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화를 내면 낼 수록 다정했던 나날이 겹쳐 힘이들었다.
그래, 나는 힘이 들었다.
처음 연애를 시작하던 곳을 지나면서도,
같이 살다시피 했던 오피스텔과 결혼 후 우리가 살던 동네를 기억할 때도,
그가 가장 좋아한다던 책이 눈에 띌 때도,
같이 부르던 노래가 들릴 때도,
함께 했던 많은 여행과, 순탄치 못했던 결혼 준비와 친구들과의 파티와, 그 중간 중간 나를 바라보던 따스했던 눈빛과, 매일 내 다리를 주물러주던 나의 임신기간, 그리고 몇 주 전 이유없이 선물했던 커다란 꽃다발..
그 모든 기억에 힘없이 매달리는 나는
힘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