와 같은 목표와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훨씬 외롭지 않고 심적으로 위안이 될 텐데, 비 채식인에게 채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쩌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행위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채식에 관한 이야기는 잘 안 하게 되었다. 그래서 채식 모임에 주기적으로 나가고 내가 찾아서 신청하기도 한다.




황성수 박사님의 현미채식 강연


     사실 아무 생각 없이 현미 채식이 뭔지도 모르고 채식 식사 모임이라길래 사람들이랑 만나고 밥 먹을 생각에 들떠서 간 나는 강연이 시작되고 현미채식이 무엇인지 단백질 섭취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황성수 박사님 현미채식 강연


     기본적으로 현미채식은 현미, 채소, 과일만 먹는 식사방법을 현미채식이라고 한다. 암이나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을 치료 및 예방하는 방법으로 식이요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시고 특히 이런 질환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미채식을 어렸을 때부터 하기를 추천한다고 하셨다.

     박사님은 현미채식을 하신지 20년 정도 되셨다고 하는데 매 끼니마다 과일, 녹색채소, 생 현미를 물에 불려서 드신다고 하신다. (전... 못하겠어요 박사님...)


     사실 채식에도 알다시피 정크 채식이 있다. 채식이라 해서 설탕이나 기름, 조리 방법 등에 제한을 두지는 않기 때문에 세상에는 수많은 비만, 질병을 앓고 있는 채식주의자들이 있다. 황성수 박사님은 이런 채식은 본인이 말하는 채식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현미 채식에서는 기본적으로 생식을 한다. 채소도 생으로 먹고 가능하다면 현미도 생으로 먹는 걸 추천하지만 익숙하지 않다면 밥을 지어서 먹으라고 하셨다.


     채식 앞에 '현미'를 꼭 붙여서 강조하는 현미채식에서 현미는 도대체 왜 중요한 걸까?

현미야말로 성인병에 가장 빠르게 효과를 줄 수 있는 곡식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소화가 빠르게 되지 않아서 포만감이 오래가고 허기가 잘 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평소에 가장 많이 먹는 쌀밥의 재료인 흰쌀(백미)은 쌀 영양의 95%를 차지하는 씨눈과 속껍질을 제거한 쌀이기 때문에 많은 영양소를 버리고 먹는 것과 다름없다. 현미에는 백미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11%나 높다고 하셨다. 그 외에도 섬유질은 4배, 철은 5배, 비타민은 5배나 더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엄마가 흰쌀밥 안 해줬다고 징징대지 말고 잡곡밥, 현미밥 맛있게 꼭꼭 씹어 먹기를 바란다.


     사실 직장인들, 학생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은 이 정석 현미채식을 하기에는 힘들다. 어떻게 사람이 매 끼니마다 현미밥에 채소랑 과일만 먹을 수 있을까? 밖에서 밥을 먹을 때는 최대한 현미밥 위주로, 열을 가해 조리해도 괜찮으니 반찬은 채소와 나물 위주로 먹고 간식이 먹고 싶을 때면 과일을 먹으면 충분히 현미채식도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해주셨다.


내가 평소에 먹는 밥


     현미채식은 아니더라도 내가 평소에 먹는 밥이다. 녹색채소를 좋아하기도 하고 몸에 잘 받아서 항상 상추 케일 깻잎 치커리 같은 쌈채소를 밥과 반찬과 같이 먹는다. 밥은 현미밥이 아니고 귀리밥이다. 현미와 귀리를 3:7 정도로 넣어서 만드는데 귀리 역시 껍질채 먹는 잡곡이라 포만감이 오래가고 꼭꼭 씹어 먹어야 소화가 돼서 평소에 밥을 먹으면 짧게는 30분 오래 먹을 때는 40-50분까지도 먹는다.




Q&A


     설명은 이쯤 하고 현미채식을 시작하려고 할 때 내가 가장 궁금했었고 편견으로 가득 차 있던 부분을 명쾌하게 풀었던 질문이 몇 개 있었다.


1. 단백질을 어떻게 섭취하나요?


     - 진짜 채식하면서도 많이 들었던 말이 고기 안 먹으면 단백질 어떻게 먹냐는 말이었다. 그런데 더 나아가서 현미 채소 과일만 먹는 현미채식은 나조차도 단백질을 어떻게 섭취하냐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황성수 박사님의 의견은 본질부터가 달랐다. 성인에게는 그렇게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답이었다.


사람에게는 1차, 2차, 3차 성장기가 있다. 1차는 1살부터 돌까지, 2차는 돌부터 13살까지, 3차는 13살부터 19살까지이다. 1차 때 가장 많은 성장을 하고 그다음 2차 그다음 3차 순서대로 성장을 한다. 이 시기에는 단백질이 꽤 많이 필요하다. 몸을 만들고 성장시켜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성장이 끝난 성인은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할 필요가 없다. 잡곡과 채소 과일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로도 충분히 결핍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


황성수 박사님은 콩도 자주 먹는 걸 추천하지 않으셨다. 메밀, 콩, 견과, 동물성 식품에는 다량의 단백질이 포함돼 있어서 알레르기성 비염, 피부염, 아토피 등을 유발한다.


