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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무비 1cm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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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트앤노이 Aug 05. 2020

맹목적인 신념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

소년 아메드(YOUNG AHMED)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맹수도 귀신도 아닌 "사람"이라는 대답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한 단계 더 무서운 것은 맹목적이고 그릇된(사람을 해칠 수 있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평범한 소년이었던 아메드가 매우 강한 종교적인 신념을 보이는 무슬림으로 등장하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갑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던 평범한 그 나이 또래의 소년이었던 13세 아메드는 종교의 지도자 이맘을 만나면서 종교에 심취, 강한 신념을 드러내는 아이로 바뀌게 됩니다. 어린 나이이므로 종교와 지도자의 가르침을 거르지 않고 받아들이는 순수함을 가졌을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그는 특히 배교행위에 대해서 강한 반감을 갖게 되는데, 어릴 적부터 자신을 가르치고 돌봐주던 돌봄 학교의 이네스 선생님이 유대인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강한 반감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고귀하고 숭고한 순교자가 된 마냥, 배교자인 이네스 선생님을 처단하기로 마음먹죠. 선생님을 칼로 찌르려 하였으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아메드는 소년 보호시설에 들어가게 됩니다.  


소년 보호시설에서의 다양한 교화활동을 통해 아메드가 생각을 바꾸었다면, 이 영화가 그리 특별하진 않았을 겁니다. 소년 보호시설에서 교화활동들에 참여하면서도 아메드의 머릿속은 온통 선생님을 다시 처단할 생각뿐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숭고한 운명, 종교를 위한 성스러운 행동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이죠. 영화가 결말을 향해 가는 동안 아메드는 여느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순수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종교적인 신념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교화되지 않던 그는 마지막 어느 순간에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는데요, 역지사지의 상황을 통해 자신의 신념이 얼마나 그릇되고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깨달은 것 같았습니다.  


소년 아메드를 보면서 세계 곳곳에서 신의 이름이라는 명목 하에 타인을 해치고, 심지어 자신을 해하면서 벌어지는 테러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특히나 어린 소년들이 그것을 마치 고결하고 숭고한 희생인 것처럼 여기며 종교의 군대에 가담하는 뉴스들을 접하면서 극단주의를 보이는 특정 종교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들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스스로의 판단이 이루어지기 전에 소년들에게 그릇된 신념과 사고를 가르치는 어른들의 잘못이 있을 것 같습니다. 종교적인 신념이 강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어린아이들로 하여금 사람을 해하게 이르는 그 신념은 이해가지 않습니다. 신은 결코 타인을 해하면서까지 종교를 위해 투쟁하라고 하진 않을 테니까요.


영화는 “개인이 자신의 그릇된 신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에 대해서 질문을 계속하는 것 같습니다. 그 질문을 상기하면서 영화를 보니 아메드의 감정과 생각에 변화가 생길 법한 변곡점에서 저도 모르게 더 긴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개인의 신념은 변화하지만, 그것은 주변의 환경이나 사람들의 영향은 아니었습니다. 스스로의 경험에서 비로소 깨닫게 되죠. 범죄와 관련된 여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는데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지점은 자신이 직접 죽음을 경험했거나, 피해자의 입장으로 깨달은 시점이 있었을 때라고 합니다. 사회와 주변인의 노력으로 한 사람이 바뀌기도 하지만, 결국 나의 잘못을 깨닫는 건 나의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경험이 다(All)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아메드 역할의 ‘이디르 벤 아디’는 이전 배우 경력이 전무한 배우라고 합니다.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고 무표정과 눈빛들로 사춘기가 막 시작될 즈음의 소년들의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가 흔들림 없이 보여주는 무표정, 어딘가 한 곳 만을 응시하는 듯한 표정이야말로 자신의 뜻이라기보다는 잘못된 신념에 이끌린 한 소년의 모습을 잘 캐치한 듯합니다.


2019년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때,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사회의 다양한 주변인에 대한 시선을 그려온 다르덴 형제가 바라보는 이민자와 종교에 대한 시선을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한 가지 상황을 바꿔서 아메드가 벨기에에 사는 이민자 출신이 아니었다면 소년의 삶과 신념은 또 어떠했을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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