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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무비 1cm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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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트앤노이 Oct 08. 2020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

교실 안의 야크 : 조금 지친 당신에게 건네는 손

교실 안의 야크 (Lunana: A Yak in the Classroom , 2019)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는데,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병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적 있습니다. 새로운 물건과 기술의 발달은 물질적으로 계속해서 인간을 자극하고, 거기에서 파생된 각 개인의 욕구는 채워지지 않는 물동이 같아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이미 가진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새로운 것과 새로운 행복을 갈구하죠. 가지고 놀던 인형을 금세 옆에 내려두고, 새 인형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아이들처럼요. 진정한 행복은 언제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만일 한정적인 자원만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삶을 대하는 태도와 행복을 좇는 태도가 바뀔 수 있을까요? 영화 <교실 안의 야크>의 루나나 마을 사람들처럼 말이죠.


‘국민행복지수 1위’의 나라 부탄을 떠나고 싶은 유겐


국민행복지수 1위인 나라 부탄을 떠나 호주로 이민을 준비하던 유겐은 교사로서의 남은 임기를 세상에서 가장 외딴 벽지, 루나나 마을의 학교에서 보내게 됩니다. 산을 넘고 넘어 찾아가는 데만 약 6일이 걸리는 이 벽지학교로 부임하면서 그를 향한 루나나 마을 사람들의 환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은 어쩐지 호주로 이민을 가려는 그의 마음을 루나나와 부탄에 잡아 놓으려는 듯합니다. 제대로 된 종이, 칠판도 없는 학교지만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는 아이들과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지만 함께 사는 야크에게서 필요한 전부를 얻으며 그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유겐의 마음은 동요됩니다. 


상대적인 위로보다는 삶의 태도와 방식에 초점을 맞춘 플롯


그러나 풍족한 환경에서 사는 것이 아닌 루나나 마을 사람들을 위안 삼아서 문명을 누리는 사람들이 느끼는 풍요 속의 빈곤을 반드시 반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느껴졌습니다. 사실 찬찬히 살펴보면, 루나나 사람들은 불편하게 살고 있죠. 태양력으로 만들어지는 전기는 끊어지기 일쑤이고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며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는 일을 해야만 하죠. 영화는 국민행복지수 1위라는 압도적인 타이틀에 가리어진 사람들을 조명하며 그 현실을 드러내 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탄의 많은 청년들 또한 유겐처럼 서구의 도시로 행복을 찾아 떠나고 있습니다. 청년실업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영화는 어떤 것이 정답인지 해답을 제시하진 않습니다.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경관으로 관객의 마음을 우선 어루만지고, 행복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도록 유도합니다. 

가진 환경들이 제각각이기에, 루나나 사람들의 행복은 우리들에게, 또 부탄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의 메시지라면 지금 내가 가진 것에서 행복한 마음을 찾는 삶의 방식과 그 태도는 옳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야크를 신성하게 여기고 고마워하는 것처럼, 정신적·물질적으로 도움받는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현실에 만족해 보는 것. 그리하여 행복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바꿀 수 있게 하는 메시지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 


고귀하고 귀한 손님, 선생님


만약 유겐의 마음에 가장 크게 박힌 한마디가 있다면, “선생님은 미래를 어루만지는 사람”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이 말은 마을의 최고 어른인 촌장님으로부터 시작되어 공부하는 어린아이들, 루나나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을 텐데요. 그저 아직도 성장 중인 한 청년일 뿐인 유겐을 극진히 대접하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그의 직업인 “선생님”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습니다. 어떠한 직업이든지, 분명 고유의 사명감과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우리가 스스로 택한 직업을 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하진 않았는지, 그리고 그 생각에 각박한 현실을 방패 삼아 합리화를 하진 않았는지 되짚어보게 됩니다.

사담이지만, 언제부터인지 행복감을 느껴본 순간을 손에 꼽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어느 누군가는 저보다 더 앞에 서있죠. 그러면 목적지에 왔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달려 나가게 됩니다. 머리로는 행복의 기준이 외부에 있는 게 아닌 걸 알면서도 자기 만족감이 크지 못한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많았습니다. <교실 안의 야크>를 보며 지금 내가 가진 것,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도 분명 행복할 수 있을 거란 메시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우리,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아요! :) 



*이미지 출처 : <교실 안의 야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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