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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고 Mar 25. 2021

2주 뒤 태어날 아들에게

태교일기마저 미룬 게으른 엄마의 변

임신 초기엔 입덧으로 괴로워서, 그 뒤로는 일이 바빠서 등등 여러가지 핑계로 다른 임산부들이 요즘 유행처럼 한다는 초음파 앨범꾸미기나 산모수첩 만들기를 하지 않은게 조금 마음에 걸려 오랜만에 이렇게 태교일기 비슷한 걸 쓴다. 부디 엄마가 꼼꼼하거나 섬세한 사람이 아닌 것에 대해 서운해하지 말아주렴


15일 뒤 4/9일 아침 10시 30분에 나는 제왕절개 수술이 예정되어 있어. 그리고 나는 2주정도밖에 남지 않은 출산을 요 근래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단다!


아랫배에서 배꼽까지 생긴 빨간 줄무늬와 밤마다 돌아누울 때 느껴지는 갈비뼈 고통과,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너의 태동과 그로 인해 자꾸 뭉치는 어깨와 짧아지는 이동 가능 거리.. 


그러나 임신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머 어떡해~ 얼른 낳아버리면 편하겠다' 라고 할 많은 불편함 앞에도 나는 어쩌면 2주뒤엔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30년이 지나는 동안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매번 신기하기만 했던 많은 일들, 그 중에도 밤마다 나와 함께 내 배안에서 뒤척이던 너의 움직임이 마음 한켠에 어쩌면 그리움으로 남을지도 모르겠어.


요즘 너는 뱃속에서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더라. 딸꾹질을 너무 오래하는거 같아서 걱정했는데, 그게 뱃속에서 나와서 숨쉬기 위한 준비라고 하니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너인데도 얼마나 대견한지! 아직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지만, 심지어 나조차도 잘 모르겠는 때가 많은 나지만, 너가 태어나고 나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으니 우리 잘 해보자 아들아. 예전에도 말한 것 처럼 엄마는 겁이 없고 용감한 사람이야. 나는 잘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요즘 바라는건 니가 건강했으면 하는 것과, 가능하면 아빠를 닮아서 눈이 큰 아이로 태어났으면 하는 것.. 뭐 그런것들이야. 태어나기 전부터 피곤하다고 느끼고 있는 건 아니겠지?ㅎㅎㅎ 니가 매번 얼굴을 가리고 있는 바람에 입체초음파를 보지못해서 너의 생김에 대해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나와 아빠도 모두 엄청 궁금해 하고 있어. 


다른 사람들은 아기를 낳으면 모두 자기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던데, 나는 니가 아빠를 닮으면 좋을 것 같아. 가끔 아빠가 티비를 보다가 애 처럼 뾰루퉁한 표정으로 '싫어!' 라고 말할때가 있는데 똑같이 생긴 니가 아빠랑 같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 


너무 일찍 나오지말고, 15일 뒤에 예정된 날에 잘 만나자 아들. 나 원래 잠 별로 없는데 요즘 너 때문에 하루에 10시간가까이씩 자고, 하루에 세끼도 꼬박꼬박 챙겨먹느라 엄청 건강해졌어. 부디 내 삶의 패턴 변화가 너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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