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그림
미켈란젤로 하면 천지창조, 클림트 하면 키스
바늘 가는 데 실 따라오듯 유명한 예술가를 떠올리면 바로 연이어 생각나는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아마도 모나리자!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여 휩쓸리는 인파에 밀려 밀려, 멀찌감치서 사진만 찍고 돌아선다는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하면 바로 생각나는 짝꿍 작품이다.
그런 모나리자의 그 매력적인 미소만큼이나 매력적인 작품이 하나 더 있는데, 나는 이 그림이 참 좋다.
처음 이 그림을 알게 된 건 대학교 2학년쯤 미술 관련 교양 시간이었는데, 실제로 보는 날만 손꼽다가 한 10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우피치 미술관에서 원본을 볼 수 있었다. 그때의 환희와 벅차오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수태고지
제작연도 : 1472-1475경
우피치 미술관 소장
대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예수를 잉태하였음을 일러주는 모습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受胎告知). 다빈치의 몇 안 되는 회화작품 중, 초기 회화작품이라고 한다. 제작연도를 보면 갓 20대가 된 다빈치가 그렸을 듯하다. 스무살이 그림을 저렇게 잘 그리다니, 천재는 타고나는 모양일까.
초기 회화작품이어서 군데군데 조금 어설픈 곳이 보인다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마리아가 쭉 뻗은 오른팔이 유난히 길다. 왼팔과 오른팔의 비례가 맞지 않아 어색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마리아의 팔의 비율은 이 그림을 보는 사람을 배려한 것이라고도 한다. 미술관에 걸려있을 때에는 우리의 시선과 일직선이 되는 곳에 그림이 걸려있어 다소 어색해 보일 수 있으나, 이 그림은 당시에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위치에 자리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올려다볼 경우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술관 가이드분의 설명에 따라서 좌측 아래에서 올려다보았을 때 긴 오른팔의 어색함이 덜 했다.
가브리엘이 들고 있는 백합은 마리아의 순결을 뜻하기도 하며, 꽃의 도시 피렌체의 상징이다.
내가 이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제와도 관련이 있다. 예수님의 삶을 표현한 작품들 중, 유난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주제들이 몇 개가 있다. 이 그림처럼 아기 예수를 잉태한 사실을 천사가 마리아에게 일러주는 수태고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님, 또 내려진 이후에 예수님(아들)을 품에 안은 마리아.(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단연 최고이다.)
애달프고 애처롭지만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찰나의 순간, 신의 영역이라 신비롭지만 인간적인 면모도 느껴지는 순간들이 흥미롭다. 수태고지는 아기 예수를 잉태한 사실을 마리아에게 일러주는 순간을 담고 있다. 신의 영역에 있는 천사와 한 인간이었던 마리아의 만남. 한 종교의 시작의 순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신비롭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