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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고 Mar 29. 2021

곧 태동은 사라지고 너를 만나겠지

비오는 날 촉촉한 감성으로 하는 너와 너의 아빠에 대한 애정고백

요즘 폴킴이라는 가수의 노래를 즐겨듣고 있어. 그 사람 노래 중에 '너를 만나'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글은 하루종일 비 내린 오늘, 자기 전 그 노래를 듣다가 느끼는 지금 기분과 떠오르는 생각들을 언젠가 니가, 또는 너의 아빠가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남기는 글이야.


12일뒤면 너를 만나게 되겠지. 꽤 오래 너를 눈과 손으로 만나기를 기대했던 것 같은데 요 며칠 사실 나는 지금 하루종일 느낄 수 있는 태동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깊어간다. 


너를 기다리면서 여러가지 물건들과 환경들과 상황들을 준비해 나가는 일들이 나에게 모두 즐거운 일이야. 물론 너라는 또 다른, 또 더 큰 즐거움이 곧 그 자리를 채울테지만 한편으론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이게 기억으로 남는게 못내 아쉬운가봐. 나에게 또 이렇게 놓치기 싫은 현재가 생기다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런 기분을 언제 또 느끼는 줄 아니? 너네 아빠와, 그러니까 내가 지금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과 너무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하루를 보내고도 오늘 하루가 너무 특별한 만큼 소중했다고 생각할 때야. 마치 문닫는 놀이공원에서 더 놀고 싶은 아이 처럼 시간의 손을 놓고 나가는 문 반대쪽으로 마구 뛰어가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든다고 하면 이 글을 읽을 때쯤의 너는 이해할지 모르겠다.


어제는 우리 친구들이 니가 태어나기 전 마지막으로 집에 모여 함께 랍스타와 제철회를 먹었는데 말이야, 누가 무슨 질문을 해서 오빠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처음에는 연애나 결혼을 지고가 먼저 리드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분명한 건 이제는 제가 지고를 더 좋아한다는거예요. 그건 지고 너도 인정하잖아 그치' 라고 얘기를 하는거야. 그리고 나도 분위기에 취해 '정말이예요, 오늘 아침엔 매일 매일 너를 더 좋아하는거 같아 라고 얘기하더라니까요- 으휴 징그러!!!' 라고 맘에 없는 말로 포장한 자랑을 했지. 


저엉마알- 오늘 하루 몇번이나 그 말을 하면서 마주친 오빠의 눈을 떠올렸나 모르겠어. 항상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내가 뭘 먹으면 그 큰 눈을 맞추며 '맛있어?'하는 싸인을 보내는 다정한 사람이잖아, 내가 다음 생에라도 오빠와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청승스럽게도 벌써부터 눈물이 날 것 같은게 왜인지 알 것 같지 않니.  


나는 늘 살면서 지난 일에 후회가 없는 타입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는데, 아니었던건지 아님 그냥 정말 너희 아빠를 만나서 너무 많이 행복해진건지, 현재라고 부르는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고 지나간 예쁜 시간들도 애틋하고 뭉클할 만큼 소중하다. 


그리고 나에게 목소리 한번 아직 들려준적 없고, 눈한번 맞춰준 적 없는 너를 상대로 벌써부터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다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인가봐.


곧 태동은 사라지고 너를 만나겠지.


아가야, 아들아. 우리 서로에게 화를 내려다가도 짜증내는 시간이 아까워 사랑한다고 한번 더 말해주고 싶은 그런 소중한 사람이 되자. 


잘 때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면서도 코가 찡한, 서로에게 그런 가족이 되자. 내가 너희 아빠를 사랑하는 것 처럼 말이야. 


평생을 두고 내가 엄마니까 당연하게 너를 더 많이 사랑할 수 밖에 없겠지만 1초도 그걸 아깝게, 아쉽게 생각하지않을게. 너희 아빠가 내게 하는 것 처럼 말이야.


내가 더 좋은 나일 수 있도록 노력하게 해줘서 고마워, 두 사람 모두.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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