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있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소소한 행복
식습관에 그리고 채식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로푸드'라는 단어를 글에서 인스타그램에서 책에서 많이 접하게 되었다. 도대체 로푸드가 뭘까?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로푸드일까? 하는 궁금증에 검색을 하고 로푸드의 매력에 퐁당 빠지게 되었다.
로푸드는 'Low food'가 아니라 'Raw food' 즉 날음식, 생채식요리를 로푸드라고 한다. 음식에 46도 이상의 열을 가열하지 않고 음식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기본이고 그렇기 때문에 채소, 과일, 곡식, 씨앗, 견과류와 같은 순수 재료들로 음식을 만든다. 물론 곡식이나 구황작물이나 익혀야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은 최소한의 열을 가해 익힌다.
일반적인 채식은 '채식'이라는 말만 놓고 정의했을 때 건강한 야채와 과일만 먹는다는 편견을 갖기 쉬운데 채식인들도 식물성 음식이라는 범주안에서 충분히 정크푸드를 즐길 수 있고 실제로도 많은 채식주의자들이 건강하지 않은 음식들을 많이 먹고 있다. 화학첨가물이 잔뜩 들어있는 가공식품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재료를 조리하는 방법에서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튀긴 음식 식물성 기름이 많이 들어간 고지방 음식을 먹기도 한다. 예를 들면 맥도널드에 가서 감자튀김과 해시브라운을 케첩에 찍어서 콜라랑 배 터질 때까지 먹는 식단도 채식 식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그 식단이 익힌 야채과 적당한 고기를 삶아 먹는 비 채식 식단보다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말 정직하게 몸이 받아들이는 음식에 대한 의식을 갖고 바른 먹거리를 건강한 조리법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는 식물식을 실천하는 행위가 로푸드라고 생각한다.
로푸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비로소 채식'이라는 모임을 알게 된 이후다. '비로소 채식'의 뜻이 '비'건과 '로'푸드가 함께하는 '소'소한 채식 이야기라는 뜻으로 채식과 로푸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로푸드 강사님이신 김여운 대표님께서 주최하시는 식사 모임인데 항상 금방 자리가 차서 수강 신청하는 것처럼 연락을 받으면 호다닥 신청을 해야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많다. 4월에 비건 태국요리를 한다고 하시는 안내에 누구보다 빠르게 신청을 하고 참여를 할 수 있었다.
4월 21일 떨리는 마음으로 모임에 가서 모임에 오신 분들과 수줍게 인사를 나누고 여운님께서 준비해오신 식생활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NO IMPACT MAN' (노 임팩트 맨)이라는 영화였는데 콜린베번이라는 환경운동가가 가족과 함께 1년 동안 지구에게 무해한 생활을 하기로 결심하고 그 과정을 찍은 영화다. 지구에게 무해한 생활이 뭔지 감이 안 잡힐 텐데 간단하게 말하면 그 어떠한 쓰레기도 오염물질도 생산하지 않는 생활을 말한다. 콜린과 그의 아내 미셸과 딸은 1년 동안 차근차근 하나씩 모든 생활 습관을 버렸다. 먼저 모든 음식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만 소비를 하고 쓰레기는 만들지 않기 위해 모든 일회용품을 일채 소비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소량의 음식물 쓰레기는 직접 지렁이를 키워서 그들이 분해하도록 했다. 자연스럽게 채식 위주의 생활을 하게 되었고 가공식품과 동물성 식품은 멀리했다. 탄소를 배출시키는 모든 교통수단은 이용하지 않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으며 NO IMPACT MAN 프로젝트 6개월 차에는 모든 전기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밤이 되면 그들은 방안에 촛불을 켜고 생활했고 냉장고조차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식도 최대한 먹을 만큼, 최소한의 저장을 지향했다. 화학제품인 화장품, 세제, 비누 또한 사용하지 않았으며 화장실에서 휴지 또한 사용하지 않았다.
