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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muli Jul 04. 2018

[채식의 끌림 11] 비건 식당 탐방기-1

'1 Week 1 Vegan'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무무예요.

'1 Week 1 Vegan' 프로젝트


     채식을 시작하기도 했고 졸업전시 작품으로 채식 관련 독립출판 서적을 만들기로 생각하고 점점 더 어떻게 하면 내가 사회에서 채식을 긍정적인 흐름 안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나도 채식을 하기 전에는 채식주의자, 채식인, 베지테리언, 비건이라는 단어는 어디 우주에 있는 행성 같은 존재였다. 너무 멀고 어려웠던 것들이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는 얼마나 나에게 가까이 있고 무겁지 않은 의미였는지 알게 되었고 왜 나는 채식을 이렇게 뒤늦게 시작했는지 후회도 했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봤을 때 그 첫 번째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채식'을 가깝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물론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만)


    '1 Week 1 Vegan'은 1주에 1끼 비건식이라는 뜻이다. 1주일에 한 끼만 비건 음식을 먹어보면서 채식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 어려움, 무거움과 편견을 조금씩이라도 줄여나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만든 프로젝트인데 생각보다 친구들이 많이 참여해주고 있다. 1주일에 1개씩 SNS에 작게 만든 포스터를 올리면 채식에 관심이 있고 비건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연락을 줘서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내가 안정적으로 모임을 지속할 수 있게 경험이 쌓이면 친구들뿐만 아니라 채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모두 참여할 수 있게 열심히 홍보해서 진행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이다. 식당에서 밥만 먹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식습관과 식문화에 대해서도 서로의 생각을 듣고 앞으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음식이 얼마나 인생에서 중요한지 서로 이야기도 나누면서 모임을 지속하고 싶다.



1-5회차 포스터 (가볍게 만들어서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있다)



'1 Week 1 Vegan'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면 (참여해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에  #1week1vegan_1  해쉬태그를 검색하면 제 SNS에 오실 수 있어요.




#1 종로에 있는 '노바 키친'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가볍게 지금까지 가봤던 비건/채식 식당에 대해서 간단한 리뷰를 남겨보려고 한다.


1.  가장 처음에 갔던 채식 식당은 종로에 있는 '노바 키친'이다.

     주변에서 가장 채식에 관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남자 친구여서 가장 처음 시작은 남자 친구와 함께 갔는데 우리 둘 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여기는 비건 음식만 있는 건 아니고 계란과 우유가 들어간 락토 오보 메뉴도 있어서 채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비 채식 인과 함께 외식을 하고 싶은 채식인들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서 노바키친이라는 입간판을 찾아주세요~


     노바 키친이 2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입구가 찾기 힘들 수도 있는데 1층 건물 앞에 이렇게 푸르른 덩굴나무와 함께 노바 키친이라는 나무 입간판이 벽에 붙어 있다. 이 간판이 보이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작고 아늑한 가게가 나온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 '현미 아란치니'


     진짜 한입 먹고 깜짝 놀란 비건 메뉴 '현미 아란치니'를 먹었다.

아란치니는 원래 이탈리아 음식으로 치즈, 콩, 밥과 여러 가지 야채와 고기를 넣어 뭉친 후 빵가루를 입혀서 튀겨낸 음식인데 노바 키친에서는 현미와 야채만으로 너무 기름지지 않고 깔끔하게 튀겨냈다.

에어프라이기로 튀긴 건지 기름에 튀긴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먹을 때 다른 튀긴 음식처럼 기름이 많거나 입 주변에 기름이 묻어나지 않아서 담백하고 깔끔했다. 처음 나왔을 때는 양이 적어 보였는데 현미밥으로 만들고 소스도 넉넉하게 주셔서 남자 친구에게 나눠주고 먹어도 든든할 정도의 양이였다. 밑에 깔려있는 소스는 구운 파프리카로 만든 소스였는데 감칠맛이 많이 나고 달달하면서도 정말 맛있었다.


     밥(쌀)을 튀긴 음식은 처음 먹어봤는데 소스와 같이 먹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간이 세거나 맛이 강한 음식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데 노바 키친 현미 아란치니는 간도 별로 세지 않고 싱겁다에 가까운 맛이어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계란과 버터가 들어간 '뿌리채소 차나달 커리'


     나는 계란과 버터가 들어가서 이 카레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후기에서 현미 아란치니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메뉴여서 남자 친구에게는 이 카레를 추천해줬다. 뿌리채소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자주 먹는 식재료여서 반가웠다. 뿌리채소는 오래 익히면 안에서 단맛이 자연스럽게 나와서 따로 많이 단맛을 인공적으로 첨가하지 않아도 충분히 단맛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같이 곁들여 나오는 녹색채소의 씁쓰름한 맛이 먹고 있는 메인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 것도 너무 좋았다.



