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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루 May 07. 2024

오만과 편견

알파세대 중1 탐구일지

아이들과 학교 밖으로 현장 체험을 다녀왔다. 땀이 주르륵 흐를 정도로 더운 날씨였지만 함께 이야기하며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으니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었다.

30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나도 모르게 더 엄격해지곤 한다. 혹시 낙오되는 학생이 있을까, 다치는 학생이 있을까, 안전사고가 발생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신신당부를 했지만 에너지 넘치는 중학생을 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내 눈앞에서 저 멀리 뛰어가는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내 보디가드들~ 어디가~ 돌아와~~~"

하지 말라는 소리도 4년을 하다 보니 요령이 생기나 보다.



장장 한 시간을 걷고 드디어 도자기 체험을 하는 곳에 도착했다. 아이들을 앉혀놓고 체험처 선생님께서 찰흙으로 그릇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집중하는 아이들도 있고 역시나 딴짓하는 아이도 있었다. 딴짓하는 아이는 핸드폰 게임을 하다가 걸려 나에게 혼이 났다.


그 아이는 수업 시간에도 펜도 없고 필기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다. 해보라고 하면 항상 부정적인 말이 나온다.

" 하기 싫어요 "


 못해서 하기 싫은 거면 이해라도 한다. 머리가 좋은데, 하면 잘하는데 안 한다.



오늘 도자기 체험 수업에서도 그랬다. 다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손바닥만 한 그릇을 만들고 있을 때, 엄지 손가락만 한 작은 그릇을 5분 만에 만들고 끝났다며 이제 뭐 하냐며, 다 하면 집에 가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그 아이를 혼낼 요량으로 그릇이 너무 작은 것 같다고, 이 그릇은 아무것도 담을 수 없어 보이니 더 큰 그릇을 하나 더 만들어보라고 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



"이거면 충분해요. 곤충 밥그릇이에요."



곤충 밥그릇이라니. 작은 그릇은 성의 없이 만든 그릇이 아니었다. 필요에 의해, 고민해서 나온 답이었던 것이다!



평상시의 무기력하고 부정적인 태도로 그 아이의 그릇을 판단했던 오만한 나를 반성하며 곤충이 어떻게 밥을 먹는지 열심히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마친 후, 곤충박사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남은 찰흙으로 그릇이 아닌 다른 걸 만들어도 되냐고 물었다. 납득이 됐으니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30분 뒤, 찰흙은 완벽한 사슴벌레가 되어있었다!

집게의 디테일을 보라..!


감탄을 하며 칭찬을 마구 해주자 멋쩍은지 내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내가 오버를 하자 주변에서 다른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는 남은 찰흙으로 각자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었다. 우리 반 최고 까불이는 용을 만들고, 내 칭찬을 무진장 받아 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면 쉽게 그 아이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하고 오만해진다. 행동의 단면을 보고 편견을 가지기도 한다.

교실에서는 얌전하게 앉아 공부 잘하는 학생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체험학습, 체육대회, 버스킹 등 교실 밖에서의 모든 활동은 그동안 가졌던 편견을 깨는 시간이다. 교실에선 눈에 보이지 않았던 다른 매력들이 발산되는 시간이다.


저마다의 매력으로 반짝이는 순간들을 잘 포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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