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막걸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병천 Jun 02. 2024

주문진 동동주

막걸리도 마리아주


겨울에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면 복어라고 대답한다. 추운 겨울에 많이 잡힌다는 밀복을 먹으러 강원도 주문진을 향한다. 지난 몇 년 간 12월에서 다음 해 1월 정도에 휴가를 하루 내고 주문진으로 복어를 맛보러 다녔다. 복어는 독을 가진 물고기라 기피하던 물고기였다. 복어의 생식기나 장기, 혈액 등에 독이 있어 복어조리자격증 소지자만 복어 요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복어도 황복, 까치복, 밀복, 자주복, 흰점복, 매리복 등 종류가 다양하다. 주문진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종류는 밀복이다. 주문진항 근처에 즐비한 식당에서 먹는 방법도 있지만, 일 년에 한 번 맛있는 복어회를 풍족하게 먹기 위해 주문진항 수산물 좌판 풍물시장을 이용하는 편이다. 과거에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았고, 낮은 구조물로 인하여 머리를 부딪히기 일쑤였다. 리뉴얼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아쉬움을 남긴 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새 단장을 마친 후의 좌판시장은 예전에 비해 깔끔해졌고, 파이프 등의 구조물을 피해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일 필요도 없어졌다. 십 년 이상 다니다 보니 단골집도 생겼다. 복어를 고른 후 손질을 해주는 곳으로 이동한다. 복어 값은 좌판에 내고 손질하는 곳도 별도의 비용이 든다. 사람이 북적이는 주말에는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에 있는 식당에서 복어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가격도 비싸고 회가 정말 얇게 썰려 나왔다. 배불리 먹기엔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주문진 좌판에서 먹는 복어는 두툼하게 뜨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복어는 다른 생선회와 달리 육고기의 식감이 있다. 생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복어를 살짝 찍어서 먹으면 그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좌판 시장에는 활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죽은 복어도 판매한다. 복어회를 뜬 후 지리탕을 끓여 먹을 수 있도록 서더리를 주는데, 이왕이면 더욱 맛난 지리탕을 위해 깨끗하게 손질이 되어있는 복어를 2~3마리를 추가로 구매한다. 운이 좋으면 순두부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복어 곤이를 얻기도 하는데, 지리탕에 올려서 먹으면 고소함을 더해주는 좋은 식재료이다.


주문진항 수산물 좌판 풍물시장에서 복어회를 뜨는 중

 

막걸리에 관심을 가진 이후 그 지방의 마트에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복어를 손질하는 동안 근처의 마트에 가서 마셔보지 못한 막걸리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곳에서 주문진 동동주라는 막걸리를 발견했다. 이름이 동동주라고 해도 실제 막걸리인 경우가 많다. 두 병을 구매한 후 살짝 맛을 봤다. 평소 마시던 막걸리에 비해서 맛도 없었고 새콤한 맛이 강했다. 맛있는 복어에 이렇게 맛없는 막걸리를 마실 순 없다고 생각하여 다른 마트에 가서 익숙한 브랜드의 막걸리를 추가로 구매했다. 숙소는 보통 속초 쪽에 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해안도로를 이용하여 북쪽으로 이동했다. 양양을 지날 때 휴휴암에 들러 근사한 겨울 바다를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숙소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저녁 상을 준비하는데, 그동안 복어를 냉장고에 넣어 숙성했다. 회를 먹기 전에 복어지리탕을 끓이기 위해 무, 파, 조미료, 후춧가루를 넣고 버너에 올려두었다. 냉장고에서 복어회를 꺼내와 식탁에 옮긴 후 어떤 막걸리를 마실지 고민했다. 맛있는 술을 마시다가 맛없는 술을 마시는 것이 싫어서 낮에 맛본 시큼한 동동주를 먼저 잔에 따랐다. 두툼한 복어회 한 점을 들어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었다. 복어회의 식감이란! 그야말로 생선회 중의 최고라고 말할 수 있었다. 큰 기대 없이 주문진 동동주를 마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낮에 맛봤던 새콤한 막걸리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와인의 마리아주가 생각났다.


휴휴암 앞바다의 파도

 

흔히 말하는 육고기에는 레드와인, 해물에는 화이트와인을 마신다는 이야기 말이다. 회와 어울리는 막걸리는 화이트와인과 비슷하게 새콤한 막걸리가 아닐까? 사실 막걸리는 거의 모든 안주와 잘 어울린다. 다만 배가 불러서 많이 마시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주문진에 가면 주문진 동동주를 추천한다. 특히 복어회와 함께 마시면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병 밖에 사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일행들도 모두 비슷한 만족을 느꼈다는 것은 평소 즐기던 막걸리를 마셨을 때 알았다. 평소 즐기던 막걸리를 마셨을 때 모두가 ‘아! 맛이 왜 이래?’라는 표현을 했다. 좋은 술을 나중에 마시자던 계획은 기대와 달리 거꾸로 된 셈이었다. 


주문진동동주 달홀주 설악쌀막걸리

강원도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막걸리는 곰배령 막걸리다. 달홀주와 설악쌀막걸리도 있지만, 회와 함께 먹는 막걸리는 주문진 동동주를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옥천 막걸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