두유 호우지차 블라망제


     발음도 힘든 '두유 호우지차 블라망제' 디저트까지 먹었다. 두유와 호우지차로 만든 크림과 푸딩인데 노바 키친에서 제일 유니크하고 맛있고 색다른 음식을 먹고 싶은 분들은 꼭 이거 드셔 보시길 강력하게 권한다. 밑에는 두유푸딩이 있고 윗부분에는 호우지차 가나슈가 있는데 섞어서 먹어야 슈크림의 단맛과 푸딩의 고소한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고소하고 달달하고 처음 먹어보는 차의 향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유제품이 들어가 있지 않은 푸딩인데도 충분히 고소하고 달고 맛있었다.





#2 망원에 있는 '어라운드그린'


     많은 비건 식당, 카페는 망원, 합정, 홍대, 이태원 쪽에 몰려있다. 채식 인구 비율이 높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기도 하고 여행 오는 지역이기 때문에 그럴까?


2. 두 번째로 갔던 식당은 망원동에 있는 '어라운드그린'이다.

    처음으로 포스터를 만들어서 올렸는데 가장 친했던 대학교 동기가 연락을 줬다. 채식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몸이 안 좋아서 속이 더부룩해지는 음식보다는 먹고 속이 편한 음식을 먹고 싶어서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고기나 동물성 식품은 단백질 함량이 높아서 소화가 더디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기를 먹으면 든든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든든, 안 좋게 말하면 더부룩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망원동 '어라운드그린' 입구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 비건 식당인데 가게 앞에 가면 생각보다 작고 간판도 크지 않고 아기자기하고 아담하다. 가게 안에도 테이블이 4-5개 정도밖에 없는 조그마한 가겐데 그래서 그런지 더 아늑하고 부드럽고 여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두부 소보로 덮밥


     어라운드그린은 모든 메뉴가 비건이라 계란과 유제품을 먹지 않는 나도 아무 메뉴나 시켜도 돼서 좋았다. 가끔 채식 식당이라 해서 전 메뉴가 비건일 줄 알고 시키면 계란이나 유제품이 포함돼서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어라운드그린은 그런 실수를 할 걱정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두 가지 맛의 두부 소보로가 현미밥 위에 덮여 있고 반찬으로 연근과 버섯구이, 미역국과 깍두기, 방울토마토가 함께 나온다. 정갈한 한 상을 먹는 기분이라 너무 좋았는데 간도 적절하고 채식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 와도 비건 음식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정말 너무 맛있었다. 간장 베이스 두부 덮밥이어서 그런지 적당히 감칠맛도 나고 현미밥+두부 조합은 언제나 배가 더부룩하지 않게 든든하다는 장점이 있다.





블랙빈 스테이크 (출처 : 인스타그램, 직접찍은 사진)


     콩으로 만든 스테이크와 현미밥, 야채구이와 샐러드가 나온다. 친구가 먹은 음식인데 20분도 안돼서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나도 한입 먹어봤는데 콩으로 만들었지만 간을 적절히 해서 먹기 편하고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여쭤보진 않아서 모르지만 소스가 정말 맛있었다.

     친구는 채식음식은 맛있긴 하지만 너무 빨리 소화돼서 아쉽다고 했다. 원래 양이 많은 친구이기도 하지만 한 그릇으로는 약간 부족해했다. 양이 많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어라운드그린 음식들은 조금 적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3 성수에 있는 '더피커'


     더피커는 단순히 채식음식만 파는 곳이 아니라 유기농 식재료도 판매하고 있고 국내 최초로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를 시도하는 공간이다. 플라스틱이나 비닐과 같은 환경에 유해한 포장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판매하는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해서 음식을 만드는 그로서란트(Grocerant) 매장이다.


3. 세 번째 갔던 음식점은 성수동에 있는 '더피커'이다.

    친구들이 점점 더 관심을 많이 가져줘서 뿌듯했다. 이번에 같이 갔던 친구는 채식이나 먹는 것에 평소에도 관심이 많고 앞으로도 더 신경을 써서 먹어야겠다고 말해줬던 친구였다. 학교 친구여서 학교에서 가까운 성수동에 있는 더피커에 가기로 해서 부담스럽지 않게 다녀올 수 있었다.

더피커 가게 입구


     공장이 많고 아직 개발 중인 지역이라 조금 삭막할 수 있는 성수동에서 초록 초록한 잔디와 나무 가든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이곳이 바로 더피커의 입구다. 누가 봐도 건강한 음식을 팔 것 같은 비주얼의 가게여서 들어가면서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유기농 식재료와 담아갈 수 있는 자연친화적 용기도 팔고 있다.


