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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루 May 07. 2024

고자질과 신고의 차이

알파세대 중1 탐구일지

사건의 발단은 교실 무단출입에서 시작됐다.

여러 번의 분실 사고가 일어난 이후 우리 학년에는 규칙이 생겼다. 다른 반 교실에 무단으로 들어가지 않기.

무단으로 들어갔을 경우 지도를 받고 교내 봉사하기.

오늘 우리 반에 무단출입을 한 학생의 수는 0명이었다.


그런데 어제 집에 가기 전 우리 반 학생 두 명이 와서 이실직고를 했다.

"선생님 사실 화요일에 우리 반에 다른 반 학생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놀았어요."


"몇 명이나?"


"한 .... 20명이요"

이럴 수가.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다녀온 날 너무 신난 나머지

 "야!! 우리 반 들어와! 같이 놀자! 안 적을게!!"를 외친 것이다. 특정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아이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다른 반이 들어왔다는 사실보다, 아이들이 서로 짜고서 칠판에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이었다.

아뿔싸 싶어 아이들에게 들어오면 똑같이 적어야지 형평성에 어긋나게 규칙을 적용하면 안 된다며 반 전체를 혼을 냈다.

이러고 일단락이 된 줄 알았건만. 내가 교무실로 내려가자마자 제보자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아이들이 단체로 비난을 했다고 한다. 같이 놀아 놓고선 선생님에게 고자질했다고.


 순식간에 공익제보자에서 고자질쟁이가 된 아이들은 이내 우리 반에 들어왔던 20명의 아이들에게도 둘러싸여 손가락질을 받았다고 한다. 너희 반 애들이 들어오라고 해서 갔는데 왜 우리가 혼이 나야 하냐고.


제보자 두 명은 나에게 와서 괜히 말했다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겁난다고 했다. 교실 출입 문제가 학폭으로 가겠다 싶어 머리가 아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우선 제보자들에게 너희가 아니었어도 20명이나 들어왔으면 선생님이 조만간 알게 되었을 거라고 진정을 시켰다. 그리고 반에 가서 이 일로 인해 눈치를 주거나 괴롭히는 학생이 있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고 교실을 나왔다.

눈치 준 학생들을 불러 혼내자니 보복을 할 것 같고.. 고자질과 신고의 차이를 알려주는 것이 낫겠다 싶어 반 전체를 앉혀놓고 다양한 예시를 들어 질문을 했다.



출처 - 비주얼 싱킹 연구회

신고는 사회적 규칙을 어겼을 때, 그리고 보다 공익성을 가진다고 강조하며 아까와 같은 상황은 신고인가 고자질인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자신의 행동이 공익성을 가지고 제보한 행동이라면 신고에 가까우니 죄책감을 가지거나 자책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공익 제보자를 협박하는 행위는 명백한 가해 행위임도 알렸다.


교실은 작은 사회다. 그 속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 상황들을 해결해 나가며 아이들은 성장한다. 크고 작은 성장통이 있겠지만, 이 또한 꼭 필요한 과정이다.


종례 후 창밖으로 제보한 학생들이 웃으면서 집에 가는 걸 보았다. 한결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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