나조차도 처음 채식을 시작하면서 식물성 단백질에 집착해서 콩, 두부, 두유를 평소보다 4-5배 어쩌면 그 이상으로 섭취했었다. 그래서 무월경으로 3개월을 보냈고 콩이라는 끈을 놓기 힘들었지만 단백질의 집착을 버리면서 다시 정상적인 생리주기를 찾았다. 생각보다 성인은 또는 사람의 몸은 단백질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2. 영양분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 나만 궁금한 게 아니었나 보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현미채식에는 두려움이 있다.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B12 가 대표적이다. 


단백질은 위에서 이미 언급을 했고 박사님은 칼슘은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다. 단백질은 칼슘을 사용한다. 산성 식품을 먹으면 칼슘을 녹이는데 대표적인 산성 식품이 단백질, 카페인이다. 


철분은 채소와 과일에 고기와 맞먹는 양의 철분이 들어있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비타민 B12는 현미채식뿐만 아니라 채식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는 영양소이다. 비타민 B12는 요새화 된 곡물이나 동물성 식품에 들어있는 수용성 비타민이다. 사람들은 이 영양소를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으면 섭취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해조류에 많이 들어있다. 김이나 미역을 가끔 먹어주기만 한다면 충분히 섭취 가능하다.


3. 식욕을 어떻게 참으세요? 


     - 사실 이 답변을 들어도 답은 없다. 내 안의 식욕은 황성수 박사님이 다스려줄 수 없는 그런 무궁무진한 미지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황성수 박사님은 '저 음식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면 식욕을 다스릴 수 있다.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알게 되면 그렇지 않은 음식들은 저절로 멀리할 수 있다.'라는 명언과 '과일과 채소의 맛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맛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셨다.


두 번째 답변은 100번 공감하는 말이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생각보다 채소와 과일은 맛있다. 

하지만 첫 번째 답변은 20%밖에 공감하지 못한다. 저 음식의 문제점은 알고 있다.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입이 원하는 것과 머리가 원하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현미채식은 100% 실천하지는 못할 것이다. 식욕을 다스리지 못할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단호하게 포기하다니)




현미채식뿐만 아니라 채식은


     처음 현미채식이나 채식을 시작하면 명현현상이 올 수 있다. 구역질이나 피부 가려움, 변비, 소화불량 등 평소 먹지 않은 음식을 먹어서 몸에서 '너 이런 거 잘 안 먹었잖아!' 하는 이상반응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1주일 이내에 가라앉게 된다.


    확실히 내가 2월 초부터 채식을 시작하고 이번 봄에는 항상 앓던 비염이 없었다. 봄, 가을, 환절기에는 지르텍과 코에 뿌리는 약을 항상 가방에 넣어 다니던 비염환자였는데 내가 비염을 앓았나? 싶을 정도로 알레르기 비염이 사라졌다. 


     20년 만성변비에 시달렸는데 채식을 시작하고는 하루에 한, 두 번 정말 심하다 싶을 때 이틀에 한번 정도는 꼭 화장실에 간다. 지금은 외식을 자주 하고 정크 채식도 자주 해서 처음 채식을 했을 때보다는 덜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게 어렵지 않다. (알람을 듣고 일어나도 예전처럼 핸드폰을 부시고 회사를 부시고 싶은 마음은 딱히 들지 않는다.) 


     그리고 땀에서 땀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다. 이 것은 확실히 요가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내가 스스로 느끼는 것인데 땀을 흘려서 수건으로 닦아도 수건에서 땀냄새가 나지 않는다. (고기가 소화되는 과정에서 악취를 유발하는데 나중에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사람은 좋은 것은 잘 습득하지 못하고 나쁜 것은 누구보다 빠르게 배운다. 자연 상태의 음식은 맛이 정말 거칠다. 하지만 반대로 가공식품은 달콤하고 고소하고 짭짤해서 혀를 즐겁게 한다. 당장 혀의 기쁨은 나도 좋아하고 누구나 좋아하고 버리고 놓기 힘들다. 100% 버리고 자연인처럼 사는 게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뭘 먹는지 이걸 먹었을 때 내 몸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내게 맞는 식습관이 뭔지는 알고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미채식 & 채식 관련 유튜브


<황성수 힐링스쿨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hwangsshealing


<자연식물식 이레네오>

https://www.youtube.com/channel/UCjq0Oz2xa0kaVp_mASLqNkw


<심심할 때 봐줘요 재밌으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Ldbd4LKdw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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