     여러 가지 곡식과 그릇, 구매한 식재료를 담아갈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주머니까지 판매하고 있다. 각종 구황작물과 야채들까지 판매하고 있는데 음식을 주문하면 이 재료들을 바로 가지고 가서 요리를 해주신다. 그래서 믿음이 가는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 더욱 먹을 때 애착이 가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비건 베이컨 버거


 우리 둘 다 비건 베이컨 버거를 먹었다. 더피커는 샐러드나 스무디 볼도 팔아서 가볍게 먹으로 오기 좋은 곳이었지만 배부르게 먹고 싶었던 나는 비건 버거를 시켰다. 이름에 베이컨이라는 명칭이 들어가 있지만 진짜 베이컨이 들어가 있지 않고 훈제 두부가 들어가 있는 버거였다. 건조를 한 건지 모르겠지만 두부가 탱탱하고 쫄깃했다. 아보카도로 만든 과카몰리가 소스로 들어가 있고 적당한 짠맛을 주는 홀그레인 머스터드소스가 발려져 있어서 정말 맛있었다. 채식 버거는 처음 먹어봤는데 고기가 들어간 수제버거와 견주어도 뒤쳐지는 맛이 아니었다. 야채도 가득 들어있어서 신선하고 든든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4 홍대에 있는 '수카라'


     서울에 있는 채식 식당 중에 내 생각에는 가장 유명한 식당이 아닐까 싶다. SNS에도 많이 소개되었고 비건 메뉴뿐만 아니라 락토 오보 메뉴까지 제공하고 가게도 생각보다 크고 인테리어도 독특하다. 지금까지 가본 오픈 키친은 오픈 키친이 아니다. 수카라를 가봐야 진정한 오픈 키친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네 번째로 갔던 음식점은 홍대에 있는 '수카라'이다.

    학교 후배들과 갔는데 맛있게 먹어서 뿌듯했다.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경험을 하고 싶기도 했고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생들이라 내 영향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이 친구들도 요즘 비건, 채식이 큰 흐름을 타고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주변에 채식하는 사람은 없지만 요즘 점점 비건 베이커리나 육류를 자주 먹지 않는 어떠한 흐름이 느껴진다고 했다.



입구에 간판이 없기 때문에 수카라 가게는 찾기가 힘들다.


     입구에 가게 간판이 없어서 찾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문을 잘 보면 수기로 '수카라'라고 쓰여있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오면 이런 아늑하고 예스러운 공간이 나온다. 생각보다 가게 규모가 크고 직원들도 많고 사람도 많아서 놀랐다. 지금까지 갔던 식당은 작고 일하시는 분들도 소수여서 아늑한 친구 집에 놀러 간 기분이었다면 수카라는 채식하는 어떠한 공동체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정말 오픈키친이다. 바로 앞에서 가림막하나 없이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ㄷ자 모양의 식탁이 인상 깊었다. 중앙에 원 테이블이 하나 있는데 다 함께 삥 둘러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가운데서 직원분들이 요리를 하신다. 주변에 여러 개의 테이블이 더 있어서 여럿이 온 손님들이 각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인테리어가 나무 위주로 되어 있어서 공간은 크지만 아주 아늑하고 자연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3가지 요리를 시켰다.


     나는 봄 한정 비건 메뉴인 칠리 콩 타코 라이스를 시켰다. 평소에도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시켰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현미밥과 콩으로 만든 타코 속과 두부마요네즈가 위에 뿌려져 나오고 가니쉬로 샐러드와 양배추 절임이 나온다. 살짝 매콤한 맛이 있어서 같이 나오는 샐러드와 식감과 맛의 조화가 정말 잘 어우러졌다. 현미밥과 콩의 조합은 언제나 든든하고 맛있어서 다음에 와도 이 메뉴는 꼭 다시 먹고 싶었다.


     같이 간 동생들은 구운 채소 버터 카레와 유정란 치즈 오믈렛을 시켰다. 계란과 치즈 버터가 들어가서 나는 맛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같이 채식 식당을 갔던 친구들 중에 가장 반응이 좋았다. 카레 위에는 구운 야채가 잔뜩 올라가 있었고 오믈렛 안에는 치즈가 가득 들어있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음식에 사이드로 녹색채소가 나와서 좋았다. 먹다가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5 상수에 있는 '슬런치팩토리' 에 갈 거예요.


     앞으로도 '1 Week 1 Vegan' 모임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다. 7월 7일에는 고등학교 친구와 슬런치팩토리라는 상수동에 있는 음식점에 가기로 했는데 정말 기대된다.

     한 주씩 채식 음식점을 다니면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채식 음식을 소개하는 기쁨도 있고 나 스스로도 내가 만든 음식이 아닌 밖에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밥을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인 것 같다.


     앞으로도 내가 다녀온 채식 식당, 카페, 베이커리 리뷰를 가볍게 올리려고 한다. 근처에서 약속이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먹어봐도 좋을만한 맛에, 몸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식당들이니까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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