영상을 보면서 저런 삶이 가능할까? 환경보호를 위해 저 정도까지의 삶이 의미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들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영화 중간중간 아내와 딸은 남편의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에 반감을 자주 드러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 가족이 이렇게 1년 동안 생활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자주 표현했다. 하지만 그들은 환경에 관한 문제를 인식하고 최대한 사람이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한계까지 노력하는 것에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역시 나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과연 환경보호가 왜 채식이란 관련이 있냐는 질문이 떠오를 수 있다. 보통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아마 대다수가 포함되는 '동물권'이다. 대략적으로 가축이 어떻게 사육되고 도축되는지의 과정에서 불쾌감을 느끼고, 동물들의 입장에서 연민을 느껴 동물성 식품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이 영역에 포함된다.
두 번째는 '건강'의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다. 건강에 관한 이유는 '[채식의 끌림 7] 달걀과 우유의 배신'에서 작게 글을 썼지만 가장 큰 '육고기'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 천천히 다룰 예정이다.
세 번째는 '환경권'이다. NO IMPACT MAN 도 이 문제점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육식을 하면 환경에 정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전 세계에서 키우는 옥수수의 절반 이상이 소의 먹이로 간다. 그 작물들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수억 톤의 물과 땅 그리고 그 작물을 먹고 자라나는 수억 마리의 소, 돼지, 닭 등 가축들이 매 순간 배설하는 배설물을 정화하는 물만 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양이다. 한 사람이 6개월 동안 샤워하지 않는 물의 양보다 햄버거를 4개 먹지 않는 게 또는 0.4kg의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게 물 절약에 도움이 된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20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채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 정보일 것이다. 또한 전 세계에 있는 소들이 방귀와 트림으로 뿜어내는 메탄가스, 온실가스 양이 전 세계의 차량이 내뿜는 온실가스 양보다 더 많다는 사실도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도 물론 공기오염을 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하지만 모든 매체에서는 소가 사실은 더 큰 주범이에요!! 소를 키우지 말아요!!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영화 관람을 간단하게 하고 여운님께서 준비하신 비건 태국 음식을 함께 먹기 시작했다.
참외 쏨땀과 그린커리 누들 그리고 망고 스티키 라이스 총 3가지 음식을 먹었다. 태국 음식에 베이스가 되는 피시소스를 비건식으로 버섯과 해조류로 만들어서 요리를 하셨는데 맛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쏨땀은 처음 먹어보는 샐러드였는데 새콤하고 쿰쿰한 태국 피시소스의 맛을 잘 살려서 야채의 맛들이 더 다채롭게 느껴졌다. 처음 먹어본 그린 카레는 생각보다 매콤해서 놀랐다. 국수도 쌀국수로 만들었고 가지가 잔뜩 들어가 있어서 너무 맛있었고 달달한 코코넛 맛까지 더해져서 딱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이 두 음식보다 제일 놀라고 새로웠던 음식은 망고 스티키 라이스였다. 찰밥과 망고와 코코넛 소스를 함께 먹는 디저트였는데 망고와 밥을 같이 먹는 모습에 처음에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입 먹고 두입 먹고 계속 먹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적당히 달달하고 새콤한 망고와 쫀득쫀득한 찹쌀에 달고 고소한 코코넛 소스가 어우러져서 새로운 맛의 경험을 할 수 있게 했고 무엇보다 정말 맛있었다. 새로운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내가 채식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비로소 채식 모임의 주최자인 여운님 또한 다이어트를 하면서 강박이 생기고 그로 인해 식이장애를 오래 가지고 계셨던 분이라 여운님이 어떻게 강박을 극복했는지 어떻게 내 몸을 위해 식습관을 바꾸고 로푸드가 어떤 영향을 줬는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채식은 나를 위한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끝없는 다이어트와 말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먹는 것에 두려움이 생기면 삶이 정말 행복하지 않다. 그 해답으로 여운님은 로푸드를 선택해서 내 몸이 조금 더 행복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먹는다는 행위에서 살이 찔 것이라는 강박을 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간 것이다. 모임에서 만난 다른 분들도 채식인이 아닌 분들도 많았다. 채식을 지향하는 분도 계셨고, 하루 한 끼는 채식을 실천하는 분도 계셨다. 점점 육류 소비를 줄여나가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채식 모임이 생겼으면 좋겠다. 모든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모임에 와서 함께 얘기하고 채식이 얼마나 맛있고 즐거운 먹거린지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점점 커진다.
로푸드 강사 김여운 님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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