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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Jan 19. 2024

제3부 천년제국으로(범죄자들)(16)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3 -문학동네

문학동네에서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가 박종대 선생의 번역으로 총 3권에 나누어 출간되었다. 완독 하고 싶은 마음에 읽고 느낀 점을 적어두려고 한다.


22. 다니엘리 명제에 대한 코니아토프스키의 비판에서부터 원죄까지. 원죄에서 여동생의 감정적 수수께끼까지


“그 사람은 내게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주었어요. 한 작가가 우리를 그렇게 살아 있는 존재로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318


글 쓰는 사람으로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문학을 비유와 상징이라고도 하는데, <특성 없는 남자>는 정말 많은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부러우면서도 경이롭다. 이렇게 멋진 책을 만난 것은 다시없는 행운이다. 


슈트라스틸 박사처럼 이성적인 사람을 살아 있듯 강렬하게 느끼게 하려면 모두가 예술로부터 바라는 것, 즉 감동받고 압도되고 즐거워하고 깜짝 놀라고 고귀한 생각이 드는 것, 한마디로 정말 무언가를 ‘체험하고', 그것도 스스로 살아 있는 ‘체험'되게 해야 했다. 울리히도 여기에 반기를 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는 곁가지로 가벼운 감동과 반어적 저항의 혼합으로 끝나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감정은 충분히 드물다. 느낌이 식는 것을 막는 것은 분명 모든 정신적 발전을 태동시키는 부화의 온기를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한 인간이 자신을 무수한 낯선 대상들과 연결시키는 합리적인 의도들의 혼란에서 빠져나와 순간적으로 아무 목적 없이, 예를 들어 음악을 들으면서 고양되면 비와 햇빛을 받는 꽃의 생물학적 상태와 비슷해진다.’ 울리히는 인간 정신이 활동할 때보다 휴식 혹은 정지 상태에 있을 때 더 영속적인 영원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었다.
-319


울리히가 논리로 무장되거나 가능성으로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감정이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 울리히 스스로도 평온한 휴식의 시간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하지만, 인정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을 미루어보아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특성 없는 남자>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인가 감정적인 존재인가 하는 점이다. 등장인물마다 때론 이성적이고, 때론 감정적이다. 이 두 가지를 극단적으로 구분한다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가능성 인간의 관점으로 볼 땐 상대의 상태를 짐작해서 다음 이야기를 준비할 뿐이다. 울리히는 감정적 사고를 주로 하는 사람에게는 피곤한 사람으로 비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문득 울리히는 자신의 흠잡았던 이것을 사람들은 단도직입적으로 아주 기꺼이 문학의 영원한 순간성이니 헛된 실재성이라 부를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문학에 어떤 결과가 있을까? 문학은 체험에서 체험으로 엄청난 우회로를 거쳐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이거나,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도 특정한 무언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흥분상태의 전형이다.
-320


문학은 자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낯선 스토리를 접하면서 자신의 상황과 대입해보기도 하고,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간접경험이라고도 부르는 문학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즐거움이 배가 될 것 같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문해력도 문학에서 조언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도덕이란 우리 삶의 모든 순간적인 상태를 지속 상태 속에 끼워 넣는 것이라는 사실을
-321


도덕을 어떤 수식어로 말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결국 그 시대의 문화에 끼워 넣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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